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예약 거절" "물건 안사"... 코로나 꼬리표에 상처받는 대구·경북 시민들

입력 2020.03.17 15:54 | 수정 2020.03.17 16:35

확진자 줄었는데…‘코로나 꼬리표’에 우는 대구·경북 시민들
예약 거부·불매 운동까지… 대구산(産) 제품 판매도 줄어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갈등, 차별 지양해야"
대구 인권위 "차별 사례 다수 접수, 보호 방안 마련할 것"

"죄송하지만 대구 분은 머리해드리기 어려울 거 같아요."

대구 산격동 출신 김모(26)씨는 최근 부산에 머물던 중 ‘대구 사람’이라는 이유로 미용실 예약을 거절당했다. 전화로 직원이 "혹시 대구사람이냐"고 묻길래, 솔직하게 "그렇다"고 답한 것이 화단이었다. 다른 미용실 서너 곳에도 전화해봤지만 사투리 때문인지 똑같은 질문이 돌아왔다. 김씨는 "출신 지역 때문에 사실상 인종차별을 당한 기분이었다"며 "다른 사람들 심정도 이해는 가지만 과도한 공포인 것 같다"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최근 주춤해졌지만, 이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이익받는 사례는 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꼬리표’가 생겨버린 것. 일각에서는 우한 코로나 국내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경북 지역을 대상으로 비이성적인 혐오와 공포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대구경북 지역 사람들의 입장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한 어린이집 안내문 /네이버 카페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대구경북 지역 사람들의 입장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한 어린이집 안내문 /네이버 카페 캡처
◇ 생활 전반에 스며든 ‘코로나 꼬리표’
1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대구·경북지역 확진자는 7267명이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전체 확진자의 83%, 사망자의 87%가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하루 최대 791명까지 확진자가 나오던 이 지역에선 이날 37명만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대구·경북 시민들에겐 코로나 꼬리표가 남겨졌다. 출신 지역은 마트 이용부터 학원 등록까지 생활 전반에 지장을 주고 있었다. 대구 달성군에 사는 이모(32)씨는 "업무차 부산에 갔다가 마트 직원으로부터 ‘대구 사람이 다른 지역에 돌아다녀도 괜찮은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굉장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용덕동에 사는 조모(26)씨도 "최근 울산에서 열리는 미술 수업 강의를 신청했다가 대구 사람이라는 이유로 수강을 거부당했다"며 "강의를 담당하시는 분이 제 소셜미디어(SNS)를 보시더니, '다른 수강생들을 생각해서라도 대구분은 수강 받기가 어렵다'며 돌려보냈다"고 했다.

모터사이클이 취미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는 "모터사이클 번호판이 대구라 수도권에서 타고 다니기 눈치 보인다"며 "모터사이클 중고 시장에서는 번호판이 대구라는 이유만으로 300만~500만원을 깎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 대구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의 게시글. /네이버 카페 캡쳐
지난달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 대구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의 게시글. /네이버 카페 캡쳐
지난 14일에는 서울 한강로동의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이 대구·경북에서 온 고객의 입실을 거부해 논란이 일었다. 체크인 시 작성하는 문진표에 거주지를 대구·경북이라고 표시했더니 호텔 측이 투숙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호텔 관계자는 "해당 고객들의 숙박을 제한한 것은 맞지만 지역 차별의 의도는 없었다. 대구·경북뿐 아니라 중국, 마카오, 홍콩, 이란, 이탈리아를 2주 이내에 방문한 고객의 투숙을 제한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호텔 측은 이번 주부터 지역 제한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대구産 불매운동까지...전문가들 "지역혐오 우려"
단순히 브랜드나 상품명에 ‘대구’가 들어간다거나 대구산(産) 제품이라는 이유로 구매를 꺼리는 사례도 나왔다. 대구에서 생산되거나 발송되는 물건이면 사지 않겠다고 주문을 취소하거나 판매자 측에 민원을 넣는 것은 물론 대구가 본점인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는 불매 운동을 선언하는 것이다.

대구의 한 백화점의 경우 지난 2월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가량 감소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다른 지역 구매자들이 대구에서 물건을 배송받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혹시 대구지역에서 발송되는 제품이냐’고 매장으로 전화를 하기도 하고, 홈페이지로 관련 민원을 넣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물건 살 때 대구 경북이면 거른다" "지금 시기에 대구에서 택배 보내는 건 살인 행위 아니냐" 등의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대구에서 자신의 차를 이용해 택배를 배달하는 ‘쿠팡플렉스’ 서비스를 한다는 한 네티즌이 "대구에서 만들어진 물건은 전국에서 다 안 산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13일 다음 카페 ‘소울드레서’에 올라온 대구·경북이 본점인 브랜드 리스트와 회원들의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13일 다음 카페 ‘소울드레서’에 올라온 대구·경북이 본점인 브랜드 리스트와 회원들의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지난 13일 한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대구·경북이 본점인 업체들의 불매리스트가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지역혐오가 뭔지 보여주겠다" "무조건 믿고거(믿고 거르겠다)" 등의 댓글이 150여개 달렸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이라는 초유의 재난 상황을 맞으면서 차별·혐오 감수성이 무뎌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지역감정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다시 극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차별의 대상이 중국인에서 내국인인 대구 사람들로 옮겨가고 있다"며 "지역감정이 잦아들면서 지역이나 출신지가 더 이상 갈등의 축이 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다시금 극대화되는 모양새"라고 했다. 그는 "단순 감염 확산 방지에 이어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나 차별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
권사무소 측은 지난 3일부터 우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 혐오, 인권침해 상황과 보건 사각지대 관련 사례를 수집하고 나섰다. 사무소 측은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 대구 시민을 향한 차별 및 혐오 관련 상담 사례가 사무소에 많이 접수됐다"며 이에 "카카오톡, 이메일을 통해 제보받은 상담 사례를 모아 실질적인 보호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0자평

26
이종만(ma****)
2020.03.1803:08:10신고
그렇게 거절한 사람도 언제나 코로나우한폐렴에 걸릴수 있다 대구사람한테서만 전염되는게 아니고 당신가족 부산사람 정말도 사람한테서도 걸릴수 있다 대범하게 대담하게 애정을 가지고 살자! 우리가 남이가?
이미순(su****)
2020.03.1800:25:59신고
문재인한테 지령받았나......대깨문, 덜 떨어진 것들
김재홍(kkkk****)
모바일에서 작성2020.03.1723:37:41신고
대구 사람은 자존심이 대단하다 따라서 남에게 비난 받을 짓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의리가 아주강하다 한번 거래를 터면 끝까지 밀어준다 뭐나 알고 지꺼려라 내가 사업 하는 주변의 거의 대다수사장들 얘기다
손영백(ori****)
2020.03.1723:36:05신고
십중팔구대깨문.
김길수(kilsoo4591****)
2020.03.1721:33:18신고
대구 사람들은 한편으로 당해도 싸다고 본다 이유는 여려가지가 있지만 한가지로 요약하면 개인주의 강해 단합이 안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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