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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증언

이종우 국기원 부원장의 ‘태권도 과거’충격적 고백!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입력
2004-10-27 17:11:00
―지난해부터 김운용 회장의 행보를 보면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오히려 긁어부스럼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재를 털어서 국기원을 지었다’는 발언이 대표적인 경우 아닌가요.

“옛날에는 장관보다 청와대 경호실이 더 셌잖아요. 김운용씨가 경호실 출신이니까 웬만한 업자한테 부탁하면 알아서 다 지원했거든. 땅은 양택식 서울시장한테 얘기해서 기부체납 형식으로 구했고, 건축자재는 도처에서 공짜로 얻었어요. 내가 그때 김운용씨 밑에서 실무를 맡았기 때문에 내막을 잘 알아요. 김회장은 자기 힘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는 생각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한 건데, 매우 경솔한 행동이었죠. 설사 자기 공로가 있더라도 겸손하게 나왔으면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었는데, 그 양반은 그걸 못해. 꼬투리 잡힐 줄 뻔히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거야. 나도 솔직히 그게 불만이에요.”

―이번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김회장의 행동을 어떻게 보세요.

“한번쯤 그 양반의 입장을 생각해 봐야겠죠.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개최지 선정 때부터 여러가지 스캔들이 나왔잖아요. IOC위원장 경선과정에서 IOC측과 갈등도 있었을 것이고. 그러니까 발언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정치적 제스처로 이해해야죠. 그 양반은 직선적인 사람이어서 감정을 숨기지 못해요.

나는 하도 오랫동안 모셨기 때문에 그 사람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어요. 김운용씨는 승부욕과 추진력이 아주 강한 사람이에요. 한국선수단의 성적이 부진하면 가만히 있질 못해요. 국내에서 아들 문제로 시끄러운 데도 욕을 먹어가면서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을 칭찬했다면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었을 거예요.”



이부원장은 김회장의 남다른 승부욕을 강조하면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벌어졌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이 내용을 곱씹어 보면, 한국이 얼마만큼 엘리트 체육에 중독돼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선수단의 메달 수가 적으니까 김운용씨가 심통이 나서 나를 쳐다보고 말도 안해요. 그때 한국이 다른 종목은 다 작살나고 마지막으로 태권도에 희망을 걸었거든요. 김운용씨 얘기가 ‘우리가 4체급에 출전해 금메달 3개를 땄지만, 나머지 4체급은 쿼터제한 때문에 아예 출전도 못했으니까 금메달 4개를 양보한 거나 다름없다’는 거예요. 그런 와중에 주최국 호주가 챙길 걸 다 챙기니까 김운용씨가 열통을 터뜨린 겁니다.

내가 그때 세계연맹 부총재로 태권도 경기의 기술적인 관계를 다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심판을 배정할 때 ‘이 사람은 된다 안된다’ 하는 것을 내가 다 결정하다시피 했어요. 심판들한테 노골적으로 한국을 봐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배 울리라고 등을 친 거죠. 눈치 빠른 놈은 금방 알아듣지만, 둔한 놈은 그런 걸 잘 몰라. 봐달라고 할 수는 없고 그냥 공정하게 해달라고 말했지만, 막상 한국이 지면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왜 그 따위로 심판을 보느냐?’고 소리를 지르는 거죠.”

―한국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공정하게 평가받도록 힘을 썼다는 말씀인가요. 아니면….

“그렇지. ‘공정하게 해라’ 이렇게 얘기하면 다 알고 눈치채거든. 이런 공작을 내가 책임지고 했잖아. 그런 게 없었으면 금메달 하나나 둘밖에 못 따요. 다른 나라가 아니고 한국이니까 그게 통한 거죠.”

―저는 한국선수가 뛴 결승전 세 게임을 모두 지켜보았는데, 한국선수가 내용적으로도 이긴 것으로 여겨지는데….

“결승만 보면 안되죠. 전체적으로 잘 되려면 예선전부터 신경써야 해요. 그래서 그게 간단하지가 않은 겁니다. 소위 작전이라는 게 있어요. 강적은 미리 죽이는 거지. 우리가 죽이는 게 아니라 심판이 죽이는 거예요. 심판에게 ‘공정하게 하라’고 말하면 알아서 그렇게 한단 말입니다. 예선전부터 ‘가지치기’를 해야지 안하면 나중에 곤란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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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