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 진짜 믿었는데 이럴 수가 있나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여고 동창생인 권모(44)씨의 현란한 말에 속아 18년 동안 8억여원을 뜯긴 김모(44)씨는 아직도 속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20년 가까이 한 친구의 말과 행동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것에 치를 떨었다.
5일 사기 혐의로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구속된 권씨는 인면수심(人面獸心) 그 자체였다. 1997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런저런 거짓말로 김씨로부터 2389차례에 걸쳐 뜯은 금액만 8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경찰이 확인한 액수이고, 김씨가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12억∼13억원에 달한다.
김씨는 직장생활을 하던 94년 단짝 친구를 통해 권씨를 알게 됐다. 권씨가 97년 7월 김씨에게 친구의 교통사고 합의금과 사채업자에게 갚아야 할 급전이 필요하다며 700만원을 빌리게 되면서부터 둘의 악연은 시작됐다.
당시 김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며 회사에서 번 돈으로 가족의 생활비를 보태고 대학까지 졸업한 성실한 여성이었다. 김씨는 심성까지 여려 친구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권씨는 이런 김씨에게 가족과 함께 살면 칼부림 등 흉흉한 일이 생기고 ‘물장사’를 해야 하는 팔자라는 이유로 유흥주점에서 일하게 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권씨는 김씨에게 2차(성매매)까지 가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매일같이 유흥주점에서 일하면서 번 돈을 권씨에게 꼬박꼬박 보냈다.
김씨가 노예 같은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는 사이 권씨는 받은 돈으로 호화생활을 했다. 명품 가방과 가죽지갑에 명품 시계까지 착용했다. 권씨는 부산 강서구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며 VVIP 고객으로 부산 유수의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을 버젓이 했다.
부산=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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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동창생에게 18년간 8억원을 뜯어낸 권모씨의 집 금고에서 나온 현금. 검거 당시 집 금고에서 현금 7000만원이 발견되는 등 권씨는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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