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찰 고발 사주 의혹, 대선정국 흔들 이슈

<뉴스버스>가 단독으로 보도한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은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의혹의 골자는 총선이 코앞이던 지난 4월 초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차장검사)인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인권보호관)가 연수원 동기이자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송파 갑 국회의원 후보인 김웅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고발장을 전달해 고발을 요청한 것이다. 고발 대상은 유시민, 최강욱 등 여권의 유력 정치인 3명과 언론사 관계자 7명이다. 고발인란만 빈칸으로 남겼지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보통신법 위반(명예회손) 등의 혐의 사실이 적시되었고 관련 증거자료까지 첨부되는 등 거의 완벽한 고발장이었다. 고발장의 명예훼손 피해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 등 3명이다.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적혀있다. 이는 고발장이 접수된 후 대검이 윤석열 라인의 검사에게 사건 배당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건넨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는 <뉴스버스>의 해명과 반론요청 문자에 “그런 사실이 전혀 없어 해명할 사실이 없습니다”고 문자 답신을 보내왔다. 그러나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의원은 <뉴스버스>와의 통화에서 손준성 검사가 건넨 고발장의 존재와 전달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고발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은 전달만 한 것 같다”고 했다.

김웅 의원은 2일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사안에 대해 재차 해명했다. "제보 받은 자료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수 없다"면서, 청부고발이라 문제 삼으려면 당이 고발을 했어야 하나 고발하지 않았고, "공익제보를 마치 청부고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서 심히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이 해당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부고발이란 용어에 대한 김 의원의 반발을 일부 이해할 수 있지만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은 부인되지 않는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역할은 검찰 안팎의 모든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이다. 전직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출신 인사에 따르면 수사정보정책관의 이러한 역할과 검찰총장과의 특별한 관계에 비춰 손준성 검사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 없이 또는 알리지 않고 독단으로 고발장을 작성해 미래통합당에 고발을 요청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손 검사는 지난해 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 청구할 때 징계 청구 사유 중 하나였던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세평 등이 실린 분석 문건을 윤 전 총장 지시로 만들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대검찰청은 보도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016년 12월 YTN 보도 캡처.
지난 2016년 12월 YTN 보도 캡처.

2. 윤석열 검찰 야당 고발 사주는 과거 안기부 등의 공작 수법

손준성 검사는 모든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김웅 의원은 일부 인정했다. <뉴스버스> 기사에서 확인되듯 물증인 고발장도 나왔다. 고발장에 첨부한 증거자료에는 소위 제보자X의 실명 판결문까지 포함되어 있다. 개인 정보가 담긴 실명판결문은 사건 당사자와 판사, 검사만이 출력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상상하기 힘든 큰 범죄다. 검찰이 자신이 가진 정보를 이용해 정치적 반대자의 고발을 야당에 요청하는 공작을 한 것이다. 과거 안기부와 같은 공작기관이 즐겨 사용하던 수법에 버금간다.

고발장을 건넨 시기도 주목을 끈다. 고발 사주가 여권의 윤석열 총장 등에 대한 압박에 역공을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라면 굳이 총선 직전이라는 민감한 시기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고발장의 범죄사실 중에는 MBC의 소위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이고 여기에 정치인 3명이 개입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포함되어 있다. 어쩌면 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 위반을 걸어야 미래통합당이 고발 요청에 더 잘 응할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총선 전에 실제로 고발이 이루어졌다면 이 역시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고,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리란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것이야 말로 선거 개입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배경에 '총선 개입' 의도가 있다는 주장을 폈을 때 극렬 조국지지자들을 제외하면 호응이 크지 않았다. 윤석열 전 총장의 개입여부가 밝혀지지 않더라도 이번 의혹으로 검찰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게 틀림없다.

3. 윤 전 총장 지시여부 드러날까?

여권은 호재를 만났다. 여당의 대선주자들을 필두로 대변인, 여러 의원들이 앞 다퉈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초점은 검찰 권력의 사유화와 정치 공작으로 모아진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 국정감사, 법사위 소집, 공수처 수사 등의 요구가 나왔다. 법사위 소집이나 국정감사는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대선을 앞두고 야당 선두 후보인 윤석열 전 총장에게 정치 공세를 펼칠 기회를 잡으려는 목적이 더 커 보인다.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는 대검의 자체 진상조사나 합동감찰, 공수처수사 등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의혹의 핵심당사자가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었고, 현직 검사인만큼 공수처 수사는 불가피하다. 다만 공수처 수사로 진실 전체가 드러날 지는 의문이다. 검찰이 고발장을 작성과 증거자료 수집에 관여했는지, 누가했는지 정도는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혹의 핵심은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쉬이 밝혀지지 않을 것 같다. 설혹 윤 전 총장이 지시하거나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하더라도 관련 증거를 찾기 어려울 것이고, 윤 전 총장이 선선히 인정할리도 만무하다. 인정하는 순간 대선 후보 사퇴는 필연이다. 손준성 검사가 덮어 쓰는 것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진실 전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 간 그리고 후보자들 간 지리한 공방이 예상된다.

