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 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연일 '막말'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홍 트럼프'(홍준표+트럼프)가 그의 새로운 수식어가 됐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탄핵' 이후 구심점을 잃은 보수적 표심의 결집을 꾀하기 위한 홍 지사의 계산된 대선 마케팅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오랜 막말 전력을 돌이켜보면 말 그대로 '홍준표 본색'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현처럼 자살도 검토하겠다"
"문재인?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
홍 지사는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설화를 잇따라 겪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대법원 판결을 남겨 둔 홍 지사는 지난 18일 경북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0.1%도 가능성이 없지만, 유죄가 되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해 비난을 샀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며 "바로 옆의 비서실장이 그 내용을 몰랐다면 깜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 전 대표를 겨냥한 홍 지사의 이러한 발언에 야당은 "막말과 억지 정치의 재개", "패륜적 욕설"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팩트를 얘기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방송사 앵커에게 "박근혜 비판하다 잘렸지?"
"다음에는 기분 좋은 질문을 해달라"
이후 2일 SBS 8뉴스에 출연한 홍 지사는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김성준 앵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자꾸 별로 기분 안 좋은 질문만 하는데, 김 본부장(앵커)은 박근혜 대통령 비판하고 잘렸다가 언제 돌아왔느냐"고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에 김 앵커는 "그런 일은 전혀 없다"며 "지금 그런 말씀을 나눌 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으나 홍 지사는 "잘렸다가 이번에 돌아온 것이냐"고 거듭 추궁했다. 그는 "다음번에 올 때는 기분 좋은 질문을 해달라"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홍 지사가 자신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불편한 질문이 나오자 앙심을 품고 언론사의 인사 문제를 들어 무례한 역공을 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 지사가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질문을 하는 방송사 앵커에게 거친 발언을 한 사례는 이후에 또 있다. 지난 8일 YTN '호준석의 뉴스인'에 출연한 그는 '국가지도자는 언행이 정제돼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이나 트럼프가 정제된 언행을 구사했느냐"며 "자기 생각을 솔직히 전달하는 게 지금의 시대다. 자꾸 지도자의 품격을 얘기하면 (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자꾸 품위 찾으려면 다른 데 가서 찾으라.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역정을 냈다. 이에 앵커가 '대통령 되려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렇지 않은 대통령도 많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아치 친박이 내게 덮어씌워"
지난달 16일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홍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은 '친박'(친박근혜) 세력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양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홍 지사는 "2015년에 돈 줄 이유가 없는 사람이 저한테 돈을 줬다고 (친박이) 덮어씌웠다"며 "일부 '양박'들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도적으로 제 사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박'은 양아치 같은 친박이라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쓰레기가 단식한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홍 지사는 지난해 7월 12일에는 경남 도의회 입구에서 '홍준표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 여영국 도의원을 향해 "2년 더 단식해보라"며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폭언을 했다. 또 사과를 요구하는 여 의원에게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응수했다. 이에 경남의 야권이 일제히 반발하며 사퇴를 촉구했으나 도리어 홍 지사는 여 의원을 겨냥해 "더 이상 이러한 무뢰배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밖에도 홍 지사의 막말 논란은 아래와 같이 수도 없이 많다.
▲2017년 3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에게 "상대할 가치 없는 어린애"
▲2012년 12월 종편 방송국 경비원에게 "넌 또 뭐야? 니들 면상 보러 온 거 아니다. 네까짓 게"
▲2011년 7월 질문하는 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
▲2011년 11월 기자들과의 만찬에서 "이달 내에 FTA 통과되면 기자 안경을 벗기고 '아구통'을 한 대 날리기로 했다"
▲2011년 10월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 같잖은 게 대들어서 패버리고 싶다"
▲2011년 6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자기 성깔에 못 이겨 가신 분"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전 TV토론회에서 나경원 의원에게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안 된다"
▲2009년 민주통합당 추미애 의원에게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든지 (의원)배지 떼라"
신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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