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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증언

이종우 국기원 부원장의 ‘태권도 과거’충격적 고백!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입력
2004-10-27 17:11:00
이부원장의 입에서 ‘가지치기’라는 말이 나왔다. 이것은 승부조작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라이벌이 될 만한 상대를 일찌감치 탈락시키는 편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선수에게 강한 A선수가 있다면, A를 예선에서 떨어뜨려 한국 선수의 우승을 돕는 것이다. 체육계에서는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당시 일부 투기종목에서 이러한 ‘가지치기’가 있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이것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경우는 없었다.

―2001년 국가대표선발전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도 그게 문제가 됐잖아요. 당시엔 심판들이 특정학교 출신 선수들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설퍼서 그렇죠. 얕은 수를 쓰면 소용없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하니까 다 들통이 나잖아요.”

―한국이 태권도 강국의 위용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가지치기’도 불가피하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무서운 사람이 심판으로 나가면 우리 마음대로 안돼요. 한국하고 결승에 붙은 선수를 그냥 죽이려고 드는 것도 곤란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어느 나라가 강하다는 걸 파악하고 시작해야죠. 심판을 배정하는 것도 기술이에요. 어느 나라가 나오는데, 어느 나라가 결승에 가면 안된다. 그러니까 누구 누구 이렇게 해서 죽이는 거죠.”



―태권도는 예절을 중시하는 스포츠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건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불공정 행위가 아닌가요.

“심판이 장난치면 승부가 뒤바뀝니다. 한번 못 봤다 그러면 그만이고, 자꾸 감점을 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심판 한 명을 이거(손으로 목을 가로지르며) 시켰잖아요. 그 사람이 한국 여자선수에게 감점 줘서 패하게 만들었거든. 내가 심판들 모아놓고 ‘감점 절대 주지 마라. 주의를 줘라, 두 번 주의 주고 세 번째 가서 경고를 줘라’고 말했는데도 그가 감점을 준 거야. 그 경기 끝나고 ‘너 그렇게 하면 안돼. 너 감정 있어?’ 하고 소리치니까 벌써 초죽음이 되더라고요. 그러고 나니까 심판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가지치기’는 냉정하게 볼 때 승부조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공개되면 한국 망신이지만 그건 현실이에요. 예를 들어 한국과 독일이 제일 강할 경우 둘이 붙었는데 독일을 지게 하는 건 아니에요. 그 이전에 독일이 결승에 올라와서 한국과 대결할 경우 불리하겠다는 감이 들면 미리 죽이는 거지.”

―그건 공정한 승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원장님의 말대로라면 한국이 승부조작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태권도 강국의 명성을 유지한다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됩니다.

“이건 국익과 관계되는 거예요. 민감한 사안입니다. 한국 태권도가 망가지면 난리가 나고 선수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요. 요즘 외국선수들 기술이 휙휙 올라가거든요. 한국이 태권도의 주도권을 잡고 있으니까 그런 일이 가능한 거예요. 쇼트트랙의 김동성도 다 그런 거죠. 페어플레이는 없어요.”

―올림픽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제대회에서 이런 불문율이 적용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죠. 주도권 잡은 나라가 언제든지 강국이 돼요.”

스포츠에 강국의 논리가 작용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92바르셀로나올림픽 당시 일본 유도는 대진표가 불리하다며 재추첨을 실시한 일이 있다. 또한 88서울올림픽 때 한국의 어느 복싱선수는 불리한 경기를 펼치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 레슬링에서는 유령선수가 대진표에 무더기로 등록되는가 하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심판매수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구기종목에서도 경기장소 경기시간 대진표 심판배정 등에 강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게 상식이다. 스포츠맨십은 스포츠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경기 외적인 요인은 끊임없이 승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일본 유도도 텃세를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원장께서는 강자라면 그 정도의 특권을 누려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냥 누려도 된다는 게 아니고요. 문제는 민족혼을 살려야 한다는 거죠.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국민적 사기가 크게 올라가잖아요. 그런데 이런 얘기가 인터넷에 뜨면 이거….”

―부원장님이 생각하기에 우리 태권도가 만약 특권 없이 공정하게 대결하면 몇 체급이나 금메달을 딸 것 같습니까.

“잘 봐서 반타작이고 그렇지 않으면 40% 정도. 열 체급 중 네 개는 욕심이고, 여섯 개는 분산될 겁니다. 그러니까 열 개 중에서 세 개쯤 딸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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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