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바이오업체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사건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설이 나도는 것과 관련, 검찰을 향해 “아무리 파도 안 나온다”며 “지금도 파고 있다면 포기하라”고 말했다. 신라젠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은 막상 유 이사장의 이름을 언급하거나 그를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유 이사장은 ‘셀프변론’을 한 데 이어 검찰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21일 오후 재단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즌2 마지막 방송에서 “제가 ‘쫄리는’(겁먹은) 게 있으면 이렇게 못 싸운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제가 이렇게 세게 나올 때는 검사들도 ‘여기를 파 봐도 물이 안 나오나 보다’ 하고 접어야 한다”면서 “구속된 신라젠 임원 두 사람의 휴대전화, 다이어리를 뒤져도 안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실제로 (구속된 신라젠 임원들의) 전화번호를 모르고 만난 적이 없으니까”라며 “행사장에서 한 번 인사한 것 말고는…”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검찰과 언론에서 아직 아무 얘기도 안 나오고 있는데 왜 뜬금없이 저런 소리를 하는지…”라고 꼬집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한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강압적인 취재를 했다는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유 이사장은 “(이미) 2주일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그동안 증거는 다 없앴을 것이고, 이제는 파도 물이 안 나올 거라는 시점에서 수사를 개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검찰이 지금 없앤 증거를 다 찾아낼 정도로 열심히 수사할 것이냐, 천만의 말씀”이라고 단언했다. 유 이사장은 또 “지금까지 밝혀진 편지와 녹취록만 보더라도 채널A (회사) 차원에서 저한테 사과를 해야 하는데 완전히 입 다물고 모른 척하고 있다”면서 “채널A 본사 앞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MBC가 채널A 법조팀의 이모 기자가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라젠의 전 대주주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전 대표에게 접근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유 이사장의 비위를 캐려고 했다고 보도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이 기자는 지난달 22일 이 전 대표의 지인 A씨를 채널A 본사에서 만나 ‘유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비위를 제보하지 않으면 검찰로부터 더 강도 높은 수사를 받게 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MBC는 밝혔다. 그러나 이후 A씨가 횡령, 사기 등 혐의로 복역까지 했던 친여 성향 인사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유착 의혹을 넘어 진영 대립으로까지 번졌다.
이날 유 이사장은 자신이 지난해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검찰의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비판하는데 앞장섰던 것에 대해 “(검찰이) ‘저질 스릴러’에서 나오는 비열한, 흔해 빠진 ‘가족 인질극’ 방식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가만히 있는 건 쪽팔린 일”이라며 “못 참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당시 일각에서 유 이사장의 조 전 장관 옹호·검찰 비판이 대권행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과 관련해 그는 “대권행보를 위한 계산이라면 내가 진짜 멍청한 것”이라면서 “그런 비평을 들을 때는 ‘내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도 생각 못 할 정도로 멍청한 놈인 줄 아느냐’ 싶어 신경질이 났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방송을 끝으로 지난해 9월부터 7개월가량 이어온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즌2를 마쳤다. 종방연 형식의 이날 방송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KBS 최경영 기자, 양지열 변호사도 출연했다. 그동안 알릴레오 시즌2는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낳았다. 4·15 총선을 앞두고는 유 이사장의 ‘범진보 180석’ 발언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유 이사장은 이 발언으로 정치비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사진=유튜브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