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자초한 이준석, ‘녹취록 공개’ 파문…‘믿고 대화할 상대 아니다’ 인식 확산

김영일 기자 / 기사승인 : 2021-08-18 18:44:11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행사 전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윤석열 정리’ 논란을 야기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또 다른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의 통화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 대표는 녹취파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윤석열 정리’ 논란을 반박하고자 원희룡 예비후보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함에 따라, 윤 예비후보와의 통화 녹취파일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이 대표가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해 원 예비후보와의 통화 녹취파일까지 공개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불신이 커지는 모양새다.

윤석열과의 통화내용 녹음한 이준석?…李 측 “휴대폰 자동녹음 기능”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추진 중인 대선 후보 토론회 관련 “당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면 ‘탄핵’도 되고 그런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신지호 실장의 이 같은 언급은 ‘수틀리면 이준석 대표를 탄핵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풀이됐고, 안 그래도 살얼음판이었던 ‘이준석-윤석열’ 갈등구도를 더 악화시키는 양상으로 번질 뻔 했으나, 다음날이었던 지난 12일 윤 예비후보가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캠프 내 관계자를 엄중히 문책했고,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아무 이야기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하면서 탄핵발언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윤석열 예비후보의 전화를 받았지만 거기에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없었다”며 불만을 내비쳤고, 공교롭게도 윤 예비후보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없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이 대표와 윤 예비후보 간 통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유출돼 파장이 일었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가 일부러 녹음한 게 아니라 휴대폰 자동녹음 기능이 있어 녹음된 것이라 해명했다.

지난 14일자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일부러 녹음한 것은 아니고 사용하는 휴대폰에 자동녹음 기능이 있어서 녹음이 된 것”이라며 “실무진이 녹취를 풀었는데 이것이 실수로 밖으로 흘러나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음내용은 지난 12일 이 대표가 밝힌 것과 같은 내용으로 특별히 문제될 내용은 없다”고 부연했다.

<뉴스1>은 또 다른 관계자를 인용해 “자동녹음 기능으로 녹음된 것은 맞으나 이를 문서화한 녹취록은 전혀 없다”며 “녹취록이란 게 있다면 당일 이 대표와 실무진들이 기자들과 통화한 내용을 누군가 짜깁기 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대표 측의 이러한 해명은 비판을 불러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4일자 페이스북에서 “이준석이 윤석열과의 통화를 몰래 녹음해 기자들에게 돌렸다는 소문이 떠도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건 기본적인 인간적 신뢰에 관한 문제. 무슨 의도로 저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라며 “해명이란 게...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 꼬집었다.

전여옥 전 의원도 15일 블로그를 통해 “정권교체에 목마른 국민들을 바보 취급한 것”이라며 “어느 당 실무자가 실수로 한 당 대표와 대선 후보 전화 녹음을 실수로 풀어내고, 실수로 유출하고, 기자들에게 실수로 쫙 뿌릴 수 있는가. 당 실무진을 억울한 희생양으로 삼을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측근 해명과 결을 달리하는 이준석 “녹취파일 존재하지 않는다”

측근의 해명에 날선 비판이 뒤따르자, 이준석 대표가 직접 나서 해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자 페이스북에서 “유출됐다는 ‘녹취파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작성하고 유출된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해당 일자(12일)에 윤석열 후보와 나눈 대화는 60여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저에게 당일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집중 취재가 들어왔고, 대화가 길지 않아 대부분의 내용이 취재과정에서 언론인들에게 전달됐고, 그런 구두로 전달된 부분들이 정리돼 문건화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윤 예비후보와의 통화내용이 녹음된 녹취파일이 존재하지 않기에 이를 문서화한 녹취록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고, 기자들이 이 대표에게 취재한 내용이 정리돼 문건화 됐다는 것.

다만, 이 대표 측 인사들과 이 대표의 해명에는 온도차가 있다.

<뉴스1>이 취재한 이 대표 측 인사들은 녹취록 존재 여부에는 의견을 달리 했지만, 이 대표가 사용하는 휴대폰에 자동녹음 기능이 있어서 윤 예비후보와의 통화내용이 녹음됐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을 같이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선 이 대표는 녹취파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원희룡 “통화녹음 파문에 말 바꾸는 위선적인 모습”

이처럼 윤석열 예비후보와의 통화 녹취파일 존재 여부를 두고 이준석 대표와 이 대표 측이 다소 엇갈리는 해명을 내놓은데 대해, 한편에서는 ‘말 바꾸기’라 지적하면서 이 대표가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이 대표와 원희룡 예비후보는 지난 12일 전화통화를 했는데, 당시 이 대표가 ‘윤석열 곧 정리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게 원 예비후보의 주장이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17일 밤 원 예비후보와의 통화 녹취록(8월 10일자)을 공개하며, 정리의 대상은 윤석열 예비후보가 아니라 본인과 윤 예비후보 간 ‘갈등’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자 원 예비후보는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곧 정리된다’는 이 대표의 발언 대상은 윤 예비후보였다며 재반박에 나섰다.

원 예비후보는 “이 대표는 지난 윤석열 후보와의 전화통화 녹음 파문에서 말을 바꾸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며 “이번에도 부분 녹취록, 정확하지도 않은 인공지능 녹취록을 일부만 풀어서 교묘하게 비틀어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원팀캠프 박용찬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 대표가)당내 후보들에 대해 쉴 새 없이 쏟아내는 폄하와 비난도 모자라 ‘전화통화 녹취록’ 파문에서도 보여줬듯이 수시로 말을 바꾸는 위선적인 행각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공정한 경선을 치를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오늘 저녁 6시까지 원희룡 후보와의 전화통화 녹음파일 원본을 공개하라. 그리고 말 바꾸기 논란을 받고 있는 윤석열 후보와의 전화통화 녹취 논란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공개한 원희룡 예비후보와의 통화내용 녹취록.

 

불신의 정치 자충수…‘이준석은 믿고 대화할 상대 아니다’ 인식 확산

이준석 대표의 휴대폰에 자동녹음 기능이 있고, 따라서 이 대표와 윤석열 예비후보 간 통화내용이 자동으로 녹음됐다면 ‘녹취파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대표의 해명은 거짓말이 된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 원희룡 예비후보와의 통화내용 녹취파일은 남아있지만 윤 예비후보와의 통화내용 녹취파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신뢰성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해 사적인 통화내용 녹취파일까지 공개하는 이 대표에게 어느 누가 흉금을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시도하려하겠는가. 정치권에 ‘이준석은 믿고 대화할 상대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 

 

당 안팎에선 이번 녹취록 공개 파문을 두고 이 대표의 당내 입지를 더욱 좁히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 더퍼블릭.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영일 기자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다른기사보기
인생은 운칠기삼! 진인사 대천명!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
  • 카카오톡 보내기

더퍼블릭

서울시 강서구 양천로 401 강서한강자이타워 B동 909호

인터넷신문 : 서울, 아02384 | 등록일 : 2012-12-11

발행인 : 김영덕 | 편집인 : 이정우

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 : 김영일

대표전화 : 02-6091-0123

email: thepublic3151@thepublic.kr

© 더퍼블릭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