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의 포스트

[홍쿱] 내가 생각하는 홍쿱

지수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눈에 보인건 어질러진 거실과 그 가운에 이불을 몸에 애벌레처럼 감고 있는 애인이었다. 평소에는 이런 꼴을 하고 있어도 귀엽다고 가서 안아줬겠지만, 간밤에 승철이 전화로 야근 중인 애인에게 얼마나 지랄을 해댔는지 지수는 한숨부터 나왔다. 최승철 계속 그렇게 있을거야? 데뷔 15년을 ...

[밍쿱] 날씨때문에

토요일 아침 8시 반, 시험기간도 아닌 아침에 이렇게 일찍 최승철이 일어나 있을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맞은편에는 죄 지은 표정으로 고개도 차마 못드는 룸메이트가 무릎 꿇고 앉아 있을 상황을 마주할 이유도 없어야했다. 승철은 뭔가 말하려다가 이내 다시 삼키고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퍽퍽 쳤다. 형! 그러지마요! 차라리 절 ...

[윤홋] 윤정한의 후회록

금요일 밤 윤정한은 유행 가요가 나오는 따뜻하고 안락한 술집도 마다하고 핸드폰도 꺼놓은 채 포장마차에 앉아있었다. 좀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그렇게 많이 않았지만 정한이 혼자 앉아있는 모습이 약간 우스워 보일 정도의 꼴이었다. 그래도 인문대에서 잘생긴걸로 꼽자면 세손가락 안에 드는 윤정한을 이꼴로 만든건 다름이 아니라 한 ...

[윤홋] Y형과의 추억

Y형을 처음 만난 건 1994년 여름이었다. 첫 만남부터 담배를 꼬나물고 날 쳐다보던 Y형은 네온사인 불빛 아래서 보기에도 그럴싸하니 멋있었다. 나는 풋내나는 갓 스물먹은 꼬맹이였고. 그가 내게 처음 했던 대사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편하게 불러. 형이든, 저기요든. 아저씨나 야만 아니면 돼.” 마지막 말은 농담이었...

[윤홋] 82100(팔이백)

경상북도 구미에는 금오산이 있다. 윤정한은 기차를 타고 그 산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간밤에 꿈에 누가 그리로 가라고 일렀기 때문이다. 3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아니, 그것도 아니면 다섯해 전에 신내림 받은 장군님? 아니 그것도 아니었고 그를 그 곳으로 보낸 것은 전생의 윤정한 본인이었다. 생긴건 샐쭉해가지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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