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2명의 처형 여부 속히 밝혀야

서울 박성우 parks@rfa.org

지난 8일 서해상에서 한국측에 구조된 다음 북한으로 송환된 북한 주민 22명이 전원 처형됐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송환 과정 자체에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생사 여부부터 명확히 하는 게 진상규명의 시작이라는 지적입니다.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지난 8일 한국측에 구조된 북한 주민 22명이 구조 8시간만에 판문점을 통해 북송된 다음, 지난 주 초 북한 보위부에 의해 모두 처형됐다는 소문이 황해남도 주민들 사이에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북한 주민 22명을 조사한 한국의 국정원은 당시 이들은 ‘귀순 의사가 없다’고 밝혀 북한으로 돌려보냈으며, 이들이 처형됐다는 소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정원 설명대로 단순 표류하던 이들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으로 돌려보냈는데도 만약 이들이 처형됐다면 이는 심각한 인권문제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먼저 이들의 생사여부부터 확인해야 된다고 국제인권단체인 < 휴먼라이츠워치>는 주장했습니다. 케이석 북한담당 연구원입니다.

케이석: 한국 정부에서는 북한정부 협조를 받아서 이 사람들이 최소한 살아 있는지, 혹은 감옥에 갔는지, 아니면 원래 자기 살던 곳으로 돌아가서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 그런 걸 확인하는 게 한국 정부로서는 최소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들 북한 주민 22명이 처형됐는지 여부를 정보당국인 국정원이 확인이 불가하다고 밝히는 마당이어서 전문가들과 인권 운동가들은 다양한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문제 전문가인 국민대 란코프 교수는 수많은 탈북자들이 중국 국경을 넘어갔다 잡혀오지만 이들은 몇 개월 정도 수감생활을 하면 풀려난다면서, 이들 북한 주민 22명이 처형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22명 중엔 15세에서 17세 사이 학생도 3명이 포함돼 있는데, 북한 당국이 이들도 함께 처형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란코프 교숩니다.

란코프: 60년대, 70년대 김일성 시대의 그 테러 정치가 극에 달했을 때도 그들은 적어도 만 18세, 만20세 미만 사람들을 사형하지 않고 정치범 수용소, 정치범 관리소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대북 인권단체인 < 북한구원운동>의 이경한 실장은 북중 국경을 넘는 북한 주민은 친척 방문이나 돈벌이가 목적인 경우가 많아 북한 당국도 처벌수위를 낮췄지만 서해안을 통해 남북 해상 접경선을 넘은 이번 북한 주민 22명의 경우는 사안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이경한 실장입니다.

이경한: 북한 쪽에서 봤을 경우엔 서해안 지역이 군사적 요충지고 예민한 지역이어서 이 사람들을 엄격하게 처벌했고, 그럼으로 해서 제2의 탈북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런 (사형)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됩니다.

처형했는지 여부를 북한 당국이 밝혀야 한다는 요구는 앞으로 계속 제기해야 될 사안이지만 지금 당장 국정원이 해명해야 할 문제도 많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국정원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황해남도 강령군에 사는 남자 8명과 15세에서 17세 사이 학생 3명을 포함한 여자 14명이 설날인 7일 돈벌이를 위해 동력선 1척이 끄는 고무보트 2척에 나눠 타고 인근 모래섬으로 조업에 나섰고, 굴을 딴 후 이날 오후 돌아가던 중 동력선이 다른 선박을 구조하러 간 사이 표류하다 8일 새벽 한국 해군에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또 구조당시 조개채취용 어구와 어망 그리고 채취한 굴 6자루와 방수복 2벌 등을 발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북측 해안에 살다가 배를 타고 남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설날 조업을 나서는 경우는 없으며, 명절날 경계가 허술해진 틈을 타 남쪽으로 망명하려 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고무보트에서 굴 6자루가 발견 된 것은 이들 주민 22명이 만약 북한 당국에 잡혔을 경우 의도하지 않은 조난을 당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남쪽으로 향하기 전 미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황해남도 옹진군에서 호위사령부 소속 수산사업소 당비서로 일하다 2006년 5월 일가족 4명과 함께 목선을 타고 남한에 망명한 박명호씨의 설명입니다.

설 명절에 가족들이 이렇게 배를 타고 나와서 조업을 하는 일이 북한에선 있습니까?

박명호: 없죠. 없는데. 저희도 탈북 날자를 처음에 명절날로 정했거든요. 제일 처음에 정한 탈북 날자를... 왜 그러냐면... 명절날은 해군 경비정도 좀 해이해 지는 걸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 해상 당국은 망명을 막기 위해 가족이나 아이들이 끼어 있는 배는 출항을 허용하지도 않는다고 박명호씨는 설명합니다.

가족들이 타면 북한은 승선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박명호: 모든 북한 해안 초소마다 대문작만하게 써붙여 놨습니다. 가족 단위는 승선할 수 없다...라고.

박명호씨는 동력선이 다른 선박을 구조하러 간 사이 고무보트 두척이 표류하게 됐다는 설명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박명호: 그건 맞지 않지요. 그 배가 갈 땐 무조건 고무보트에 닻을 떨어뜨려서 배가 움직이지 않게끔 하는 게 상식인데...

다시 말해 이들 주민 22명은 남쪽으로 향하기 위해 닻이 달린 밧줄을 고의적으로 끊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는 게 박명호씨의 주장입니다. 이처럼 이들 주민 22명이 남쪽으로 넘어올 의사가 분명했었다면 한국 해군에 구조된 후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 망명 의사를 밝혔어야 하지만, 국정원은 이들이 “가족이 있는 북으로 돌아 가겠다”는 의사를 밝혀 “단순 조난”으로 판단해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국측 해군에 발견된 후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기까지 8시간동안 국정원이 이들 22명이나 되는 북한 주민들을 제대로 조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종철 정책팀장의 주장입니다. 탈북자들은 자신이 남한으로 가고 싶더라도 자신의 남한행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혹시라도 북송될 가능성을 고려해 여럿이 함께 있을 때는 자신을 남한으로 보내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는 게 이종철 팀장의 설명입니다.

이종철: 설사 귀순의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같은 의사를 피력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으로 송환됐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이런 추측을 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조사과정에서 발생했을 수 있는 이 같은 문제점 외에도 국정원은 이번 사안을 비공개적으로 처리했다는 점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서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북한 주민 22명이 발견된 일부터 국정원이 투명하게 언론에 알렸다면 이처럼 국정원의 조사 과정에 대한 의혹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판단입니다.

정형근: 정부 당국의 비공개적이고 은밀한 송환행태는 자칫 송환된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정부 당국은 향후 남북 교류 및 협력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하여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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