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일어에 도움이 되고 쉬는 틈틈이 보자는 취지로 보게 되었네요.
이 드라마는 원제 "ダメな私に恋してください"로 2016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입니다.
원작은 동명의 만화고요.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건데 그러다 보니 세부적인 줄거리는 좀 달라지더군요.
이 간단 리뷰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지만... 스포를 보고 드라마를 보셔도 될 정도로 무난한 줄거리입니다.
줄거리는 별 볼 일 없는 30세 무직 여성인 시바타 미치코가 겪는 일화들입니다.
남자에게 호구 노릇을 하기도 하고 전직 주임인 쿠로사와에게 자주 민폐를 끼치고..얹혀 살기도 하고 어찌저찌 취직도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지요
이야기가 이야기이다 보니 인물 설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보태보겠습니다.
일본에서 배포된 홍보 포스터입니다.
좌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주연 급의 모가미 군, 시바타, 쿠로사와, 하루코, 아키라입니다
사실 저는 일본 배우를 잘 몰라서 배우 설명은 못하겠고... 다만 모가미 군과 시바타 역의 배우가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방영되었는데요. 1화 표지가 이렇더군요.
그러면 배우들에 대한 간단한 평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시바타 미치코 (柴田ミチコ) - 후카다 쿄코 분
여주인공. 30살이 될 쯤에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졸지에 백조가 됩니다. 백조 신세인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남친이라고 믿는 남자에게 호구처럼 빚까지 내서 조공을 하는 철 없는 여성으로 그려집니다.
부도난 회사의 상사였던 쿠로사와에게 시달린 탓에 그에 대해 두려운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차츰 그 감정이 미묘하게 변하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직장을 가진 후 거기서 만나게 된 모가미 군과도 관계가 깊어지게 되지요.. 하지만 평소에 편하게 생각하며 지내던 쿠로사와와 새로운 사랑인 모가미 군 사이에서 심적으로 갈등을 하게 됩니다.
시바타라는 캐릭터에는 사회의 때가 덜 묻은 듯한 여성의 느낌이 잘 살아 있죠.
만화를 보면서도 참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케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사실 이건 드라마보다 원작 만화에서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더군요.
배우가 원작의 주인공 느낌은 잘 살린 거 같긴 한데 "30살이 다 되어가는 원작 주인공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발랄한 느낌"과는 좀 다른 느낌이더군요
아무튼 원작이든 드라마든 여주인공인 시바타는 30살이 되도록 남자친구도 없어서 주변의 동정을 사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는 30살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일본 여성 간의 암묵적인 압박(?)이 있는 건지 몰라도 "30살이 되도록 남친도 없고 결혼도 못했다"라는 점을 내내 강조하더군요.
아마 늙암센징들이 발작할 만한 부분인 거 같읍니다,,,,,,
쿠로사와 아유무 (黒沢歩)- 딘 후지오카 분
남주인공. 여주인공인 시바타의 이전 직장 상사였던 사람이죠. 시바타가 실수가 많아서 많이 지적하고 고함도 지르는 등 시바타에게는 부정적인 느낌으로 남았지만 회사 내에서의 상하 관계에서는 사실 어느 정도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지요.
그래서 회사 바깥에서 만난 쿠로사와는 시바타에게 있어 회사 생활의 직장 상사로써보다는 인생 선배, 친구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행동합니다.
쿠로사와는 실직 후 그간 원했던 카페 개업을 하게 되고, 시바타가 실직 상태에 있을 때 밥도 주고 알바로 채용해 주고 거처도 마련해 주고 빚도 갚도록 도와주는 등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쿠로사와는 죽은 형의 아내이자 미망인인 하루코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전 여자친구인 아키라에게 마음을 쏟지 못했고, 이러한 마음 때문에 이후 생기는 시바타에 대한 감정 사이에서도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원작에서는 실직 후 새로운 직장을 가진 후에 몇몇 일을 겪고 나서 카페를 개업하지만 드라마가 10화로 기획되다 보니 좀 압축했더군요.
그리고 원작의 캐릭터 성향은 비슷한 거 같은데 인물 자체의 느낌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르더군요.
이건 쿠로사와의 고등학생 시절 모습.
원작 만화가 그려지는 시점에서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사진으로 묘사된 부분이지만... 드라마가 나올 시점에는 이미 스마트폰이 상용화되었기에 스마트폰 사진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되었더랬죠.
모가미 다이치 (最上大地)- 미우라 쇼헤이 분
남주인공2. 드라마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시바타가 카페 알바로 홍보를 하던 시점에 우연히 만난 사람으로, 새로운 직장인 '라이프닉스'의 직장 동료이기도 합니다.
야근수당도 안 주는 직장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유능해서 직장 내에서 상당히 인정받는 영원사원으로 그려집니다.
새로운 직장에서 시바타를 조우하게 된 모가미는 이걸 운명이라고 여기고 시바타에게 열심히 구애를 합니다만.. 시바타가 평소에 쿠로사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을 통해 시바타의 마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쿠로사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물론 모가미는 시바타의 마음을 자신에게 끌어오려고 애쓰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우연이 겹쳐 오히려 쿠로사와의 전 여자친구인 아키라와의 관계가 더 깊어지게 됩니다.
미우라 쇼헤이라는 배우는 유명한 배우라는데 저는 드라마 자체를 잘 안 봐서 모르겠습니다.
