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그게 아니고, 미국의 냉전 질서 구상과 정책 우선도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만 알더라도 저런 소리 함부로 못한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결을 전후로 미국의 외교 정책상 최우선 순위는 변함없이 대서양 동맹으로 지칭되는 나토, 즉 서유럽과 석유 자원이 밀집된 중동이었고, 극동 지역은 일본을 경제 및 군사적으로 전전 수준으로 회복시켜 호주, 필리핀 등과 연계한 별도의 아시아-태평양 안보기구를 창설해 방위 역할을 분담한다는 계획이었음. 해당 기구의 틀 속에서 서독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재무장을 독려하는 한편, 주변국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코르크 마개 작용도 겸하면서 6.25를 휴전으로 매듭짓고 생겨날 안보 공백은 아태지역 안보기구에 일임한다. 그리고 미국은 센반도에 투사한 전력의 여분을 유럽 방면으로 선회한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지.
여기서 남센과 대만은 애치슨 성명으로 드러났듯이 논외 대상이었으며, 이승만 정부가 안보기구 창설 멤버에 일본을 제외시키고 대만을 포함해야 한다거나, 인도차이나에 프랑스 원조를 위해 남센군 파병을 주장했을 때도 미국은 코웃음만 쳤을 뿐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럽보다 중요성은 떨어지지만 동아시아에서의 냉전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어서 사수해야 할 핵심 보루이자 대상국은 일본이었지, 남센은 일본의 안전을 담보해주되 없어도 크게 아쉽지 않은 땜빵용 전방 벙커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는 뜻임. 미국이 6.25에 참전한 진짜 배경 원인이 2차대전 패전의 휴유증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음은 폐주 닉슨이 인증한 바대로잖아?
요시다 시게루가 조금만 더 머리를 굴릴 줄 알았다면, 샌조약 발효 타이밍에 맞추어 미국이 제안해 온 아태지역 안보기구 창설에 협력하고, 헌법을 개정시켜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코스를 밟는 것이 순리였겠지만, 주지하다시피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건 일본 국민의 선택인 만큼 누굴 탓할 문제도 아니야. 일본이 극동 방어 부담을 솔선수범 분담해주고, 라오스 내전이나 베트남에 소수나마 '국방군'을 파병하는 성의만 보여주었던들, 미국이라고 일센 국교 정상화 종용을 압박할 이유야 하등 없었을 터. 결국, 일본이 확고한 동맹국으로 서방의 컨트롤을 받으며 능동적인 냉전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는 커녕 기초적인 자국의 안보조차 책임지겠다는 범국가적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기에 땜빵용 벙커인 남센이라도 키우자는 차선책이 대두한 것이 진상이다.
적어도 제갤에선 이런 팩트를 빼먹고 미국은 왜 남센만 편들어왔냐느니, 일본인들은 너무 착해서 무르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소리가 다시 나오지 말았으면 좋겠음. 55년 체제 하에서 관성화된 '경무장-경제 중시'의 요시다 독트린이 설정한 노선을 순순히 포기하지 않으려는 일본 사회의 수동적 성향이 외교 방면으로 극대화된 케이스가 '일본 호구론'의 진상인데, 이는 스스로가 자초한 업보일 뿐임. 굳이 미국의 잘못을 따지자면, 일본인 특유의 매뉴얼 중시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종전 직후 그 말도 안 되는 헌법을 전시행정식으로 뚝딱 만들어 선사해 준 바람에 개헌 요구는 쇠귀에 경읽기요, 자기네도 발목이 잡히게 된 단견을 탓한다면 모를까.
그러게 오지랖 부리지 말고 나치랑 일제한테 맡겨뒀으면 그런 구상 할 필요도 없잖아?... 독일도 영국은 먹을 생각도 없었던거 같고
11.13 21:00전전으로 소급할 경우 너님 말도 일리가 있음. 양차대전 전간기 미국 외교야 베르사유 조약부터 어차피 말짱 꽝이었으니, 뭐...
11.13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