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쿠만>의 포스터(출처:야후재팬)
오바타 타케시(小畑健) 작가의 만화 <바쿠만バクマン>은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히트작품이다. 테마가 만화(漫画)이다 보니,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실로 흥미진진한 작품이 아닐 수 없겠다. 만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내러티브(narrative) 자체가 디테일하고 배틀(battle)적 요소까지 덧붙여져 누구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만큼 높은 몰입도(沒入度)를 과시한다. 예컨대 주간지 『소년챔프』의 독자투표 순위를 다투는 시퀀스는 조마조마하게 지켜볼 정도로 박진감이 넘친다.
日本은 가히 漫画왕국이란 명성에 걸맞게 시장의 규모나 작품의 질적 측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대단하다. 그런고로 日本의 만화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작가들의 분투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연재작품의 존속 여부가 결정되는 잡지의 독자투표 순위 여부가 그 단적인 예다.
日本만화가 고퀄리티(高quality)의 세계적인 히트작이 끊임없이 배출되는 까닭 또한 바로 이러한 풍토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것이 소비자에겐 즐거울지 몰라도 생산자 입장에서는 뼈를 깎는 고통과도 진배없겠다. 인기 순위에서 밀리면 연재가 종료된다는 압박감은 실직에 몰리는 노동자의 처절한 위기감과도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바쿠만>은 그러한 절실한 입장에 놓인 극중의 만화가들을 통해 현실을 엄격히 반영시킨다. 당연히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약육강식 시스템의 일단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사색의 여지를 활짝 넓혀주는 효과까지 덧붙인다. 현실을 섬세히 묘사하는 日本映画의 미덕을 한껏 살린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결코 킬링 타임(killing time)용 작품으로 치부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小生은 <バクマン>을 보다가 이런 상상을 즐겁게 했다. 세계인들을 감동시키는 만화의 작가들을 위해서도 노벨재단이 <노벨만화상>을 하나 제정하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그렇잖을까? 사람을 감동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굉장한 일이다. 감동(感動)이란 한 사람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이 인간의 삶을 진일보시키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야 재론의 여지도 없다. 과학은 그야말로 감동적이다. 허나 예술도 여기에 못지않다. 노벨문학상이 그러한 연유로 제정되어 있다 해도 지나친 해석은 아닐 게다. 연전에 米国의 포크 송 가수이자 시인인 밥 딜런이 그 상을 받았는데 그의 감성이 흐르는 시가 높은 문학성을 인정받은 까닭도 독자를 감동시켰다는 판단에서 나왔을 테다. 이치가 그러하다면 노벨만화상이 제정되지 못할 이유도 없겠다.^^
「뭐, 그건 그렇고 2019년 올해, 레이와(令和) 원년의 노벨상 수상자의 한 분으로 화학상(化学賞)을 받으신 요시노 아키라(吉野彰) 선생의 수상도 참으로 경탄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입니다. 그분은 주식회사 아사히카세이(旭化成)의 연구원이었습니다. 산업계의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신 분이라 수상의 의미는 참으로 깊고 크고 넓습니다. 정말이지 인류의 삶이 보다 진일보할 수 있도록 애쓰신 요시노 선생님께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네요. 감동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다시, 만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하면 日本이 왜 세계를 제패한 만화왕국인지 그 현실의 일단(一端)을 한 번 헤아려 본다.
우선 또 짚고 넘어갈 것은 많이 공감하겠지만 만화라는 예술은 문학 못지않게 독자의 감성과 지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장르라는 점이다. 이 명제가 참이란 전제 하에서 보면, 여러 분야의 다양한 만화책이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학습만화’ 분야도 출판에 있어서 상당한 비중을 점유하고 있는데, 만화왕국인 日本은 여기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와 헌법, 세금문제, 경제, 과학 분야만이 아니라, 관공서의 안내문도 만화를 활용해 책자를 배포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만화잡지의 종류는 두말할 것도 없다. 출판 만화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각 나라마다 비교해 보더라도 2015년 시장 규모에서도 日本은 19억 6천 4백만불로 압도적인 1위였다. 2위가 미국인데 6억 6천 5백만불에 불과하다. 정말이지 2위와 비교해 봐도 어마어마한 차이다. 세계 만화시장을 점유하는 퍼센트로 보더라도 40%가 넘는다.
그럼 애니메이션은 어떨까?