이쿠시마 아키라 (生島晶)- 노나미 마호 분
쿠로사와와 동거하던 전 여친이자 속옷가게 사장으로, 쿠로사와의 카페 개업을 반대하다가 쿠로사와가 카페를 개업하자 결국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만화에서는 하루코에게 마음이 쏠린 쿠로사와와 사귀기 위해 자해 소동을 벌여서 겨우 사귄 것으로 나와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이 부분을 정확하게 설명해 주진 않고 쿠로사와를 아키라가 계속 붙잡은 것처럼 묘사됩니다
쿠로사와와 결별한 후에도 아키라는 쿠로사와에 대한 감정을 잊지 못하지만 쿠로사와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겨우 정리하게 됩니다.
그 후 결혼하기 위해 선도 보러 다니지만 매번 실패하고... 그 와중에 우연히 모가미 군과의 관계가 깊어지게 되어 서로 사귀게 됩니다.
원작을 본 저에게는 좀 더 날카로우면서도 화려한 여성의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쿠로사와 하루코 (黒沢春子)- 미무라 분
원작에서는 쿠로사와 아유무의 형과 결혼할 약혼자로 나옵니다만, 드라마에선 쿠로사와 아유무의 형인 쿠로사와 하지메가 이미 사망한 시점이라는 설정입니다. 꽃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미망인인 셈이죠. 미망인이지만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고 무심결에 죽은 남편에 대한 사랑을 내비치고, 그 때문에 아유무는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지 못하고 갈등하게 됩니다. 아유무는 하루코를 고등학생 시절부터 사랑해왔지만 하루코가 자신의 형과 사귀게 되면서 고백을 못한 것이죠. 거기다가 죽은 형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얽혀서 그냥 하루코는 아유무에게 짝사랑으로만 남아 있는 거고요
그리고 원작에서는 하루코도 아유무의 감정을 알고는 있지만 애써 모른 척합니다만, 드라마에서는 아유무의 감정을 정말 몰랐다가 감정을 정리한 아유무의 "좋아했었다는 고백"을 듣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원작이든 드라마든 청순하고 싹싹하고 붙임성 있는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 캐릭터와 가장 느낌이 비슷한 배역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쿠로사와 하지메(黒沢一)
쿠로사와의 형이자 하루코의 남편. 드라마에서는 이미 사망했다는 설정이라 그런지 자상하고 배려심 많고 아주 선량한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을 회사를 본인이 물려받아서 동생을 자유롭게 살게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자상한 형에 대한 기억은 아유무가 하루코에게 고백을 못하고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됩니다.
하지만 원작에서 하지메는 나름 배려심은 있으나 상대의 약점을 들추는 비호감 캐릭터라는 설정이지요. 물론 하루코와의 결혼 이후에는 등장하는 빈도가 급격히 낮아집니다.
원작과 느낌이 아주 다른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설정에 큰 차이가 있어서 딱히 시청에 있어 위화감은 없었습니다.
알바 삼인방
쿠로사와 아유무의 카페에서 알바로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 테리 (본명은 테루이)를 비롯한 사람들로 아유무에 대한 경외심이 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삼인방이 깡패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을 때 아유무가 도와준 후로 인연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위에 쿠로사와 아유무 설명에도 있는 것처럼 아유무가 리젠트 컷을 하던 고등학생 때에 있었던 일들이죠.
카도마
시바타의 직장 동료로 유능하고 항상 정시 퇴근하는 사원입니다.
동거하는 남자 친구가 있어서 시바타를 놀라게 하고, 우유부단하고 사람 좋은 시바타에게 주변인들을 확실하게 대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동거하는 남자 친구 이야기로 인해 연애에 대한 시바타의 고민을 더 지피게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드라마에서의 하루코와 모가미
원작에서는 여러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소개하지만, 드라마는 10화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는 생략하거나 간략하게 소개하고 주연급 캐릭터들의 에피소드에 집중시켰더군요.
그리고 그 시나리오가 딱히 어색하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잘 압축했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이 만화와 드라마를 재밌게 본 이유가.. 단순히 애증의 삼각관계만 그린 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일상적인 갈등과 실제 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들을 잘 묘사해서 그렇습니다.
시바타 양친과 시바타 간 결혼 문제에 대한 갈등, 쿠로사와의 형, 하루코, 양친과 쿠로사와 간 갈등, 쿠로사와 아버지에 대한 시바타의 갈등, 모가미와 아키라의 우연한 인연 등.. 사람 사는 모습을 극적이면서 일상적인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점이 좋더군요.
드라마에서는 원작에서 그려낸 부분 중 많은 부분이 없어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전반적으로 사람 간의 갈등과 해소되는 에피소드가 딱히 적지가 않았고.. 시바타와 쿠로사와 사이의 문제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그 배율을 잘 조절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비슷한 문제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얼마나 현명하고 조화롭게 잘 해결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안고 가야할 상처는 묵묵히 안고 가고, 파멸과 상호 비방이 아닌 인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결국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저는 또다른 일본 사회의 모습을 본 것은 아닌가 하고 망상해봅니다. 제가 한국 사회에서 겪은 비방과 상하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전가, 과거에 있었던 문제로 인한 싸움은 이러한 생각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었고요. 무엇이 더 낫다고 단언하지는 못하겠지만 저는 일본인들의 해결 방식이 좀 더 바람직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음 일드 리뷰는 사채꾼 우시지마 (闇金ウシジマくん)이나 홀리랜드 (ホーリーランド)를 할까 생각 중입니다.
시바타 역의 후카다 쿄코가 81년생인가 82년생... 16년도 기준으로 30보다는 좀 위라서 캐릭터 하고 약간 어색한 느낌이 있을 수도.
11.23 20:52하루코 배역이 가장 잘 어울렸고 테리 역도 잘 어울렸던 거 같네요. 아키라 역은 원작의 화려한 여성의 느낌이 적어서 좀 아쉬웠고요
11.23 20:54아키라 역의 배우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네요.
11.23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