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단문글 써봅니다

일본생활한지 아직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쉽지는 않다는 걸 느낍니다

물론 한국과 일본이 겉포장은 비슷합니다. 그 포장의 재질은 몰라도 아무튼 겉보기는 좀 비슷해 보이는 건 맞습니다. 제가 서울 사진을 동료에게 보여줬더니 뭔가 일본과 비슷해 보인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이렇게 보면 일본 생활이 쉬워 보일지 몰라도...문화나 사람들의 마인드 부분에서 은근히 차이가 커서 이게 참 어렵더군요. 컴퓨터로 따지면 하드웨어는 비슷해 보여도 소프트웨어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고 할까..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리고 말이 아주 빠른 교수님이 계시는데.. 이 분이 참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언어입니다. 이 분은 말도 빨리 하시는데다가 줄인 말을 자주 구사하십니다. 그래서 의도를 잘 못 읽는 경우가 많더군요. 게다가 보통 사람들이 안 쓰는 단어로 추측되는 그런 단어도 자주 구사하셔서 알아듣기가 어려울 때가 많더군요. 그 외에 이것저것 어렵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한국에서 나고 자란 것에 대한 장점이 여기서 우연찮게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온갖 더러운 것을 경험하고 수치와 수모를 당하다 보니 오히려 역치가 너무 올라가서 고되다고, 힘들다고, 또 수치스럽다는 생각이 덜 드는군요. 여기서 당하는 그런 상황은 한국에서 당한 상황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인지라... 그렇다고 해서 고되지 않거나 힘들지 않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힘들긴 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어도 제가 일본 생활을 버티는 이유는.. 한국보다는 여기가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은 수치와 모욕을 주는 데 있어서 한국인들에 비해 잘 모르더군요.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도 있기는 한데 그래도 한국인들에 비해선 우스운 수준이죠. 제가 이런 부분에 역치가 안 올라갔어도 그렇게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는 편하다고 여길 때가 많고요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남 괴롭히는 걸 즐기는 한국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한국인인 저조차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특정 대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 음해와 비방도 수시로 늘어놓고.. 제 지인 이야기에 따르면 (H사 직원) 상사에게 동료나 부하의 약점을 보고하는 놈들도 상당하다더군요. 그래서 업무뿐 아니라 수시로 인스타, 페북 같은 거랑 학교 동창, 지인 통해 뒷조사를 한다고...

수치와 굴욕을 주는 방법을 어쩜 그리 창의적으로 생각해내는지도 불가사의하네요. 이런 쪽으로는 한국인들이 머리가 정말 잘 돌아가더군요. 그러지 마라는 제스처를 취하면 자제해야 하는데.. 그러면 더 우습게 보고 더 괴롭히는 작자들도 많았던 거 같습니다

우스운 건 이마저도 강약약강이라 제가 대응 차원에서 같이 물어뜯으면 오히려 자제하고.. 같이 진흙탕으로 끌어내려서 상대를 무너뜨려야 그런 야만스런 짓을 그만둔다는 것 자체가 한국인들의 전근대적이고 야만적인 모습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이지 한국은 일종의 가축우리, 정글 같은 곳인 거 같습니다. 문명의 이기 속에서 존재하는 야만의 공간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면에서 보면 좀 힘들어도 여기서 한 명의 시민으로 살다 죽는 것이 그나마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연히 애로사항도 있고 고민도 있지만, 설령 이제 돌아가고 싶어도 한국 상황을 보니 그마저도 힘들 것 같네요.

출렁다리를 건너 오고 나니 이제 그 출렁다리가 불에 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앞을 보며 계속 걸어가려 합니다. 일본의 쌀쌀한 새벽 분위기에 젖어 주절주절 잡설을 썼지만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