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신고 누락, 공직자윤리법 위반이지만 최대 과태료
증여세 위반도 5억 이하는 면제…"특수활동비여서 공금횡령도 안될 듯"
“고도의 계산된 대응이다. 도덕적으로 비난은 받겠지만 모든 행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11일 ‘아내 비자금’이라고 밝힌 2011년 경선 기탁금 1억 2000만원을 놓고 법조인 등 전문가들이 내놓은 분석이다.
홍 지사의 발언은 공직자 윤리법과 증여세법 위반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홍 지사가 제기되는 혐의를 모두 피해가는 고도의 전략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조선비즈는 익명을 요구한 법조인 5명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5명은 대검 중앙수사부 간부 출신 변호사,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형사 전문 변호사 2명, 선거법 전문 변호사다.
◆ 신고 누락, 공직자 윤리법 위반이지만 최대 처분이 과태료
홍 지사는 기탁금 1억2000만원을 본인도 모르고 있던 돈이라고 밝혔다. 아내가 만든 비자금이라는 설명이다. 비자금 출처는 국회 대책비 중 쓰고 남은 돈, 변호사 업무로 번 돈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직자 재산을 등록해야 하는 홍 지사가 결과적으로 허위 재산신고를 한 것이기 때문에 공직자 윤리법 위반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중수부 간부 출신 변호사는 “돈의 이름보다 실제 어떤 용도 금액인지에 따라 위법성 갈린다”며 “공직자 윤리법 위반이라고 해도 최대 과태료 대상이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홍 지사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내놓은 반응인 만큼 홍 지사 측은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자금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직자윤리법 소관 부처인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신고하지 않았다면 공직자 윤리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 경우 신고 당시 몰랐다고 주장할 경우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일반론을 전제로 재산신고 누락이 확인되면 누락을 적시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설명했다.
위원회에서 신고 당시 누락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면 정상참작이 되지만 3억원 이상에 대해서는 처분이 내려지고 통상 3억원 이하여도 비조회성 자산인 현금일 경우 마찬가지라는 게 혁신처의 설명이다.
그러나 가장 큰 처분은 징계 또는 과태료다. 선출직의 경우 징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과태료만 최대 20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 증여세 위반 5억 이하는 면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5억 넘으면 위법
형사 전문 변호사들은 홍 지사가 아내에게 1억 2000만원을 기탁금을 내게 한 것은 증여세 위반 소지가 있다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배우자에게 받은 5억원 미만는 공제 대상이기 때문에 검찰이 증여세 위반 혐의로 기소는 어렵다는 분석을 냈다.
증여세법은 제19조는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이 5억원 미만이면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홍 지사가 아내 비자금을 인정한 만큼 검찰이 아내 계좌에 대해 수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5억원이 넘을 경우 증여세 위반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형사 전문 변호사는 “기탁금 1억 2000만원이 성완종 전 회장에게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아내 비자금 의혹까지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도덕적 비난은 있을 수 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을 피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홍 지사가 국회대책비라고 말한 금액은 국회 운영 예산에서 나오는 공적인 자금이기 때문에 공금 횡령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법 위반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처럼 영수증 처리를 할 필요가 없는 특수활동 경비는 공금 횡령으로 볼 수 없다"며 "홍 지사가 말한 국회대책비는 자금 출처, 사적 유용 등에서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와 성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도의적인 책임은 있지만 법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