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교수… 덧붙이는 글
블로그를 시작한지 4년이나 지났지만, 쓴 글은 별로 없네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어쩐 일인지 제가 쓴 글을 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시고 의견도 남겨주셨습니다. 특히, ‘박사과정 학생이 유의해야 하는 점‘을 많이 읽어주셨습니다. 댓글로 여러분들께서 의견을 남겨주셨는데요, 공감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반대되는 의견을 남겨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오래된 글임에도 불구 하고 여전히 제법 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시는 것 같아, 조금 보충 설명과 배경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아래의 두 글을 함께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 글은 반말투로 썼고, 두번째 글은 높임말을 썼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첫번째 글을 쓸 당시만 하더라도, 이 블로그는 제 몇몇 지인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어서 사용했던, 일기장에 더 가까웠습니다. 글을 쓸 때의 느낌은 마치 혼잣말을 하는 것 같은 것이라 자연스레 반말로 썼습니다. 언젠가부터 글을 쓸 때면 제가 누군가 다른사람에게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 높임말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래요.)
첫번째 글을 읽고 난 뒤, 가장 흔한 불평(?)이 ‘그럼 학생이 다 하면 교수는 노는거냐?’입니다. 첫번째 글에서 제가 학생이 다 해야 한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느껴질 수 있을 법도 합니다. 그런데, 두번째 글에서는 제가 직접적으로 교수가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서로 상충하는 내용의 두 글로 읽힐 수도 있겠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첫번째 글은 학생들에게 드리는 글입니다. 연구에 대한 의지가 불타올라서 이미 뭔가 독립적으로 하고 계신 분께 드리는 글은 아닙니다. 그런 분들께는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중간 중간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 잘 되게 되어 있습니다. 진리의 될놈될. 첫번째 글을 읽고 공감하는 부분보다는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으신 분들은 아마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안 읽어도 될 글을 읽으신 게 아닐까 합니다. :)
첫번째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제가 학생일 때도 그랬고 제가 교수가 되었지만 학생의 때를 아직 벗지 못했을 때도 그랬고, 주변에서 지도교수가 자신을 위해서 뭔가 ‘명령’을 내려주고 모든 일을 다 해주기를 바라며 졸업을 기다리기만 하는 수동적인 자세의 학생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박사과정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첫번째 글은 교수님들께 드리는 글이 아닙니다. 그래서 교수는 어떤 일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도 없지만, 교수는 놀아도 된다는 말도 없습니다. 두번째 글은 교수님들께 드리는 글입니다. 거기서는 학생이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는 말도 없고, 놀아도 된다는 말도 없습니다.
몇몇 안 읽어도 될 글을 읽으신 분들께서 관련된 질문과 의견을 답글로 남겨주셨고, 제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습니다. 아래에 링크를 남깁니다.
- 지도 교수가 학생들의 연구를 잘 모르는게 당연하다는 얘기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군요. …
- .. 난 잘 모르긴하지만, 내가 갑이고 니가 을이다란 말로 들리는건 왜인지 궁금합니다.
- .. 학생의 결과와 진행방향을 기억하지 못할 바엔 PI로서의 교수의 자격은 상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부러 남겨주신 답글의 내용 중 자극적인 일부분을 따서 링크를 걸었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든 일반적인 사회통념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교수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학생을 괴롭히고 착취하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겁니다. 여러가지 형태의 범죄 행위로 학생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본인은 연구에 관심이 없는데도 대학원생을 받아서 지도가 아닌 지도를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 자신은 그런 비정상적인 교수가 아니라는 바램으로, 적어도 정상적인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바램으로 그런 부분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겠습니다.
성균관대학교의 김진수 교수님께서 이런 글을 남겨주셨다고 합니다.
