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꿈은 한류의 세계화
"나도 이재현 회장에게 평가 받는 종업원일 뿐 창의적 인재 키우고 싶어"
평소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인 특유의 역동적인 문화를 세계시장에 상품으로 내다 파는 것"이 꿈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우선 당장은 아시아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시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고, 아시아가 현실적인 시장"이라는 게 이유였다. '먹는 사업'위주였던 CJ그룹은 95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차세대 사업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 "95년 드림웍스에 투자하기로 하고 미국 관계자들을 만나러 가는 비행기에서 이재현님(CJ 회장. 친동생인 이 회장을 이렇게 부른다)은 '멀티플렉스도 만들고, 영화 제작사.배급사.케이블 TV도 만들 거야'라고 말했죠." 이 부회장의 회고다. 그리고 이 부회장은 이 사업영역을 지휘,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다. 올 상반기 한국에서 영화를 본 사람 중 4분의 1이 그가 이끄는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것을 보았고, 전국 영화관 스크린 5분의 1을 CJ가 차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런 성공에 대해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겸손해했다. 그가 밝힌 가장 큰 행운은 시기를 잘 탔다는 것. 그가 사업을 시작한 뒤 국내에선 차세대 산업인 영상시장에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98년 외환위기로 일부 대기업들이 영상사업을 포기했지만 이렇게 준비된 인재들은 아시아 지역에 한류를 일으켰다. 한국의 콘텐트를 세계에 팔 수 있는 기반을 닦아놓은 것이다. 그는 이 분야의 성공을 이재현 회장 덕으로 돌렸다. "CJ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이재현님의 성과입니다. 이재현님이 청사진을 만들고, 지어 놓은 집에서 저는 정리하고, 꾸미는 일을 한 거죠." 이 회장과 그룹 업무를 분담한 것이라는 항간의 분석에 대해선 "저도 회장께 보고하고, 평가받는 종업원"이라고 말했다. 아직 착수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음 단계의 계획으로 그는 '교육'을 꼽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자원이 곧 '사람'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미니홈피를 만들고 창작을 할 줄 압니다. 이들의 창의성을 교육을 통해 극대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오는 무형의 콘텐트를 활자화하는 인쇄매체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뉴욕=양선희 기자
이미경 부회장은 …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의 맏손녀다. 서울대 가정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동아시아 지역연구학 석사)와 중국 푸단(復旦)대(역사교육학 박사과정)에서 유학했다. 학업을 마친 뒤 삼성의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다 1995년 미국 스필버그 감독 등과 함께 ‘드림웍스’를 공동 설립하고, CJ그룹에 합류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뛰어들었다.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라 직원들은 그를 ‘일벌레’라고 부른다. 그 자신이 직원들에게도 “나는 일이 생기면 밤새 고민한다. 여러분은 나보다 더 열심히 고민해야 한다”고 독려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직원들과의 만남을 좋아한다. 정작 자신은 술을 거의 못하면서 새벽 2시에 일이 끝날라치면 직원들에게 “맥주 한 잔 하고 집에 가자”고 제의한다. 술 자리에서는 “회사 일은 깨끗이 잊고 재미있게 놀자”며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른다. 영어뿐만 아니라 일어와 중국어에도 능하며 하버드대에서 한국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외국에선 ‘미키 리’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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