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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한껏 띄운 언론들, ‘조국처럼 검증’은 무리인가

기사승인 2021.08.26  17: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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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한 의혹들에 평균적인 검증과 상식적 수사 요구하는 논조, 무리인가

“윤희숙 의원의 정치철학이나 그 연장 선상에서 내놓은 구체적인 정책(방역 등)에는 동의 못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일가의 부동산 의혹에 대응하는 방식(의원직 사퇴, 대선 불출마)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따져볼 만한 대목이 많고, 본인이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자신의 부동산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 화를 내면서 기어이 꼼수로 배지를 단 ‘흑석 선생’이나 일가의 명백한 비리에도 장관 자리에 연연한 ‘조국 선생’과 비교해도 단연 돋보인다. 지금 윤 의원의 퇴장에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겠지만, 훨씬 더 큰 정치인으로 돌아올 듯.”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지난 25일, ‘조국 흑서’ 저자 중 한 명인 강양구 기자가 본인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같은 ‘조국 흑서’ 저자이니 진중권 동양대 교수 역시 이날 윤 의원의 사퇴 보도를 공유하며 “잘 하셨다. 나중에 더 크게 쓰일 것”이라면서 “민주당도 권익위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윤 의원 사퇴를 두고 민주당을 조롱한 이는 또 있었다. 

   
▲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포기와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희숙 의원. 대단한 승부사, 공격수다. 탈당 의사가 아니다. 사퇴의사. 의원 사퇴 국회 본회의 의결이 가능하겠나. 더불어민주당~ 가결할 수 있으면 해 봐라. 니들이 자격 있어? ㅎㅎ 민주당은 진퇴양난. 경제 분야의 철학과 공격법은 '세련된 전희경'이라고 보았는데, 정치적 셈범과 공격력은 인정!” (같은 날 권경애 변호사 페이스북)

일부 언론은 이 같은 ‘조국 흑서’ 저자들의 소셜 미디어 상 민주당 비판 글을 기사화하며 윤 의원의 사퇴에 명분을 실어주고 치켜세우는데 활용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반전 중이다. 25일 오후부터 윤 의원 부친이 2016년 매수했다는 3천 평 넘는 세종시 땅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특히 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윤 의원과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다(☞관련기사 : 양이원영 “날 연좌제로 묶은 지 반년도 안 돼 부당? 참 국힘답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였던 양 의원은 앞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모친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이 제기돼 지난 6월 당으로부터 출당 조치를 당한 바 있다. 그렇다면, 25일 이후 윤 의원을 상찬했던 언론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책임정치’, ‘정치품격’ 윤희숙 한껏 치켜세운 언론들 

“윤 의원의 선택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더 큰 정치적 꿈을 위해 사퇴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사퇴쇼’라 비난하고 있다. 또 지역구 의원의 사직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확정되기 때문에 윤 의원의 사직이 실현될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잠시 물러나 있다가 복귀한 전례가 없지 않다. 혹여 윤 의원도 그런 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권익위 발표 직후 의원들의 소명만 듣고 면죄부를 준 국민의힘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여권도 당내 의원들의 도덕성 문제에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 윤 의원의 사퇴가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도덕률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거래도 더욱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

26일자 경향신문의 <윤희숙의 의원직 사퇴 선언이 정치권에 던진 파장>이란 사설의 결미다. 경향신문은 “윤 의원의 사퇴는 작금 정치권의 도덕적 수준과 행태에 비교하면 판이한 대응이다. 어떤 정치적인 계산이 있는지 몰라도 일단 신선하다”면서 위와 같이 윤 의원을 치켜세웠다. 

이날 <경향>은 김두관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의 KDI 전수조사 주장을 기사화한 것을 제외하고 윤 의원 관련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의혹보다 상찬에 집중한 언론도 있었다. 역시나 조선일보였다. 같은 날 <윤희숙 의원이 보여준 염치와 상식> 사설에서 윤 의원을 한껏 상찬한 조선일보는 지면 5면 기사에선 <윤희숙 부친이 매입한 농지 5년간 3배 올라>란 의혹을 전하기도 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날 1면 <책임있는 정치란 무엇인가… 윤희숙, 의원 사퇴로 답하다> 기사와 5면 2개 기사를 통해 윤 의원에게 ‘책임정치’란 이미지를 부여한 조선일보가 정작 전날(25일) 제기된 관련 의혹은 단신 기사로 애써 축소하는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 의원 부친 농지가 산업단지와 가까운 편이라며 ‘주변 개발 차익을 노리고 매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7년 8월 윤 의원 부친 땅에서 직선거리로 1.8㎞ 떨어진 곳에 세종미래산업단지가 준공됐다. 이곳은 윤 의원 부친이 땅을 사기 2년 전인 2014년 산업단지로 지정 고시됐다. 1936년생인 윤 의원 부친은 세종시 논을 매입할 당시 80세 나이로 서울 동대문구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사이트를 보면, 윤 의원 아버지가 세종시 논을 사기 두 달 전인 2016년 3월 거래된 전의면 신방리 농지는 평(3.3㎡)당 18만원 수준이다.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윤 의원 부친 땅의 현재 평당 시세는 50만~60만원 정도인데 이 정도 상승 폭은 전의면 토지의 일반적인 가격 상승 수준’이라고 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과의 비교도 빠지지 않았다. 이날 ‘조중동’이 공히 윤 의원 사퇴를 사설로 치켜세운 가운데 중앙일보 <부동산 투기 의원들 부끄럽게 한 윤희숙의 사퇴>, 동아일보 <“정치인 도덕성 평가 포기 안돼”… 의원직 사퇴 선언한 윤희숙>), 세계일보는 <의원직 사퇴한 윤희숙과 대비되는 김의겸의 처신>을, 매일경제는 <윤희숙과 김의겸의 엇갈린 행보, 정치인의 책임윤리를 생각한다>는 사설을 내놨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국처럼 검증하라’는 무리한 요구일까  

한편 이날 오전 전북도의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윤 의원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사퇴 선언을 한 윤희숙 의원 문제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수사를 통해서 실체가 밝혀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홍 후보는 “같은 당 의원의 일이라 난감해서 일체 말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특수본에서 누구 돈으로 땅을 샀는지 자금 출처와 함께 자금 추적도 할 것이고, 어떤 경위로 사게 됐는지 등을 수사하면 실체가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홍 후보의 평가를 옮겨온 것도 사실 언론 때문이다. 특수본 수사를 강조하며 나름 원칙을 강조한 홍 후보가 “부친의 땅 구매를 딸의 책임으로 몰아 ‘연좌제’를 적용하는 것은 심한 처사”라면서도 “본인이 관련됐는지 여부만 따져보면 된다”는 주장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과연 ‘윤희숙의 책임정치’니 ‘정치의 품격’ 운운하며 윤희숙 의원을 치켜세웠던 언론들이 윤 의원에게 이 정도 검증을 이어갈 수 있을까. 적지 않은 언론들이 본인들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기 않기 위해서라도 전날 쏟아낸 상찬을 손바닥 뒤집는 논조를 가져가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명심할 것은 원칙이다. 우리 언론들이 ‘조국처럼 검증하라’는 여권 일각의 요구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상당한 의혹이 제기된 윤 의원을 향한 무조건적인 상찬이 아닌 평균적인 검증과 상식적인 수사를 요구하는 논조를 유지해야 마땅한 것 아니겠는가. 국민의힘과 함께 언론중재법 결사반대에 나선 우리 언론들에겐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적어도 우리 레거시 미디어들은 ‘조국 흑서’ 저자들과 수준과 품격이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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