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1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중진을 겨냥해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과 ‘당내 행사 불참’ 등에 대해 연일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중진들과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윤 전 총장이 아니라 대세론과 지역주의만 좇는 중진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는 당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달라진 정치 지형에서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공정한 경선을 관리해야 할 당대표가 당 체질 개선을 앞세워 연일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리더로서 이해관계 조정 대신 논쟁으로 이기려고만 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정진석 의원을 “우리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라고 지칭했다. 앞서 정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돌고래로, 다른 주자들을 고등어와 멸치로 비유하면서 ‘이 대표가 대선 주자 행사를 주도하며 참석을 압박한다’고 비판하자 이렇게 받아친 것이다. 이 대표는 “(나는)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며 “돌고래팀은 그게 불편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에도 윤 전 총장 측 중진이 다른 대선 주자에게 당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 일정을 ‘보이콧’하자고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후보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윤 전 총장이 입당하기 전에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현직 당협위원장들을 향해서는 “당 밖 주자를 돕는 해당 행위”라며 제명을 경고하기도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날 경준위가 오는 18일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대선 주자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자 이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원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당 대표 임무는 경선 심판 보는 자리가 아니고 더군다나 경선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는 자리일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에 전력해달라”고 했다.

야당 대표가 야당 대선 주자들과 연일 대립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적전 분열”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대선 주자가 아니라 그 주변 중진들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도 이날 이 대표와 갈등설에 대해 “그렇게 비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며 당내 중진들이 ‘유력 후보’에게 몰려가 지역주의 등 전통적인 선거 캠페인에만 기대는 구태를 봤다”며 “윤 전 총장 주변 중진들이 과거 방식으로 ‘안전하게 패배하는 길’을 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30세대와 중도의 표심을 얻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서 취임 후부터 수도권과 2030세대 당원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당선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신입 당원이 11만명 늘었고 그중 9만명이 당비를 내는 책임 당원이 되기로 했다”며 “책임당원 숫자가 28만명에서 37만명으로 30% 이상 증가했고, 수도권과 2030세대 비중도 이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그러나 당원 증가는 유력 대선 주자들의 입당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당 체질 개선’에 대해 “정권 교체를 위해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에 ‘자기 정치’와 ‘대표 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내 한 중진은 “이 대표는 후보 13명을 주목받게 하겠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표만 주목받고 있다”며 “지난 당대표 선거 경험을 맹신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