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지사는 두 번의 제주도지사와 세 번의 국회의원을 경험하며 실무와 정무 실력을 쌓아왔다.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뒤 학생운동에 매진했던 원 지사는 뒤늦게 사법고시를 통과해 법조인 생활을 시작했다. 원 전 지사는 “본선 경쟁력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후보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여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꼽은 원 전 지사는 “‘지사 찬스’를 쓰는 것은 나의 양심과 공직 윤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지사직을 내려놨다”며 “이재명 지사의 황교익 경기도관광공사사장 임명이라든지, 12% 상위층에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리겠다든지 하는 것들은 ‘지사 찬스’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최근 이준석 대표의 ‘윤석열 정리’ 발언을 폭로한 배경을 두고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당 대표의 가장 큰 임무”라며 “후보로서 겪어보니 이 대표가 불공정 경선의 중심에 있다고 확신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 전 지사는 “이준석 대표가 지금이라도 본분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원 전 지사는 최근까지 이 대표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취해왔고,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 결정을 존중해왔다. 원 전 지사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일각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원 전 지사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라고 일축하는 동시에 끝까지 경선 완주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출마 계기를 들어보고 싶다.
“문재인 정부 무능과 ‘내로남불’ 위선이 국민들을 절망케 하는 것을 보면서 정권교체가 절박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권에선 이재명이라는 후보를 내세워 지금 정부보다 더 나쁜 정부가 들어서게 할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 이재명을 꺾을 본선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재명과의 토론이든 도덕성이든 모든 부분에서 자신감을 갖고 출마했다.”
―출마선언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모든 것을 되돌려 놓겠다”고 했다. 가장 시급한 건 뭐라고 보나.
“경제, 정치, 외교, 안보 다 해당한다. 가장 시급한 건 집값으로 대표되는 민생 정책을 가장 먼저 돌려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희룡표 부동산 정책은 뭔가.
“우선 공급을 충분히 해야 한다. 공급이 많다고 내 집 마련이 쉬운 건 아니다. 여기서 국가 지분 투자 주택이라고 하는 ‘국가 찬스’를 쓸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정부가 지분의 반을 투자해서 국민의 원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면 반만 융자를 받아서 내 집 마련할 수 있다.”
―제주도지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은.
“첫째로 전기차 천국으로 만든 ‘탄소 없는 섬’ 정책이다. 두 번째론 전임 지사 때 물밀 듯 밀려오던 중국 자본의 난개발을 과감히 차단해서 지금의 아름다운 제주, 핫플레이스를 만든 것이다. 하나 더 꼽는다면, 다가오는 인공지능(AI)·디지털 세상에 우리 청년들을 대비시키기 위해서 ‘더 큰 내일’ 센터라는 곳에 창업 전문 청년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정착시킨 것이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꼽고 싶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00조 원 규모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한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올해 세금이 더 걷힌 것만 해도 상반기 47조 원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찔끔찔끔 추경한 것이 벌써 40조 원이 넘어간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영업을 못 하게 한 결과 자기 잘못 없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0조 원 가운데 첫해엔 50조 원을 조성해 먼저 손실 보상하고, 그다음 자영업자의 업종 전환이라든지, 재교육 훈련을 돕는다든지 경쟁력 강화에 매년 10조 원씩 투입할 생각이다. 100조 원이 규모가 커 보이지만, 임기 내 지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금액이 아니다. 전국민재난지원금이라든지 어디로 새는지도 모르는 선심성으로 쓰는 이 부분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일으킨다는 명확한 목표에 쓴다면 현실성 있다고 본다.”
―대선 출마를 위해 제주도지사직을 내려놨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경선과 지사직 병행은 불가능하다는 게 내 경험에 의한 판단이었다. 지사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혜택이나 권한을 경선을 위해서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소위 ‘지사 찬스’를 쓰는 것은 나의 양심과 공직 윤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또한 지사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지사직과 경선을 함께하는 것이 어렵다. 업무를 빙자해 사실상 경선 운동을 하는 편법이 많이 쓰이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지방 출장을 형식적인 MOU(양해각서)로 처리한다든지, 떳떳하지 않은 방식이다. 황교익 경기도관광공사 사장 임명이라든지, 12% 상위층에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리겠다든지 하는 것들 또한 자기의 정치적인 목적에 의한 지사 찬스 남용이라고 본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이재명이 집권했을 때의 ‘집권 농단의 예고편’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최순실 사태 때 ‘자기와 가깝다고 해서 자리를 주는 것은 최순실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황교익을 임명한 이재명 지사에게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다.”
―8월 10일 이준석 대표에 “오만과 독선의 당 운영을 멈추라”고 했다. 문제를 제기한 이유가 뭔가.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당 대표의 가장 큰 임무다. 그러려면 대표가 아이디어 기획이라든지, 규칙을 짜는 과정에 개입해서 의혹을 사면 안 된다. 이 부분에 있어 충언도 하고, 경고도 했지만 이 대표가 이 부분을 계속 무시했다. 본인이 경준위 논의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후보의 의견 취합 없이 일방통행하고 있는 서병수 경준위원장을 선관위원장으로 앉히려고 한다. 이것을 보면서 이 대표가 불공정 경선의 중심에 있다고 확신했다. 이 부분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준석 대표가 지금이라도 본분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이 대표가 당 대표 후보로 나왔을 때 응원과 지지를 보냈고, 최근까지도 그러지 않았나.
