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책 소개] 왜 우리는 한국인에게 속을 수 밖에 없는가
  • 드레이그(1.239)
  • 2020.01.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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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거짓말》에서는 1,308개 사례에서 찾은 한국인의 거짓말 특성을 행동심리학적, 사회학적, 역사학적으로 분석했다. 5년여의 조사로 축적된 한국인들의 거짓말 습관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주 속는 한국인들에게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을 알려주고 궁극적으로는 왜 우리는 한국인에게 또 속을 수밖에 없는지, 한국인에게 거짓말이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고찰한다.

우리는 출근길에서 뉴스를 보며, 비즈니스 미팅에서 그럴 듯한 제안과 마주하며 오늘도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갈등한다. 과연 내 앞에서 미소 짓는 연인의 말은 진짜일까?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는 얼마나 정확할까? 우리가 국가의 미래를 걸고 선택했던 사람은, 정말 믿을 만했던 것일까? 특히 끝이 없는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부터 전망과는 전혀 달랐던 미국 대선 결과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 속았다는 심정이 드는 지금, 진실이 무엇보다 간절하다.


슈퍼맨, 배트맨과 함께 슈퍼히어로를 대표하는 원더우먼의 상징은 거짓을 간파하는 진실의 올가미다. 그만큼 상대방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힘은 하늘을 날고 땅을 쪼개는 초능력 못지않게 인류가 오래전부터 간절하게 꿈꿨던 힘이다. 《한국인의 거짓말》은 바로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진실이 간절해진 지금 여기 한국에서, 이 책은 슈퍼히어로가 아니라도 진위를 파악하고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도록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통찰을 제공해준다.

“조선인은 거짓말을 잘한다. 남을 속이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잘한 일로 여긴다.”

“이 민족을 현재의 쇠퇴에서 건져 행복과 번영의 장래로 인도할까 생각하는 형제자매에게 드립니다. (중략) 첫 번째, 거짓말과 속이는 행실이 없게 함이니.”

각각 《하멜표류기》와 도산 안창호의 〈민족개조론〉에서 언급된 대목이다. 300년의 시간을 넘어 두 위인이 공통되게 지적한 한국인의 문제점이 있다. 바로 ‘거짓말’이다. 누군가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혈관에는 피 대신 거짓말이 흐른다”고까지 한다. 실제로 한국은 OECD 기준 사기범죄율 1위 국가(2013년 WHO 발표)다. 2016년 6월에는 한 일본 경제잡지에 실린 기사가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사 내용은 이렇게 정리된다. “한국인은 거짓말쟁이고, 한국은 사기 대국이다."이라는 기사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기 범죄율이 두드러진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못한다.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2005년부터 5년간 한국의 가치관을 조사한 자료를 봐도 20대 한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32.9%로 조사된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 결과는 우리의 다음과 같은 조언으로 이어진다. “외국에 나가면 한국놈만 조심하면 돼!” 한국인들은, 한국인 스스로가 인정하듯이 거짓말을 정말 잘한다.

우리가 우리의 거짓말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인의 거짓말과 관련된 정보는 몇몇 논문을 제외하고는 알려지지도, 또 제대로 연구되지도 않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거짓말을 잘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의 거짓말》은 한국인들이 어떻게 거짓말하는지 한국인만의 특수성을 5년여의 긴 시간에 걸쳐 추적해 밝힌 최초의 시도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거짓말할 때 드러나는 신호는 상식처럼 알려진 서구권 중심의 연구 결과와는 전혀 달랐다. 한국인은 거짓말을 할 때 코를 만지지도 않으며, 눈을 회피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뒤가 켕기면 시선을 회피한다고 알고 있지만, 눈을 쳐다보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문화에서는 오히려 거짓말쟁이들이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거짓말에 대한 상식은 이 책에 의해 상당수가 수정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서구인이나 특수 범죄자가 아닌 일상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이웃들의 거짓말 반응을 수집한 사례 1,038개에서 한국인의 거짓말 신호 25가지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첫째, 한국인이 어떻게 거짓말하며 둘째, 왜 거짓말을 잘하는지를 밝히고 셋째, 거짓말을 간파해 한국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즉 잘못 알고 있는 거짓말 신호들, 한국인들이 거짓말할 때 드러나는 신호들, 걸려들기 쉬운 거짓말과 그에 대처법, 효과적인 질문법 등 일상에서 즉각적으로 적용 가능한 거짓말 간파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거짓말 사례들을 살펴보면 남녀 차이가 두드러진다.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무수히 많은 진실을 제공함으로써 거짓을 은폐하는 전략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즉 한국인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말이 많아진다. 그에 반해 여성은 제공하는 정보 자체를 극단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을 취한다. 즉 한국인 여성은 거짓말을 할 때 말수가 적어진다. 이러한 언어적인 단서뿐만이 아니라 몸짓 언어와 발성 등 한국인이 거짓말을 할 때 흘리는 모든 ‘한국적’인 단서들을 망라했다.

