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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짐승만도 못한 22년 삶 노예 할아버지 충격 "빼앗긴 인생 누가 찾아주나"(SOS24)

입력 2008. 12. 24. 08:52 수정 2008. 12. 2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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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미혜 기자]할아버지는 이름도 없이 서씨라고 불렸다. 60대 중반의 할아버지는 평생 주민등록증도 가져보지 못한 채 그저 노동의 의무만 지고 살았다. 매 끼니 식사라고는 맨밥에 덜렁 김치 하나, 목이 마를 때면 수돗물로 목을 축이고, 언제나 트럭 짐칸을 자신의 자리인 것처럼 인간 이하의 천대를 받으며 20년 세월을 살아왔다.

23일 방송된 SBS '긴급출동 SOS 24'에서는 20년 비닐하우스 노예처럼 살아온 서문발 할아버지 사연을 소개했다. 아들뻘 되는 주인집 아들이 "나가자"라며 반말을 해도 익숙한 듯 엉거주춤 걸음을 옮기는 낡고 허름한 행색의 할아버지, 그가 바로 서문발 할아버지였다.

주인집 가족들은 "교통사고를 당해 뇌를 다쳐 집도 기억 못한다"며 할아버지를 데리고 있던 20년간 단 한번도 가족을 찾아줄 생각도 하지 않았고, "돈의 가치를 모른다"며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번도 임금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 사실을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또 할아버지는 예전 개를 키웠다는 개 집에 보관하는 지정 밥그릇에 국과 밥, 반찬을 한 데 담은 개죽 같은, 밥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것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예전에 한번 몰래 도망간 적이 있었는데 결국 끌려왔고, 심지어 사람 팔뚝만한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적도 수차례라는 것이다.

게다가 할아버지의 기억을 더듬어 추적한 고향마을은 주인집과 불과 40분 거리. 20여년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줄로만 알고 살아온 남동생과 여동생은 노동에 지친 할아버지의 모습에 "개짐승만도 못한 생활을 하고 있네요"라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한달음에 달려간 가족들은 드디어 주인집에서 할아버지를 탈출시켜줬다. 인생을 찾아줬다.

오랜 기간 부실하게 배를 채웠던 할아버지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불고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먹었고, 언제 빨았는지조차 모를 속옷을 벗어 던지고 따뜻한 물로 깨끗하게 가슴 속 상처를 씻어냈다. 스스로를 22살이라고 말하며 "아직 결혼 안했으니 총각이에요. 장가가면 잘 살아야지"를 연신 되뇌이는 할아버지. 20대 가장 행복하던 시절에 기억이 멈춰있는 할아버지 모습은 절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한편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게시판에 350여개가 넘는 글을 남겼다. 시청자들은 "남의 눈에 눈물 나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 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보는 내내 안하무인 주인집 행태에 욕이 절로 나왔다" "주인집 가족은 인간도 아니다. 저건 짐승이다. 구속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죄, 살인보다 더 큰 죗값을 치러야 한다" "방송보고 처음으로 울었다"며 20년간 할아버지를 노예취급한 주인 가족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미혜 macondo@newsen.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www.newsen.com)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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