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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석 대표, 황유정 작가, 김해인 기획자(왼쪽부터)] |
국내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다룬 게임 '웬즈데이'가 12월 1일 스팀(Steam)을 통해 출시된다.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순이'가 1992년과 1945년을 오가는 총 다섯 번의 타임리프를 통해 일본군의 전쟁범죄와 관련된 단서들을 수집, 추리하는 3D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다양한 인물 간의 대화 속에 사건 해결의 힌트가 숨겨져 있으며, 타임리프를 할 때마다 하루씩 뒤로 돌아가 점차 일본군이 은폐하려는 진실들이 드러난다.
이 게임을 만든 회사는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 겜브릿지다. 겜브릿지는 네팔 대지진을 다룬 '애프터 데이즈'를 개발한 회사로, 감동적인 경험을 전하는 게임을 만들어오고 있다. 특히 두번째 프로젝트인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야기를 다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텀블벅을 통해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3551명의 후원자가 참여, 총 9500여만원이 모였다. 이는 국내 게임 크라우드 펀딩 사상 최다 인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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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름인 '웬즈데이'의 뜻은 28년간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를 뜻한다. 또한 故김학순 할머님이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린 요일이기도 하다. 도민석 대표는 "웬즈데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를 포함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전쟁범죄를 기록하고 알리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됐다"며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역사이기에 한층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역사 고증에 최선을 다했다. 피해자에게 누가 될 게임이라면 만들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웬즈데이'에서 표현되는 많은 사건과 소재들 중 80% 이상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 개발팀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집을 모두 읽고, 미군 생체 실험에 대한 정부보고와 해외 출판물도 참고했다. 황유정 작가는 "강제 채혈, 호박에 주사를 놓는 엉터리 간호훈련, 자발적인 삭발, 동료들의 이름을 적었던 손수건, 위안소 화재, 중국 농안과 신징 지역에서 실시되었던 생체실험 등은 생존자들의 증언과 역사적 사건에서 발췌한 것"이라며 "고증을 하면 할수록 당시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현실의 참혹함에 치를 떨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 중 너무 적나라한 피해 묘사는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제하기도 했다. 황 작가는 "웬즈데이가 모든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녹여냈다고 할 수 없지만, 웬즈데이에 담긴 사건들은 대부분 그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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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순이'는 과거로 돌아가 자신들의 동료들을 구원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처럼 타임리프(시간여행)을 매개체로 택한 이유는 미래에서 가져온 정보와 외국어 능력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황 작가는 "당시 끌려간 대다수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외국어를 쓸 줄 몰랐고,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며 "당시 여성들이 처했던 절망적인 환경을 타개할 장치로 타임리프를 선택했다. 타임리프는 게임 내에 역사 정보를 아카이빙하고, 절망적인 과거를 희망의 미래로 연결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설정"이라고 말했다.
겜브릿지는 PC 이외의 다른 게임 플랫폼에도 '웬즈데이'를 출시할 예정이다. 도민석 대표는 2021년에는 모바일 버전 출시를 준비중이며, 콘솔 플랫폼에도 기회가 된다면 서비스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또한 영상화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도 대표는 "중국의 한 영화사에서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먼저 게임이 출시된 후 평가를 보면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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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대표는 게임을 출시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후원자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이 없었다면 웬즈데이 같은 게임을 만들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며 "다들 힘든 시기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후원자들 중 80%는 10~20대 분들인데, 젊은 게이머들이 바라는 게임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어서 더 힘을 받았다. 출시 이후에도 계속 업데이트해서 좋은 게임으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서동민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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