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소리냐 하면... 내가 예전에도 썼다시피 한국인들은 서양과 일본의 이름 체계와 완전히 다르다. 서양과 일본은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는 성씨로 상대를 호칭하고, 친한 사이에서는 이름이나 애칭을 부른다.
그런데 서양과 일본은 성이 꽤 유니크하다. 물론 흔한 성씨도 있기는 한데, 그것마저 한국의 김씨 이씨 박씨에 비할 수준이 전혀 못된다.
따라서 수백명의 집단이 되더라도 성씨가 같은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게다가 서양은 미들네임까지 사용을 하므로, 더 구분하기가 쉽다. 미들네임 + 성으로 사용하면 사실상 겹칠 확률은 없다.
그리고 이름과 같은 경우는 꽤 흔하게 겹치는 편인데, 그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름을 부르는 사이라는 것은 친밀한 집단에 함께 속해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름이 겹칠 일도 그렇게 많지 않다. 일단 성씨를 불러야 하는 친밀하지 않은 집단보다는 집단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작아지기 때문에. 결정적으로 서양에는 You와 같은 정말 두루두루 쓰일 수 있는 2인칭 호칭이 존재해서 남을 부르는 것에 대해서 전혀 부담이 없다.
물론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의 경우에는 닥터라는 호칭을 붙여주는 것이 예의로 여겨지지만, 그건 신분 구분이라기보다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왜냐하면 박사는 한번 따두면 죽을 때까지 닥터 호칭이 붙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성씨 + 직책 으로 호칭하는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서양과 일본과 같은 이름 체계가 전혀 없다. 한국에서는 성씨가 너무 흔해서 사람을 구분하는 데에 전혀 무의미하고, 그렇다고 해서 You와 같은 2인칭 호칭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름을 부르면 난리치는 새끼들이 대다수이고, 그나마 "이름 + 씨"가 대안이라고 생각했건만, 이것도 설리가 10살많은 남자한테 성민씨라고 호칭했다가 네티즌으로부터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 다들 알지?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사람을 호칭하는 방법이 성씨 + 직책 즉, 신분으로 굳어지게 된거다. 그래야만 사람을 유니크하게 가리킬 수 있거든. 
그런데 이 호칭방법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
예를 들어 김부장이 있다고 해보자. 그 사람이 회사에 다닐 때나 김부장이지, 만약에 회사에서 짤린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택시기사로 재취업을 하게 되었다고 가정해보면, 그 사람은 순식간에 김부장에서 "택시기사 아저씨"로 호칭이 바뀌는거다. 
회사 부장으로 있어도 나카무라상이고 은퇴해도 나카무라상인 일본과, 회사 부장으로 있어도 Herr Müller이고 은퇴하고 집에서 정원이나 가꾸고 있어도 똑같이 Herr Müller인 독일, 대통령일 때도 Mr Obama이고, 퇴임해도 Mr Obama인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사회적 지위를 잃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름을 잃는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이 사회적 지위에 목숨을 걸고, 이것이 신분제를 공고히 하는 데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박사호칭은 한번 이뤄두면 죽을때까지 바뀌지 않지만,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박사가 호칭으로 일반적으로 불리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