“그 전엔 안 겪어 봤으니 몰랐다. 이 대표의 젊고 참신함이 우리 당의 변화에 도움이 된다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직접 부딪혀 보니까 당 대표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있어 완전히 뒤죽박죽이다. 자기 마음대로다.”
―8월 10일 이준석 대표를 비판한 뒤 통화가 이뤄졌나.
“그렇다.”
―누가 먼저 전화를 했나.
“내가 했다.”
―8월 10일 ‘저거 곧 정리됩니다’ 발언이 나오기 전 이준석 대표와 어떤 대화를 했나.
“시시콜콜 옮기는 걸 바라지 않는다. 다만 통화 내용의 골자를 말씀드리면 내가 (이 대표에게) ‘왜 대외 투쟁을 안 하느냐’라든지, 왜 대표가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어야 하고 경선에 관여하면 안 된다든지, 서병수 위원장이 후보들에게 의견 취합을 전혀 안 하고 일방적으로 밀고 가는 건 옳지 않다든지, 이 같은 얘기를 했다.”
―이준석 대표는 어떤 얘길 하던가.
“윤석열 캠프에 대한 분노 어린 비판을 많이 했다. 윤석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떨어진다. 정리된다. 지지율이 오르고 있으니 축하한다. 골자만 가져오면 이런 흐름이었다. 말을 할 때 어감이라는 게 있다. 윤석열이라고 표현이 안 돼 있고, 저거라고 표현이 돼 있는 것 가지고 논란이 있다. 또 ‘저거’는 추상적인 갈등을 말하는 것이고, 추상적인 갈등이 정리될 것이라는 말이라고 하는데, 그건 이 대표가 자기 해석을 갖다 붙인 거다. 난 기억과 양심에 의해서 얘길 하는 거다. 양심을 건다는 건 모든 책임을 다 진다는 뜻이다.”
―통화 원본 공개를 요구했는데, 파장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왜 공개하라고 했느냐면, 어젯밤(17일) 이 대표가 녹취록이라고 해서 중간 중간 오타가 많은 녹취를 공개했다. 국민이 잘못 이해하거나 의미 자체가 잘못 유도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전문을 공개하라고 한 거다. 어차피 녹취를 공개했는데, 원본을 공개 못 할 이유가 뭔가. 전체를 공개하지 못하겠으면 어제 공개한 그 부분만이라도 원본을 공개하라는 거다. 그 부분만이라도 원본이 나오면 의미가 명확해질 거다.”
―어떤 의미인가.
“‘저희하고’(‘저거 곧 정리됩니다’ 바로 전에 있는 발언 바로 직전에 있었던 말)가 아니라 ‘저희라고’가 맞다. 저희하고는 인공지능이 잘못 쓴 거다. 무슨 얘기냐면, 이 대표가 한 말은 ‘윤석열 캠프에 이런저런 것들이 막 있다. 저희라곤 뭐가 없는 줄 아냐’ 이런 뜻이었다.”
―이준석 대표와의 통화 녹음 안 하셨나.
“휴대전화를 삼성 기종을 쓰지만, 녹음을 하진 않았다. 평소 자동 녹음 설정을 해두지 않는다.”
―녹취 파일 갖고 계시지 않은 것인가.
“거기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겠다.”
―이준석 대표가 유승민 후보를 지지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 점 인지하고 있다. 이 대표,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게 의혹이라면 왜 그 의혹을 해소하지 않나. 일반인이라면 상관하지 않고 살 수 있다. 당 대표와 정치지도자의 경우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하자가 있는 거다. 이 대표는 당 대표의 무게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준위가 마련한 행사에도 참석했고, 최근 토론회 일정이 정해지자 “준비가 안 됐으면 다음에 나오라”며 윤석열·최재형 후보를 겨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갑자기 태도가 바뀐 것을 두고 윤석열 후보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다. 최재형 같은 대법원장, 윤석열 같은 법무부 장관을 두고 야권이 크게 원팀이 돼서 국정 운영 어벤져스를 만드는 게 내 꿈이다.”
―대선 경선 완주하나.
“당연하다.”
―하태경 의원이 경선 예비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하태경 의원은 왜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후보와의 녹취를 공개했을 땐 왜 입 다물고 있었느냐, 선택적 비판은 그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끝으로 왜 원희룡이어야 하나.
“국회의원 3선과 도지사 재선을 거치며 국가 운영의 비전과 그것을 해낼 수 있는 경험으로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다. 또 개인적인 도덕적 흠집이나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비전 면에서 여권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과 맞대결에서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본선 경쟁력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후보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