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시행 2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일본과의 소재·부품 교역에서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의 소재·부품 적자는 대일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이다.

27일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은 일본과 무역에서 100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74억달러보다 35% 늘었다. 일본으로의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많이 증가한 탓이다. 이 기간 대(對) 일본 수출은 117억달러로 작년보다 6.6% 늘었지만, 수입은 217억달러로 17.8% 급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 공정 시찰실에서 불화수소 세척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 공정 시찰실에서 불화수소 세척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한국의 무역 적자 1위 국가로, 일본과 교역에서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연간 200억∼300억달러 규모의 적자를 냈다. 그러다 수출 규제와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로 2019년 16년 만에 최저치(192억달러)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209억달러로 늘었다.

무역적자가 다시 확대된 것은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중간재를 수입, 가공해 수출하는 무역구조로 반도체 수출 등의 호조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전자 및 기계 부품 등 소재·부품 수입도 늘면서 무역 적자 폭도 커진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 들여온 중간재는 이 기간 137억달러로 작년보다 14.8% 늘었다. 일본으로부터 전체 수입액 217억달러 가운데 중간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문제는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일본의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올 1~4월 우리나라와 일본의 무역실적으로 보면, 전자부품(19억200만달러), 일반기계 부품(64억4000만달러),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13억100만달러),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5억7800만달러) 등의 적자 폭이 컸다.

일본 소재·부품 수입 비중은 2003년 28.0%로 최고점을 찍은 뒤 차츰 낮아져 2014년 18.2%를 기록했다. 이후 17%대에 머물다가 2019년 15.9%로 떨어졌다. 반면 대만으로부터 수입 비중은 지난해 8.3%에서 올해 9.3%로 올라갔고, 중국 수입 비중도 29.1%에서 30.1%로 높아졌다.

우리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직후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기술 국산화 지원과 투자, 공급망 다변화에 적극 나섰다. 이에 일부 기업들이 반도체 관련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핵심 품목의 수입처도 다변화되는 성과도 거뒀다.

한국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직후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기술 국산화 지원, 투자·공급망 다변화에 적극 나섰다. 지난 2일에는 한미반도체가 그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반도체 패키지용 ‘듀얼척 쏘’(Dual-chuck Saw) 장비를 처음으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SK머티리얼즈는 순도 5N(99.999%)급 불화수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불화폴리이미드의 양산에 돌입한 바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일 무역적자가 5개월 만에 1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연간 적자 규모도 일본 수출 규제와 불매운동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산화와 부품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일본에 첨단 기술을 의존하고 있다. 정부의 소부장 정책이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