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오늘의 日本을 만든 위대한 쇼와남자들의 에토스(1)
  • 유지군(220.87)
  • 2019.12.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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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맛있는 급식>의 홍보포스터(출처:야후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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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가 깜짝 놀랐다.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은 것처럼, 혹은 재즈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上原ひろみ)씨의 콘서트홀에서 북받치는 감동에 젖은 것처럼 손뼉을 쳤다. 나중엔 부라보ブラーボ!” 하며 탄성도 질러 버렸다.

드라마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1화를 보고 난 뒤의 반응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을 테다. 요리드라마다. 요즘 흔한 것이 먹방프로이고 음식드라마인데 뭔 요란스런 호들갑이냐고 트집을 잡는다면야 뒷머리를 긁적거리겠지만. 그래도 에도시대(江戸時代)의 입담 좋은 요미우리(読売) 마냥 일단 한 번 들어 봐!”라고 한바탕 떠들 작정이다. 들어 보시라.


정말 재미있다. 물론 日本드라마치고 재미없는 것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おいしい給食> 또한 차원부터 다르다고 느낄 만큼 몰입도(沒入度)가 높아 즐겁다. 기존 요리드라마가 보이는 클리셰(cliché)를 가볍게 뛰어넘어 버린 점도 한층 기껍다. 이를테면 학교의 급식을 메인 테마 중의 하나로 들고 나온 점은 나고야(名古屋)의 찻집 고메다커피점(コメダ珈琲店)에서 모닝커피(モーニングコーヒー) 세트로 나오는 팥-토스트(あんこトースト)처럼 신선하기 짝이 없다.


또 하나, 캐스팅도 절묘해 빛이 난다. 야성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이치하라 하야토(市原隼人)씨를 아마리다 유키오(甘利田幸男) 교사로 기용한 것은 참으로 반전(反転)의 포석으로서 손색이 없다. 토코부시 중학교(常節中学校) 교가를 부를 때의 그의 천진난만한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겠다.^^ 과장이 아님은 보면 알 테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출연자의 연기력뿐만이 아니라, 내러티브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요리드라마의 내러티브에 어떻게 박진감 따위를 느끼게 되지, 라고 반문하실 분들도 적지 않을 텐데, 그것이 여느 요리드라마와 다른 <おいしい給食>의 자별한 면모이다. 이 작품만의 크나큰 미덕이기도 하다. 가능한 까닭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배틀(バトル)이다. 요리드라마임에도 내러티브에 배틀의 패턴이 자못 뜨겁게 기능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식의 배틀일까? 누가 요리를 더 맛있게 만드는지 우열(優劣)을 결정짓는 경연(競演)? 아니다. 그런 싱거운 방식이라면 이렇게 수다를 떨지도 않는다. 과장을 좀 넣어 말하면, 이것은 그야말로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방식과도 버금간다고 할 수 있겠다.

놀라지 마시라, 누가 요리를 더 맛있게 먹는지 승부를 가리는 엄정한 배틀인 것이다. 그것도 주어진 조건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날마다 메뉴가 바뀌는 학교의 급식(給食). 이것을 더 맛있게 먹어야 승리한다. 결전(決戦)에 나서는 이는 아까 소개한 아마리다 유키오 선생. 여기에 맞서는 이는 아마리다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학생, 카미노 고우(神野ゴウ).