또한 한국인에게서 자주 보이는 거짓말 단서들을 순위별, 난이도별, 성별로 정리했으며, 함께 붙어 나오기 쉬운 거짓말 단서들의 조합과 거짓말 전부터 이후까지 시간대별로 자주 나타나는 단서들까지 분류함으로써 책에서 제시하는 거짓말 판별법을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예를 들어 첫째, 한국인의 대다수는 거짓말을 할 때 3~7개의 거짓말 단서들을 흘리며, 둘째 한국인 남성의 거짓말 단서는 유형1(언어+목소리+바디랭귀지)의 조합이 가장 많았지만, 셋째 한국인 여성의 유형 1의 비중은 총 여덟 개 조합 가운데 네 번째에 불과했다.

마주한 상대방의 속마음이 궁금할 때, 비즈니스 협상 시 어떤 달콤한 제안을 놓고 고민될 때, 텔레비전 앞에서 한국인들에게 연설하는 정치인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알고 싶을 때, 자녀가 나쁜 길로 빠진 건 아닌지 걱정될 때 등 다양한 의사 결정의 순간 이 책에서 소개하는 거짓말 탐지법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강력한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인의 거짓말》에서는 이러한 거짓말에 대한 정보들을 유명인들의 거짓말과 영화 속 명장면과 같이 친숙한 사례들을 들어 재미있게 설명한다. 이에 따라 사기꾼 조희팔의 연설문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담화 사이의 공통점으로 보는 심리조작의 기술부터 명배우들이 노련하게 흉내 낸 거짓말쟁이의 습성까지, 반드시 거짓말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읽다 보면 페이지가 추리소설처럼 술술 넘어가는 쾌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거짓말에 대해 알아야 하는 까닭은 단순히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을 배우는 데 있지 않다. 이 책에서는 ‘한국인에게 맞는 거짓말 간파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인의 거짓말 습관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거짓말이란 어떤 의미인지, 왜 한국 사회에서 거짓말이 만연하는지를 추적하는 데에까지 범위를 확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거짓말이 만연한다는 조건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잘하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거짓말에 잘 속는 피해자가 많아야 한다.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이 잘 속는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인의 거짓말》에서는 역사부터 심리학, 사회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왜 한국인들이 잘 속으며, 지금도 뒤통수가 얼얼한 배신감으로 텔레비전과 신문의 뉴스들을 바라보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한국인이 잘 속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즉각적인 욕망에 취약한 사회분위기다.


따라서 《한국인의 거짓말》에서 한국인의 거짓말이 가진 특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로 꼽는 것은 “속은 놈이 바보지!”다. 타인에게 거짓을 지적받는 것은 가장 치명적인 모욕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쟁이들은 거짓말을 시도할 때 신용과 관련된 모든 자격이 상실될 수 있음을 각오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속였다가 들킨 사람의 회복보다 속은 사람의 사회 복귀가 훨씬 힘들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한국인의 거짓말이 가진 고유성과, 한국이 왜 거짓말 공화국이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거짓말에 너무 관대하다.

속았다는 배신감에 사로잡힌 국가적인 규모의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솔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거짓말》이 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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