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 이야기가 나왔으니 간단하게 적습니다


이영훈 교수와 같이 참정권 제한의 논리로 일제시대를 비판하는 자들의 말처럼 조선총독의 권한은 매우 막강했습니다.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쥔 사람이었죠.

사실 이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죠. 로마 제국도 군사귀족화된 자들이 중앙을 위협해서 실제 황제 가문이 되기도 했고 (두카스 가문 등), 중국의 경우 군벌화된 지방 통치자가 역시 중원을 차지하기도 했죠 (당나라와 송나라 등)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조선총독을 바라보면 재밌는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심지어 총독을 역임했던 자들은 전부 군인 장성 출신들이었죠. 반도 주둔군에 영향력만 발휘하면 실질적으로도 대외적으로도 조선 반도를 독립시켜 왕이나 황제가 되는 것도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애초에 생기지도 않았고 또 그런 위협도 없었죠. 아니, 오히려 황제와도 같은 권한을 지닌 조선총독이 이해관계를 조절해가며 반도를 개발해나갔습니다. 노동자들의 시위 요구에 따라 노동 시간까지 감축시키려고도 했을 정도니..

저 정도 권력을 지닌 사람이면 소위 불도저식 경영자나 폭군이 될 법도 한데 활력을 잃은 일제시대 말기에조차 그런 총독은 없었죠.

분명히 저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지니게 되면 그 권력에 취하거나 이를 활용해 사익을 도모할 법도 했는데 그런 총독이 없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소위 삼권분립을 표방하는 민주국가 한국의 대통령과 당대 조선총독을 비교하면 누가 더 독재관에 가까울까요? 조선총독을 떠올리게 되어 생각이 많아지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