“능동적인 연구를 강조하는 이유가 교수가 논문지도 안하고 놀기 위함은 절대(!) 아닙니다. 석사건, 박사건, 졸업을 하는 것은 지도교수보다는 본인의 역량이라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지도교수가 밥상을 차려줄 수는 있어도, 밥을 먹는 것은 본인입니다. 제가 석사 신입생들 면접할 때도 얘기를 했는데, 대학원은 제가 여러분을 귀찮게 하는 곳이 아니라, 여러분이 저를 귀찮게 하는 곳입니다. 언제라도 어떤 문제에 대해 저와 얘기하고 싶다면 제게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대부분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서두…^^. 가끔 보면 지도교수가 옆에서 이거해 봐라, 저거해 봐라 하는 경우에는 왜 하는지도 모르고 별로 신도 나지 않은 채로 일을 하지만, 지도교수가 아무 신경도 쓰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해서 스스로 연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여러분의 졸업과 관련하여서는 귀찮게 하지 않을 작정이니 졸업하고 싶으면 스스로 알아서 하세요.”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와 같습니다. 인용한 내용 말고도 좋은 말씀이 많으니, 한 번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다시 ‘그럼 학생이 다 하면 교수는 노는거냐?’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분야에 따라서, 특히 인문학 쪽이라면, ‘그럼 학생 논문인데 학생이 하지 교수가 하냐?’가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제가 잘 모르니, 이공계, 그 중에서도 공학 쪽에서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가 더 맞는 답일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상세히 이야기 해보지요.
– 연구 과제 혹은 개발 과제
과제 혹은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연구팀에서 연구책임자(Principal Investigator, PI)의 주도 하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친 뒤 여러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순수 연구 과제의 경우에는 연구가 끝난 후에 제출해야 하는 결과물(Deliverable)의 형태와 질에 대한 조건이 그렇게 까다롭게 명시되지 않지만, 기업체가 후원하는 개발 과제의 경우에는 이건 사업과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조건으로 이거 저거 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을 소프트웨어/하드웨어/보고서 등으로 제출하고 언제 발표도 한다라는 식입니다. 일반 기업체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아웃소싱’ 받아서 하는 ‘외주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런 과제와 관련된 업무와 관련해서 ‘그럼 학생이 다 하면 교수는 노는거냐?’라고 물으시면, 절대적으로 대답은 ‘아닙니다.’가 맞습니다. 교수가 연구책임자로써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학생이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원으로써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학위 논문 혹은 그냥 연구
학위 논문과 관련된 일이라면 답이 조금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원론적으로 이야기 해보면, 학생이 학위를 받기 위해 학위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를 하는데, 지도교수(advisor)가 조언(advice)를 주는 것 이외에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몇 몇 분야에서는 지도교수가 학생의 연구에 대해 비평을 하고 조언만 줍니다. 예술 분야에서 그렇구요, 인문학의 몇 몇 분야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떤 영문학 전공의 경우에는 지도교수가 박사과정 학생과 만나는 것은 1년에 두 차례 정도라고 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봄학기에 한 번, 가을학기에 한 번. 교수는 자기 연구를 (대체로) 혼자 해서 혼자 책을 쓰고 논문을 씁니다. 학생은 자신의 연구를 합니다.
이공계에서는 이런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쉽지 않습니다. 연구의 규모가 커질 수록, 교수들끼리, 교수와 학생이 함께, 학교와 산업체가 함께 협력 해서 연구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혼란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도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는 제가 제 논문 다 쓴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제 박사학위 논문 내용에 실린 많은 내용이, 제 지도교수님이 하신 연구이고, 저는 그냥 그걸 도왔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에, 종종 여러가지 문제도 생기지요. 학생 연구를 왜 교수가 1저자로 출판하느냐 하는 게 화두에 오를 때가 있지요. 대체로 ‘연구 실적 가로채기’인 경우가 많지만, 사실 좀 생각해보면 정말 애매한 경우도 많습니다. 교수가 연구 제안서를 써서 과제를 땄습니다. 학생을 연구 조교(RA)로 고용해서 그 연구과제를 진행하면서 함께 연구도 하고 논문도 여러편 썼습니다. 어떤 논문은 대부분을 교수가 썼을 수도 있고 어떤 논문은 반대로 학생이 대부분 썼을 수도 있습니다. 1저자가 누가 되어야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이 논문들이 학생의 학위 논문에 포함되었다면, 교수와 학생은 공동저자로 학회지에 그 논문을 발표해도 되는 걸까요? 어떤 분야에서는 학위 논문으로 ‘발표’된 연구 내용은 그걸로 이미 ‘발표’된 겁니다. 그래서 학위 논문과 학회지에 논문을 ‘중복게재’했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중복게재 했습니다. 