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3호가 매입했다는 윤석열 부친 집 가보니...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이 2년 전까지 살았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민중의소리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세대학교의 북쪽 끄트머리엔 무악학사라고 부르는 학생 기숙사가 있다. 기숙사 뒤편엔 295m 높이의 안산이 병풍처럼 자리 잡는다. 서울답지 않게 공기가 맑고 풍광이 수려하다. 학교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버지 윤기중(90)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40여년 살았던 단독주택이 있다.

29일 찾은 이곳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택 단지였다. 제법 큰 규모의 단독주택 20여 채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줄지어 자리 잡았다. 조용한 주택가가 논란의 중심이 된 이유는 대장동 개발에 민간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천화동인 3호’ 대표 김모(60)씨가 윤 전 총장 부친으로부터 단독주택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찾은 집은 조용했다. 창문 하나가 열려 있고 방충만이 닫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사람이 안에 있는 듯 보였지만, 한차례 벨을 눌러도 응답이 없었다. 정원은 잡초가 없고 잘 가꿔져 있었다. 이웃들은 “윤 전 총장 아버지가 몇년 전 이사가고 누가 살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집을 구매한 김모씨는 대장동 개발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다. 때문에 화천대유 측이 뇌물성으로 주택을 매입해 준 것 아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택 등본을 보면 2019년 4월 30일 소유권이 윤 전 총장 부친에게서 김모씨로 이전됐다. 김씨의 매입 신고가격은 19억원이었다. 19억원 중 약 12억 4천만원 가량을 대출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나머지 6억 6천만원은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부친 집 대지 면적은 95.1평(314.4㎡)이니 평당 매입 단가는 1,997만원이다.

김씨 매입가 평당 1,997만원은 시세보다 비싼 것인지 따져봤다. 김씨가 윤 전 총장 부친 주택을 구매한 2019년, 연희동에서 거래된 단독주택은 총 60채였다. 단순 계산으로 평균 매입 단가를 구해보면 평균 1,855만원이다. 김씨는 평균 단가보다 평당 142만원, 총액으로는 1억3천500만원 가량 비싼 가격으로 구매했다. 하지만 8개월 뒤 인근에서 거래된 비슷한 크기(326㎡)의 단독주택은 평당 2,379만원에 거래됐다. 이 거래에 비하면 김씨는 3억6천만원 가량 싼 가격에 구매한 셈이 된다.

인근 부동산중계업자들은 거래 가격에 대해 “대체로 문제 없다”는 반응이었다. T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19억원이면 약간 싸긴 하지만 무리는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뇌물이라고 하면 그보다 훨씬 비싼가격에 사야 했을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역은 워낙 거래가 뜸해 ‘시세’를 산정하기 어렵지만 최근 나온 매물이 평당 3천만원을 요구했다가 팔리지 않은 전례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윤석열 전 총장 측은 “뇌물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매매 과정에서 20억원을 요구하다가 매수자인 김모씨가 1억원을 낮춰달라고 해 19억원에 거래가 성사됐는데, 뇌물이었다면 가격 협상을 할 이유가 있었겠느냐는 설명이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시 부동산 시세가 평당 2천4백만원선이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쟁점은 윤 전 총장 부친이 매도자 김모씨가 대장동 개발과 관련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았느냐다. 알고도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면 ‘다운 계약서 작성’ 가능성 등의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 측은 “부동산 거래 모든 과정은 Y부동산중개업소에 일임했고, 매수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Y부동산의 설명을 듣기 위해 찾아갔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이 2년 전까지 살았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민중의소리

범여권에선 “몰랐을 리 있느냐”는 반응이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윤석열 전 총장과 김만배 화천대유 최대주주는 형·동생하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후보 부친은 시세보다 싼 19억원에 팔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다운계약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시세보다 비싸게 사줬을 경우 뇌물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윤 전 총장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말 기막힌 우연이다. 윤 전 총장은 부친이 단독주택 매각을 결정한 이유가 부친의 부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당시 부친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고관절에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계단이 많은 단독 주택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를 결심했다. 때마침 화천대유에 깊숙이 관계된 천화동인 3호 소유주가 단독주택 구매를 타진했고, 넓고 넓은 서울에서 매물도 잘 나오지 않는 연희동 주택을 발견했는데, 그 집이 윤 전 총장 부친의 집이었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김만배 씨가 윤 전 총장의 편의를 봐준것 아니겠느냐는 세간의 의심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확률과 무관하게 천화동인3호를 소유한 김모씨는 이 단독주택에서도 수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2019년 19억원에 구매한 이 집은 현재 시세 25억원 선으로 평가된다. 2년간 시세차익이 5억원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13억 정도 빚내서 집을 사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지 않느냐. 이자만 7~8백 나올 텐데 그걸 감당하는 사람이 보통사람은 아니지”라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천화동인 3호 소유자 김모씨가 ‘보통사람’은 아니다. 그가 지난 3년간 성남의뜰로부터 배당받은 금액은 166억원에 달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자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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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조한무 기자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