日本TV에 처음 등장했던 애니메이션은 1963년에 시리즈로 방영됐던,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 선생의 <철완 아톰鉄腕アトム>이다. 당시 대단히 히트를 쳤는데, 이 작품은 한국에 <우주소년 아톰>으로도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방송국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에니메이션을 방영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수요가 넘치다 보니, 공급은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애니메이션 산업은 질과 양적 측면에서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해, 현재는 세계 시장의 65% 이상의 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즉 <포켓몬스터>나 <디지몬 어드벤처> <원피스>, <짱구는 못 말려> 등등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이 그야말로 日本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TV에 방영되었고 지금도 각종 작품들이 뜨겁게 방영되고 있다.
물론 방송만이 아니다. 영화도 매한가지다.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각광을 받으며 전 세계의 관객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정말이지 주옥같은 명작들도 엄청 양산되어 세계인들을 감동에 젖어들게 만든다. 예컨대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은 베를린 영화제 대상과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 상마저 수상했다. 그 작품만이 아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ハウルの動く城> <붉은 돼지紅の豚> <이웃집 토토로となりのトトロ> <바람이 분다風立ちぬ> 등등 관객을 감동의 나라로 안내하는 길잡이들이 참 많다. 이러한 감동의 행진을 미야자키 감독만 주도하는 것도 아니다.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을 만큼, 기라성(綺羅星) 같은 작가와 감독들이 현재 애니메이션계(アニメーション界)를 선도하고 있다.
그중에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경우를 보면, 이미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은 日本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대히트를 친 바 있다. 뒤이어 <날씨의 아이天気の子>로도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이렇게 日本의 애니메이션이 세계를 석권하자, 세계인들은 日本에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을 ‘재패니메이션Japanimation’이라고 부르기 시작해서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널리 쓰이는 호칭이 됐다. 日本의 영어 국명이 재팬이라, 재팬 + 애니메이션을 합친 합성어이다. 덧붙이자면 만화의 日本語 발음인 ‘망가(まんが)’도 이미 서구에선 日本출판만화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댓글창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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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15:19이렇게 세계 속의 日本漫画로 확고부동한 위상을 드높인 데에는 아까 언급했다시피 TV 애니메이션의 효시라고 일컬어지는 <철완 아톰>의 데즈카 오사무 선생이 하나의 기폭제였다고 평할 수 있겠다. 그래서 ‘日本漫画의 신(神)’ 혹은 ‘日本漫画의 아버지’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11.08 15:20그런데 의미심장한 것은 데즈카 선생은 원래 의사였다. 아마도 그 분이 만화에 일생을 바칠 결심을 하지 않고 의학 연구에 매진했더라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도 혹여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분은 정말 전력으로 만화 발전에 최선을 다했다. 일단 소비자가 지금 보는 만화의 형태, 이것을 ‘스토리 만화’라고 하는데 그 형식을 개척해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프로덕션을 창립, 애니메이션 제작에 간여해 애니메이션 장르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구축시킨 선구자라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11.08 15:20「따라서 그런저런 정황을 살피면, 인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분야에는 과학 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겠습니다. 외형적 진보와 더불어 내면의 아름다움을 유지시켜 지성과 감성의 조화를 어우러지게 하는 문예 분야도 인류의 삶에 있어선 여전히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쿠만バクマン>은 그런 의미에서 만화는 물론이고 대중예술 종사자들의 뜨거운 삶과 치열한 프로의식에 전율을 느끼게 해 줄 만큼 성찰과 통찰의 내면을 디테일 넘치게 묘사한 명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현장의 열기를 접해 보시면 새삼 노력이 구현시킨 프로의식을 사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11.08 15:21금요일 오후는 다가오는 주말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어 이따금 기지개를 켜면서 설레게 되는데요,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물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 안되겠지요. 그럴 땐 小生은 바쿠만의 만화가들을 생각하며 자못 프로의식을 상기시키곤 합니다. ^^ 다들 오늘도 힘차게 오후 시간을 보냅시다. 하여 여러분과 함께 늦가을의 정취를 다와라 마치 선생의 단가로 교감해 봅니다. <조간신문처럼 당신은 나타나 시작이라는 말로 빛난다><정다워라 보랏빛 햇살에 꽃망울 터뜨린 작년 가을을 모르는 코스모스>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행복한 주말을 맞이하시길 소망합니다.^^
11.08 15:24만화, 애니메이션.. 단순히 어린애들이나 보는 것, 아니면 시간때우기용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죠. 픽사 영화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명작영화도 그렇고 당연히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도 그렇구요. 소설 못지 않게 많은 즐거움과 감동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11.08 15:42그렇기에 일본의 만화 시장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만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행복을 주는 위대한 장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1.08 15:43그럼요, 小生도 동감합니다. 인간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감사하지 않을 수 없지요. 멋지고 건승하는 오후 시간을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11.08 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