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터'에 새긴 247명 명단서 빠져
당시 정대협 대표는 윤미향 당선인 2004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기억연대의 전신)를 ‘악당’으로 부르며 비판한 위안부 피해자 고(故) 심미자 할머니(2008년 작고)의 이름이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피해자 명단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명단은 정대협이 만들었다.
남산 자락에 있는 기억의 터에 만들어진 조형물 '대지의 눈'.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7명의 명단이 새겨졌는데, 심미자 할머니의 이름은 빠졌다. 유지혜 기자 기억의 터에 세워진 조형물 ‘대지의 눈’에는 ‘피해자 할머니 247명’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새겨져 있다. 원칙대로라면 심 할머니의 이름은 세로로 왼쪽에서 여섯번째 줄 중간에 있어야 하지만, 명단은 ‘심OO’ 할머니에서 곧바로 ‘안OO’ 할머니로 넘어갔다.
기억의 터는 정대협과 여성계 등 시민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국민 성금을 모아 서울시와 함께 만들었다. 2016년 8월 제막식을 했다.
추진위와 서울시 관계자는 “247명의 명단은 정대협으로부터 받았다”고 확인했다. 추진위나 서울시에서 따로 추리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대협이 작성을 완료해 넘긴 피해자 명단을 그대로 조형물에 새긴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정대협 대표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었다.
심 할머니가 일본 최고재판소로부터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임을 인정받은 피해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이름이 기억의 터에 없는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특히 정대협은 당시 피해자의 동의도 받지 않고 명단을 넘겨 당사자가 직접 망치와 끌을 갖고 가 자신의 이름을 파내다 지구대에 끌려가는 일까지 있었다. 〈중앙일보 5월13일자 5면〉 정대협이 피해자 명단을 만들면서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남산 자락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물 기억의 터. 유지혜 기자 심 할머니를 명단에서 제외한 이유를 묻자 정의연 관계자는 "사연이 많다. 할머니의 속사정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관련 시민사회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대협이 심 할머니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심 할머니 등 피해자 33명은 2004년 1월 ‘위안부 두 번 울린 정대협, 문 닫아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대협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과는 정반대의 길을 달려왔다”고 비판했다. “당신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이라면서다.
심 할머니 등 피해자 13명은 정대협과 나눔의 집을 상대로 ‘모금 행위 및 시위 동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실제 정대협이 이런 배경으로 심 할머니를 기억의 터 명단에서 뺀 것이라면 피해자 중심주의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억의 터는 국민 성금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정대협이 자의적으로 명단을 조정한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와 관련,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13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왜 거기(정대협 등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거주 시설) 모신 할머니만 피해자냐. 전국의 할머니를 위하고 도우라고 (기부금을)주는 건데 어째서 거기 있는 할머니만 피해자라고 하나”고 말하기도 했다. 정대협이 피해자 전체의 권리와 이익을 중시한 게 아니라 자신들과 뜻을 함께 하는 할머니들만 염두에 두고 활동해왔다는 비판이었다. 이 할머니는 “이것 한 가지만 해도 (문제가) 충분하다”고도 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ㆍ권혜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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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대협 대표는 윤미향 당선인 2004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기억연대의 전신)를 ‘악당’으로 부르며 비판한 위안부 피해자 고(故) 심미자 할머니(2008년 작고)의 이름이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피해자 명단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명단은 정대협이 만들었다.
기억의 터는 정대협과 여성계 등 시민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국민 성금을 모아 서울시와 함께 만들었다. 2016년 8월 제막식을 했다.
추진위와 서울시 관계자는 “247명의 명단은 정대협으로부터 받았다”고 확인했다. 추진위나 서울시에서 따로 추리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대협이 작성을 완료해 넘긴 피해자 명단을 그대로 조형물에 새긴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정대협 대표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었다.
원치 않는 피해자 이름은 마음대로 넣고…
심 할머니, 정대협에 "악당, 문 닫아라"
심 할머니 등 피해자 13명은 정대협과 나눔의 집을 상대로 ‘모금 행위 및 시위 동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의도적 배제라면 피해자중심주의 정면 위배
이와 관련,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13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왜 거기(정대협 등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거주 시설) 모신 할머니만 피해자냐. 전국의 할머니를 위하고 도우라고 (기부금을)주는 건데 어째서 거기 있는 할머니만 피해자라고 하나”고 말하기도 했다. 정대협이 피해자 전체의 권리와 이익을 중시한 게 아니라 자신들과 뜻을 함께 하는 할머니들만 염두에 두고 활동해왔다는 비판이었다. 이 할머니는 “이것 한 가지만 해도 (문제가) 충분하다”고도 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ㆍ권혜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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