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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피해 배상하라” 베트남인 손배소 첫 재판…국가 “입증 안 돼”
입력 2020.10.12 (14:38) 수정 2020.10.12 (15:08) 사회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가족을 잃었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베트남인에 대해, 국가가 "피해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조상민 판사는 오늘(12일), 60대 베트남인 여성 응우옌 티탄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3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4월 응우옌 티탄 씨를 대리해 소송을 냈습니다.

민변은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소속 군인들에게 응우예 티탄 씨의 어머니와 언니, 동생 등이 총격을 당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8살이던 응우예 티탄 씨와 그 오빠도 총상을 입고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오늘 재판에서 검증되지 않은 언론 보도나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피해 사실을 믿기 어렵고, 원고 측이 주한미군 감찰보고서 가운데 유리한 부분만 제출했으며 오역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맺은 1965년 군사 실무 약정에 따르면 민간인 피해 보상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어 따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또 '상호 보증' 요건을 검토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국가배상법 제7조는 외국인이 피해자인 경우 해당 국가와 '상호 보증'이 있을 때만 적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국민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국가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이 베트남 정부로부터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 역시 마련돼있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또 응우옌 티탄 씨 가족에 대한 살상이 민간인 학살이 아니라 교전 중에 발생한 사고였을 가능성이 있고, 오랜 기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료됐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응우옌 티탄 씨 측은 "어떤 경우에도 무장 군인이 비무장 민간인을 살상해서는 안 된다는 확인을 구하고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당시 참전 군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1일 오후 5시에 다음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습니다.

민변 김남주 변호사는 오늘 재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원고는 당시 만 7세에 불과한 어린이였고 방공호에서 숨어있다가 군인들이 나오라고 해 나가는 과정에서 총격으로 상해를 입고, 그 이모들과 동생은 살해당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베트남인이라고 하더라도 적대 행위를 하지 않은 민간인에 대한 가해 행위가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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