4. 윤석열, 위기 심각성 못 느껴...후보직 걸고 진상규명 협조해야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 김 대변인은 2일 뉴스버스 보도에 대해 대변인 논평으로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중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 사주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캠프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반박이나 해명하지 않았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는 말을 아꼈다. 대선 후보 가운데 홍준표 후보만 유일하게 “윤석열 후보가 직접 밝혀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의원은 전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익제보라는 주장이고,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당시 법률지원단장인 정점식 의원 역시 해당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실체적 진실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만큼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십분 이해해도 국민의힘의 대응은 안이하다. 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내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후보 사퇴에 이를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검찰개혁이란 미명으로 사법시스템을 흔들고 공정의 가치를 무너뜨려 위기에 빠졌던 여권이 이번 일을 기화로 다시 명분을 회복하고 공세를 취할 것이 뻔하다. 정권교체가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왕도는 정공법이다. 그나마 고발장과 증거자료를 받아놓고 실제 고발을 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힘 입장에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설혹 검찰이 작성한 고발장과 증거자료를 받았다 해도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므로 공작의 실행에 동참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 차원에서 진상을 조사해서 밝힐 수 있는 사실들을 선제적으로 밝히고 관련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미적거리는 동안 조사와 수사, 취재를 통해 추가된 사실이 드러나면 국민의힘은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김웅 의원과 정점식 의원에게 맡겨둘 일이 아니다. 김웅 의원은 공익제보라는 말로 퉁치면서 해당 고발장의 건넨 사람이 누구인지, 직접 받았는지, 그 내용을 읽고 위법성을 알았는지 등에 대한 답변은 애매하게 회피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정치참여 이래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 정치에서 크고 작은 위기는 언제나 닥치기 마련이다. 정치 지도자에게는 위기 자체보다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일단 윤석열 캠프의 초기 대응은 실망스럽다. 이번 의혹이 보도된 후 첫 반응은 캠프 관계자의 입들 통해 나온 “윤 후보는 전혀 모르는 사실로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는 말이다. 너무 뻔한 답변이다.

몇 시간 지난 후 김병민 대변인을 통해 공식 논평이 나왔다. 길지만 몇 개의 단어로 요약된다. 정치공작, 허위보도, 날조, 배후, 법적 조치 등이다.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하다. <뉴스버스> 관련 의혹보도에는 해당 고발장 사진이 실려 있다. 해당 사진이 날조되었다는 말인가? 첨부된 증거자료도 있다. 그 모든 증거자료들, 특히 실명이 포함된 판결문도 날조되었다는 말인가? 매우 명백한 사실을 날조로 몰고, 배후 세력의 존재를 거론하면서 부인하면 의구심을 키울 뿐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재갈법이라 비판하면서 법적 조치를 운운하는 모순도 마다않는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윤석열 캠프의 대응에선 우리에게 익숙한 윤석열다움을 전혀 찾을 수 없다. 큰 울림을 주었던 그의 어록 몇 개를 떠올려보자. 댓글수사를 하다 좌천된 후 국회에 불려 나와선 추궁하는 당시 여당의원들에게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팀당으로 참여할 때 보복수사 가능성을 묻는 기자에게는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라 답했다. 윤중천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기사가 나온 후 검찰 간부들에게 “나는 건설업자 별장에 가고 어울릴 정도로 대충 살지 않았다”고 했다. 오늘의 윤석열을 만드는데 일조한 발언들이다.

윤석열 후보는 이번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그리고 실제 본인이 고발 사주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면, 정말로 결백하다면 앞선 발언들 이상의 결기와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직접 나서야 한다. 진실 규명에 협조하고 후보직을 걸어야 한다. 어차피 고발 사주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후보직을 유지하기 어렵다.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더라도 의혹이 계속 따라다니면 대선 캠페인을 끌고 가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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