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연기후 '일본은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와 관련, "그게 일본 정부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있는 발언인지 의문이다"라고 맹비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극히 실망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마이니치 신문>의 '지난 18~19일 지소미아 문제로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1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주한미군 축소를 시사한 백악관 관계자와의 면담 결과를 보고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간에 일체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미 동맹이 만만한 동맹이 아니다. 70년간 우리가 어마어마하게 투자했고,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계속 한미동맹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우리 정부는 노력하고 있다"며 "한일간 지소미아가 굳건한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니다. 미국도 그렇게 봤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들과 만나"지소미아 연장과 일본 수출규제 철회와 관련해 최근 한일 양국 합의 발표를 전후한 일본측의 몇가지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한일간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일본을 질타했다.
정 실장은 우선 "일본 언론이 한일 발표보다 한 시간 앞서 일본 고위 관계자를 익명으로 인용해 '한국측이 지소미아 연장하고 WTO제소 절차 철회의사를 밝혀 일본이 응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매우 유감스럽다"며 "일본은 한일간 6시 정각에 동시 발표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7~8분 늦게 발표했다. 의도가 뭔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일간 각각 발표하기로 한 일본측 합의 내용을 아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부풀려서 발표했다"며 "한일간 양해한 내용과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만약 이런 식이라면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사전에 WTO 제소 절차 중단을 통보해 협의가 시작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한 다음에서야 일본 측은 우리와 협의하자고 제의해왔고 그때부터 협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측이 '한국 수출관리 문제점과 의혹', '한국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 존재' 등의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도 "한일이 사전 조율한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것"며 "만일 일본이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가 애당초 협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본정부 고위 관계자발로 한국 발표를 '폄훼'하는 내용의 보도가 줄줄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도 "매우 유감스러울 뿐 아니라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며 "자신들의 논리를 합리화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그는 일본 고위관료가 <산케이신문>에 '퍼펙트 게임'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큰 틀에서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한 것이라고 평가한다"며 "일본은 오히려 그들이 주장한 원칙을 견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의 외교 협상에서의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것에 대해 외교적 경로와 어제 한일 외교 장관회의를 통해 강력 항의했고, 일본측은 우리가 지적한 입장을 이해하고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을 발표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한일간 합의한 내용의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데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게 최종합의가 아니다. 지소미아 효력 정지, WTO제소 정지 모두 조건부 잠정적 중단이다. 앞으로 협상에서 모든 건 일본 태도에 달려있다"며 "'TRY ME'라는 표현이 있다. 한쪽이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한쪽을 자극하면 '내가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문구다. 'You Try Me'라는 말을 일본에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