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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물을 식수로…70대 노인 50년 머슴 생활
입력 2016.03.12 (22:09)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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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외 하우스에서 잡초를 솎아내고 있는 한 왜소한 노인.

농약을 뿌리고... 보온 커튼을 걷어내고...

기계도 없이 맨손으로 하는 일이 종일 이어집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일요일 자체도 없거든요. 매일 같이 아침 해가 뜨면 일을 해서 해 질때까지는 일을 한다고 봐야죠."

숙식을 하는 집으로 가봤습니다.

비닐하우스 옆 허름한 농가 창고, 사방을 슬레이트로 두르고, 시멘트 바닥에 장판 한 장 깐 게 전부입니다.

냉장고에서 라면 국물에 말아 놓은 밥을 꺼내 한끼를 때웁니다.

<인터뷰> 고판준: "참외 낼때 조금 힘들고 참외 농사 다 지으면 철사, 비닐 뽑아내느라고 힘들지 뭐."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먹는 물은 창고 옆 도랑물로 대신 합니다.

<녹취> 고판준 : "도랑에서 먹는 물이라... 먹고 발씻고 합니다."

올해 77살인 고 씨는 6년 전부터 이 마을 주민 박 모 씨 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달 급여는 16만 원 남짓, 그런데 박 씨는 갈 곳 없는 고 씨를 돌봐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박○○ (고용 농민) : "일하는 건 크게 없어요. 제일 마지막에 갈 데 없어서 우리 집에 동장이라고 왔는거라."

고 씨가 이 마을에 정착한 것은 50여 년 전, 그동안 지금과 비슷한 처지로 이 집, 저 집을 떠돌며 지내왔습니다.

문제가 이런데도 관할 면사무소에서는 고 씨 할아버지의 상황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고 씨는 6년 전에야, 비로소 본인의 주소를 갖게 됐지만, 아직 기초수급자로도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류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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