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에서 발생한 '현대판 10대 노예' 사건의 피의자가 구속됐다. 20일 경북 영천경찰서는 “사망한 남편 동료의 자녀를 키워주면서 수시로 폭행하고 유족연금을 가로챈 혐의로 주부 A(여·40)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4일 오전 2시쯤 영천의 한 아파트에서 B(18)씨의 얼굴과 몸에 수차례 뜨거운 물을 부어 2도 화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물이 끓는 걸 제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가 뜨거운 물을 몸에 부었다"며 "A씨가 물을 붓고 나서 '다 네가 잘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B씨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인근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현재 대구의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다.

B씨 가족은 2013년 덤프트럭을 몰던 아버지가 사고사를 당하면서부터 A씨 부부와 함께 살았다. B씨가 13살 때였다. 아버지와 A씨의 남편은 같은 직장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B씨는 A씨를 '이모'라고 불렀다.

B씨는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A씨 집에서 지내 왔다. 폭력이 시작된 것은 2014년쯤, A씨가 운영하던 치킨집이 망하면서부터였다. B씨는 "A씨가 '묻는 말에 대답을 잘 못한다', '거짓말을 한다'며 수시로 때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주먹으로 때리거나, 쇠망치·옷걸이·휴대폰 충전기 등 도구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천 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B씨는 물론 지체장애인인 B의 어머니와 역시 약한 장애를 갖고 있는 누나까지 지속적으로 폭행 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머니와 누나는 폭력에 지쳐 각각 지난해와 2016년에 다른 곳으로 나와 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명의로 입금되는 유족연금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아버지의 유족 연금과 B씨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관리해 온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며 "대부분 현금으로 인출돼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사용처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