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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증언

이종우 국기원 부원장의 ‘태권도 과거’충격적 고백!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입력
2004-10-27 17:11:00
―태권도계에서는 김운용 회장을 박정희 전대통령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이 컸던 만큼 과도 많았다는 지적인데, 부원장께서는 어떻게 보세요.

“그 양반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한국 태권도가 세계화될 수 없었어요. 태권도인들이 어디 가서 돈 10원 구하기도 어렵던 시절에 윗사람의 힘을 빌려 이 만큼이나마 만들어놓았잖아요. 국기원 지을 때 태권도인이 모금한 게 얼마인지 압니까? 몇 백만원인가 그래요. 창피한 일이죠. 태권도인이 모두 나서서 그것밖에 구하지 못했다니까요. 하긴 나부터도 안 냈으니까. 돈 낼 생각은 안하고 김운용씨 얼굴만 쳐다보던 시절이었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1960년대만 해도 태권도 사범들은 깡패 취급을 받았어요. 내가 명색이 지도관 관장을 지냈는데 42세가 돼서야 장가를 갔습니다. 주먹 쓰는 놈한테는 딸도 안 준다던 시절이에요. 그런 수준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태권도를 만든 겁니다. 그러니까 김운용씨 공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죠.

김운용씨의 과는 간단해요. 그 사람이 지나치게 ‘나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기가 열심히 뛴 건 사실이지만, 태권도인들이 도와주었으니까 가능했던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들어요. 태권도인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또 한가지 김운용씨는 떼거지로 달려드는 데 겁을 내는 사람입니다. 조직력이 강하다 싶으면 그쪽으로 기울어져요. 그러다가 그쪽 얘기만 듣고 문제가 많은 사람을 두둔하다가 대가를 톡톡히 치렀잖아요.”

―부원장께서는 ‘운동연합’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운동연합’이 태권도 발전을 생각하기보다 자기들 감정에 치우친 측면이 있어요. 내가 그 사람들을 잘 모르니까 뭐라고 비판하기는 어렵습니다. 소문은 많지만 남의 말만 듣고 떠들 수는 없잖아요. 한가지 얘기하고 싶은 건 자기들이 김운용을 먹여 살리고 김운용이가 자기네 돈을 집어삼킨 것처럼 말하는데 그건 말이 안돼요. 지금은 그런 걸 따져보았자 감정만 상할 뿐입니다. 이쯤에서 서로 잘못한 건 덮어두고, 잘한 것만 얘기하는 게 좋아요.”

이부원장은 말을 아꼈다. 지난해 ‘신동아’ 인터뷰 때는 이따금씩 김회장을 날카롭게 공격했지만, 이번엔 철저히 김회장을 보호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것은 그가 최근 김회장의 국기원장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무조건적으로 김회장을 추종하는 세력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일종의 ‘비판적 지지론’인 셈이다.

―김운용 회장은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IOC위원으로 활발하게 스포츠 외교를 전개했습니다. 그렇다면 태권도계에서 추앙을 받아야 마땅한데 현실은 다른 것 같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인데요. 우리가 그림 전체를 보고 얘기해야지 일부분만 보고 말하면 안돼요. 나도 그 양반한테 서운한 게 많지만 그건 개인적인 문제예요. 태권도 전체의 덩어리가 어떻게 굴러가느냐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김회장의 가족이 태권도계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래도록 집권하다보면 아무래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일개 군인도 장교가 되면 그 부인이 부대원들로부터 사모님 대접을 받잖아요. 하물며 대장이면 말할 것도 없죠. 군 전체를 통할하는 사람의 부인이니까. 요즘 뉴스에 보면 대통령 아들에 관한 게이트가 쉴새 없이 나오지 않습니까. 제가 구체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고, 그냥 그 정도에서 판단해보세요.”

―지난 번에 인터넷 사업과 관련해서 개인적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 국기원과 세계연맹 사이트를 만들어서 태권도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내가 예산을 뽑아보니까 한 8500만원 들어가겠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업자는 그걸 다 설치해주고 3000만원을 더 내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국기원과 세계연맹이 앉아서 1억1500만원을 버는 거잖아요. 그래서 담당자한테 얘기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변이 없어요. 소문에는 나하고 누구하고 사이가 좋지 않아서 안된다는 거예요. 어찌나 기분이 나쁘던지 ‘이게 무슨 감정 가지고 할 일이야? 사적인 문제를 왜 끌어들여’ 하고 따졌지요.

나중에 알고보니까 김운용씨 아들이 이미 계약을 끝냈다는 거야. 돈도 내놓았다가 찾아갔다는 소리까지 들리잖아. 그래서 ‘내가 명색이 국기원 부원장이고 김운용씨 참모인데 나를 속여? 이런 나쁜 놈의 새끼들’ 하고 한바탕 욕을 퍼부었지.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나도 이해했을 거야. 아들이든 누구든 사전에 계약했으면 도리가 없는 거니까. 그런데 그게 무슨 비밀이라고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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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