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접대를 했다는 진술이 있었는데도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다고 한겨레신문이 11일 보도해 파장이 일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완전한 허위 사실이며 엄중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윤 총장은 한겨레신문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총장이 특정 보도와 관련해 민·형사상 소송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날 한겨레신문은 〈"윤석열도 별장에서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2013년 김학의 차관을 둘러싼 이른바 '별장 성접대' 1차 수사 당시 '윤석열' 이름이 나왔고,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조사단)이 지난해 말부터 이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윤중천씨로부터 "윤 총장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내용이다. 또 이후 윤씨의 진술을 담은 진술 보고서 등을 검찰 수사단에 넘겼으나 수사단이 이를 확인도 하지 않고 덮었다는 것이다.
이 보도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KBS의 유착 의혹'을 주장하는 등 친문(親文) 세력이 검찰을 공격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는 윤 총장을 흠집 내려는 여권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재조사에 참여했던 조사단원과 검찰 수사단, 윤씨 측은 "보도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정면으로 부인했다. 우선 '2013년 검찰과 경찰의 1차 수사 기록에 포함된 윤씨의 전화번호부 등에 윤 총장 이름이 있었다'는 부분과 관련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과 경찰 관계자는 모두 "수사 과정에서 윤 총장 이름이 나온 적이 없었다"고 했다.
윤씨가 지난해 조사단에서 윤 총장 관련 진술을 했는데 이후 검찰 수사단이 이를 덮었다는 부분도 사실관계가 많이 다르다. 김학의 사건을 수사했던 여환섭 대구지검장은 "조사단에 파견된 이모 검사가 작성한 윤씨의 면담보고서에 윤 총장 이름이 한두 번 적혀 있는데 그 내용이 만났다는 것인지 친분이 있다는 것인지 두루뭉술하게 돼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윤씨를 직접 불러 물어봤더니 '윤석열을 알지 못하고, 조사단에서 그렇게 진술한 적도 없다'고 답해 확인 작업을 할 단서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수사팀 외에 다른 관련자들도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도 이날 오후 법무부를 통해 "(과거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관련 보도 내용에 대한 점검을 했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중천씨 법률대리인인 정강찬 변호사도 "윤씨가 윤 총장과 친분이 있다고 한 진술이 없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간 것일까. 검찰 주변에선 과거사진상조사단이나 조사단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법무부 과거사위 관계자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이 흘러나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거사위 등을 주도한 '민변' 출신 변호사를 의심하고 있다.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김학의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도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진상조사단의 문제가 이렇게 또 터졌다"면서 "조사단 일부 구성원의 이런 식의 행태가 너무 화난다"고 썼다. 그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 나와 "보도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도 이날 보도에 대해선 사실과 다른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였던 김어준씨는 이날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취재 결과 접대는 없었고, 윤씨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도 "(갖고 있는) 어떤 자료에도 윤석열이라는 이름과 음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