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1711년, 일본에서 조선 통신사가 무시당했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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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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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년, 통신사 일행을 접견한 아라이 하쿠세키는 이 자리에서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들을 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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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니콜라스 드 페르'의 '세계 지도' - 1700년 제작,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소장 중>




그는 조선 통신사들에게 '대서양, 이태리, 구라파(유럽), 이탈리아, 화란(네덜란드)'이 어디있는지 아느냐고 돌려 물어본다.


통신사들은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통신사 부사 임수간이 자존심이 상하기 싫었는지 말한다.


"대서양은 서역에 있는 나라 이름인데, 다른 이태리, 구라파, 화란은 어디 있는 나라 이름인가?"


그 대답을 들은 아라이 하쿠세키는 가만히 있다가


"조선에는 만국전도 (세계지도)도 없는가?" 라고 비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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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구전으로 전해오는 내용이 아니라 실제 신묘통신사행의 대담 중 기록된 일이다.


조선 통신사들은 이후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고 주제를 돌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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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청나라도 인정하는 예의지국이며, 일본에도 성리학이 흥하여

앞으로 일본도 중화의 예를 따를 조짐이 보인다." 라고 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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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이는


"천하가 청나라 세상인데, 망한 명나라를 흉내내며 엉거주춤 할 필요가 있는가?"는 식으로 쏘아묻는다.


이후에도 설전이 오가다가, 조선 통신사들이 아라이 하쿠세키를 꾸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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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통신사들은

"왜 죽은 명나라 황제들의 이름이 들어간 한자를 예의없이 말하면서 하늘이 노할 불경한 짓을 하느냐"

핀잔을 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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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아라이는

"문자는 뜻을 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문자 그 자체가 뭐가 중요하단 말이오?" 라고 되묻는다.


이후 대화가 더 이어졌고, 통신사들은 주제를 돌려 중화의 예법을 가장 잘 따르는 것이 조선이라고 말하며


예의와 효에 대한 필담으로 넘어갔으며, 아라이 하쿠세키도 장단을 맞춰주며 더 이상 공격적인 태도를 내보이지는 않았다.


아라이 하쿠세키는 조선 통신사 접대 비용과 대우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으며,


일본의 쇼군에 대한 조선의 문서상 호칭도 '일본국대군 日本國大君'에서 '일본국왕 日本國王'으로 고치는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조선 통신사 대표 조태억은, 조선에 돌아와서 한양에 입성하지도 못하고 관직을 삭탈당하고 지방으로 쫒겨났다가 훗날 복귀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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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기담 - 아라이 하쿠세키, 1715년>




아라이 하쿠세키는 4년 후인 1715년에, '서양기담' 이라는 위의 책을 발표했다.


각 권의 목차를 보면,


지구의 전경과 모양, 마젤란의 세계일주, 유럽의 제국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동진,

강국 네덜란드의 역사와 해전, 유럽에서 군주를 정하는 방법, 유럽의 언어, 아프리카, 인도,

북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의 위치,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의 경위와 연표, 마테오 리치, 일본과 중국의 차이 등 ···


서양에 대해 평생 조사한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무려 50개 항목이 망라되어 있다.


'채람이언' 이라는 책도 발표하고 사망하였는데, 채람이언은 일본 최초의 세계 지리서로 평가되며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남북 아메리카 등의 지리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렇듯 중국 문화권 외 서양과 세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던 인물에게,


조선 통신사들이 변변치 못한 대응을 한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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