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33)씨가 지난 8월 11일 서울 모 호텔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나기 1~2일 전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자동 생성 문구가 달린 이미지 파일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의 휴대전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몽땅 내려받은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조씨는 이 파일들을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증거로 주장하고 있다.

조씨 주장에 따르면, 김 의원이 해당 이미지 파일을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시점은 2020년 4월 초다.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에 박 원장 만남을 앞두고 조씨가 그 파일들을 다운받은 이유를 놓고 일각에서는 “박 원장에게 전달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후 9월 2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첫 보도를 했다.

조성은씨가 ‘손준성 보냄’ 파일을 다운받은 시점
조성은씨가 ‘손준성 보냄’ 파일을 다운받은 시점

조씨가 언론 등에 제보한 ‘손준성 보냄’ 이미지 파일은 110여 장이며, 자신과 김 의원의 텔레그램 대화를 캡처해 제보한 것도 30장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성 보냄’ 이미지 파일에는 여권 인사 고발장 2개와 첨부 자료가 포함돼 있다. 조씨는 이를 작년 4월 3일과 8일 텔레그램을 통해 김웅 의원에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씨는 박 원장과의 점심식사 직전인 지난 8월 9일과 10일 ‘손준성 보냄’ 이미지 파일 110여 개를 모두 다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점심식사 이틀 전인 8월 9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추가 고발장 이미지 파일 8개를, 하루 전인 8월 10일에는 100여 개를 다운받았다는 것이다. 이날 김 의원과 텔레그램 대화를 캡처한 파일도 9개라고 한다.

박 원장을 만난 다음 날인 8월 12일에는 김 의원과 텔레그램 대화 2장을 추가로 캡처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작년 4월 3일 김 의원이 조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제보자X’ 실명 판결문의 내용과 전송 시점 등이 드러나 있다.

이후 뉴스버스는 지난 9월 2일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했지만, 이 매체는 조씨가 박 원장을 만난 이후에야 고발장 파일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전까지 조씨는 뉴스버스 기자에게 김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를 캡처한 것만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씨가 박 원장에게 해당 파일들을 보여주고 자문을 한 뒤 뉴스버스에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씨는 지난 12일 SBS 방송에 출연해 “9월 2일이라는 (보도) 날짜는 뭐 우리 (박지원)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는 아니거든요.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가 (윤석열을) 치자, 결정을 했던 날짜고 그래서 제가 사고라고 표현했다”고 밝혀 이런 의혹을 뒷받침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박 원장과 조씨의 8월 11일 만남 자리에 추가로 1명이 동석했다고 주장하며 세 사람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세 사람은 국정원 직원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고발장에서 “조씨 등 피고발인들이 허위 폭로를 통해 윤 전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로 공모했다”면서 “지난 2일 뉴스버스 보도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측은 동석자 1명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박민식(가운데) 전 의원과 변호인들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씨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고발장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박민식(가운데) 전 의원과 변호인들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씨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고발장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도 기자들에게 “조씨와 박 원장 식사 자리에 동석자가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 권성동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 원장과 아주 가까운 전직 의원인데, 조성은씨가 ‘고발 사주’ 사건 관련 자료를 지난 2일 보도 전에 박 원장에게 사전에 보내줬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원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씨와의 식사에 동석자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박 원장은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것으로 수사해보면 다 나온다”며 “그날 식사는 나와 조씨 둘 밖에 없었고 고발 사주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근거도 없이 동석자 운운하는 윤 전 총장에 대해선 인간적 배신감마저 든다”고 했다. 조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 원장이 애초 윤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것을 알아 (자료 공유)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