두 사람은 사제 간이다. 그러므로 <맛있는 급식>은 학교 급식을 둘러싸고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를 두고 첨예하게 겨루는 스승과 제자의 한바탕 유쾌하기 짝이 없는 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발상은 기발했고 내러티브에는 생동감이 흘러넘친다. 급식 마니아라는 설정의 아마리다는 물론이고, 천연덕스러운 카미노 고우라는 캐릭터도 한껏 흥미를 배가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런고로 단연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시청(視聴) 뒤의 컨디션까지 한층 고무시킨다. 너스레가 아니다. ‘재미란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을 말하므로 이런 경쾌한 마음이 컨디션을 업그레이드 시키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테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컨디션은 풍요로운 일상을 만끽시키는 전제조건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컨디션은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小生이 좋아하는 가쿠타 미쓰요(角田光代) 작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주말마다 달리다 보면, 컨디션의 미묘한 차이가 달릴 수 있는 거리나 페이스에 너무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친다는 데에 놀란다. 그러니까 컨디션이 좋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도쿄마라톤 대회, 그것도 풀코스를 완주한 경험을 쓴 에세이 중의 한 대목인데, 그녀가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을 감상한다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컨디션 덕분에 앞으로도 몇 번이고 마라톤을 주파(走破)해 낼 공산이 크다. 아무렴, 좋은 컨디션은 마라톤도 완주시켜 버린다. 대중예술의 효능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참고로 그 말이 또박또박 적혀 있는 가쿠타 작가의 에세이는 文藝春秋에서 발간한 なんでわざわざ中年体育입니다. 한국에서도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란 제목으로 글담출판사에서 출간했습니다. 읽는 재미가 여간 아닌 수필집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그건 그렇고, 小生이 야단스러울 정도로 흠뻑 빠지게 된 요소에는 흥취를 자아내는 극중 인물이나 내러티브의 박진감만 있는 건 아니다. 중핵적인 요건이 하나 더 있다. 어쩌면 흡인력을 가중시키는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작품 전반(全般)에 물결치는 쇼와시대(昭和時代)의 정서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쇼와남자(昭和男子)의 정서(情緒)와 에토스(ethos).


이게 노스탤지어를 단숨에 확 잡아당긴다. 토코부시 중학교의 교가 제창 신에서 껄껄거리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뭉클해지고 콧날이 시큰해지는 건 순전히 작품의 정조(情調)가 불러일으키는 그리움 때문이다. 하기야 이런 감성은 쇼와시대에 대한 모노아와레(物哀애수의 정조를 교감할 수 있는 능력)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보편적으로 교감하긴 어렵겠지만, 당대 지식의 축적(蓄積) 상태에 따라 일정 정도 공유시킬 수 있는 정감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홍콩(香港)이 지나(支那)에 반환되기 전,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홍콩느와르 영화들의 세기말적 정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테다. 당시 홍콩인들의 벼랑 끝 불안과 암울한 절망의 근원은 1997년에 홍콩이 지나로 귀속된다는 가혹한 운명과의 가파른 접점에 놓여있었다.

그 점을 캐치해 내고 지식을 집적(集積)한다면 설령 세기말적 정서에 대해 실감하기 쉽지 않다 해도, 모노아와레가 단편적이나마 작용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홍콩느와르도 한결 입체감 넘치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안이든 세계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이런 이치(理致) 아래에서만 가능하다고 小生은 생각합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입니다.^^

각설하고, 하면 쇼와남자란 무엇일까? 액면 그대로 풀이하자면 쇼와시대(1926-1989)에 태어난 남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물론 쇼와시대에 출생했다 해서, 40년대 후반 출생의 단카이 세대(團塊世代)80년대 후반의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를 하나로 묶어 평가할 수는 없다. 전 세대를 하나로 뭉뚱그려 명명(命名)하자면 위화감만 들 따름이다. 그러나 쇼와남자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1970년대와 80년대의 시대 조류를 놓고 볼 때, 하나의 공통적 이미지는 확연히 존재한다. <초지일관 전력을 다하는 남자다운 남자>.


배우로 치면 단연히 다카쿠라 켄(高倉健) 선생을 본보기로 들 수 있겠다. 일례로 日本에서 대히트를 쳤고 한국에도 절찬리에 상영됐던 <철도원鉄道員>의 사토 오토마쓰(佐藤乙松) 역장이 昭和男子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손꼽기에 충분하다. ? 사토 오토마쓰는 평생 철도 하나에만 혼신을 다해 일해 왔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딸아이, 아내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난 날에도 우직스레 철도역을 지켰던 인물이다. 오직 하나, 곁눈 한 번 팔지 않고 자신의 일에 평생을 걸었던 남자. 지금의 워라밸(worklife balance) 시각으로 보면 그는 참 바보 같은 유형이라 평가받아도 할 말이 별로 없겠다.(계속)


  • 2 고정닉 추천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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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군(220.87)

    日本은 우리 인류의 둘도 없는 보물입니다. 오늘도 건승하는 하루를 보내시길 마음 깊이 소망합니다..^^

    12.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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