심지어 지도교수가 1저자인 논문과 제가 1저자인 논문이 이미 학회지로 출판이 되었는데도 불구 하고 제 학위논문으로 다시 ‘발표’했습니다. 분야마다 상황마다 다르니 한가지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좀 샜습니다. 아무튼, 이공계에서는 대체로 연구 과제와 맞물려서 학생 지도가 진행 되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교수가 연구 제안서를 쓰고 좋은 평가를 받았을 즈음에는, 연구 주제와 연구 내용에 대한 고민이 대체로 끝난 시점입니다. 연구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은 전체 연구 과정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제가 쓴 글이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교수가 이미 틀을 다 잡아 놓은 연구과제에 RA로 참여하는 대학원생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해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http://thoughts.chkwon.net/phd-students/#comment-53409
포괄적으로는 공감합니다만, 이공계에서 RA 받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교수의 grant proposal 에 따라 연구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그런 경우에도 이 글처럼 얼마나 학생이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제가 드린 답변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교수의 프로젝트에서 RA를 받는다면, 그 프로젝트의 방향에서 크게 벗어날 순 없겠죠. 제가 직접 연구 제안서를 써보니, 제안서가 완성이 되고 연구비를 받게 될 때 즈음이면, 이미 제 머리 속에서는 그 연구가 끝나있더군요. 이런 문제를 이렇게 저렇게 해서 풀면 연구가 되겠지. 하고 직접 조금 해보기도 하고 그 방향이 희망적으로 보이면 제안서를 쓰게 되고, 그 제안서를 읽는 사람들도 방향이 희망적이라고 생각되면 연구비를 주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왠 걸, 연구비를 받고 실제로 연구를 진행 해 보니, 생각지 못 했던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아마 전체적인 연구방향은 잘 안 바뀌겠죠. 경험 있는 교수가 A->B 라는 길이 되는 길이다 라고 생각했고 심사하는 사람들도 그 길이 말이 된다라고 동의했으면 웬만하면 그 길이 되는 길이겠죠. (물론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그것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아주 새로운 연구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B라는 최종 목적지는 비슷하게 가더라도, 실제로 A에서 B까지 가는 길은 굉장히 다를 수 있습니다. 그 길을 찾아가는 동안 학생이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A라는 조건 아래에서 B라는 가설이 옳음을 혹은 그렇지 않음을 보이는 것이 연구 프로젝트의 방향이라고 칩시다.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교수는 아마 제안서에 여러가지 가능한 방법을 제시했거나, 그 가설이 옳다는 신호를 보내는 몇 몇 선행 연구 결과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방법을 적용해서 실제로 연구를 해 보면, 그 방법이 잘 안 됩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했더니 그 생각대로 다 잘 되는 연구는 아마 ‘뻔한 연구’일 수도 있고, 누군가 이미 다 해서 새로운 것이 별로 없는 연구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재밌는’ 연구는 대체로 생각했던 대로 잘 안 됩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면, B라는 가설을 세운 것은 교수의 연구이지만, 그 가설을 실제로 테스트하는 것은 학생의 연구일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제안된 방법으로 연구를 하다가 잘 안 되었을 때가, RA로 참여하는 학생에게는 자신의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자신만의 연구 문제를 찾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지도교수가 제안서를 쓸 때도 고민을 했었고, 제안서를 심사했던 전문가들도 그에 대체로 동의를 했으니) 잘 될 것 같아 보이는 이 방법이 실제로는 왜 잘 안 될까?”를 묻고 그 이유를 알아내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 보고 테스트하는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굉장히 흔합니다. 이 전까지는 지도교수의 연구를 학생이 도와주고 있었지만, 이제는 역전입니다. 학생의 연구를 지도교수가 도와줄 차례입니다.
했던 이야기 또 하면서 쓸데없이 블로그 글을 하나 늘립니다. 이왕 링크팔이 하는 김에, 대학원생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제 블로그 글 링크를 더 걸어둡니다.
잘 쓰셨네. 바쁠텐데 참 대단하시오!!!
언제나 느끼지만 정말 피가되고 살이되는 코멘트라고 생각하며 교수님 글을 읽습니다. 비록 다른 전공의 대학원생이지만 교수님께서 써주신 글들을 읽으면서 생각도 많아지도 제대로 된 고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학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후진들에게 이렇게 좋은 길잡이글들을 써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댓글남깁니다. 교수님께서 하시는 조언이나 말씀들이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거나 그저그럴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마음에 큰 울림을 주고 깨우침을 주는 그런 영향력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저에게는 교수님께서 블로그에 쓰신 글들이 정말 영향력있었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사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대가없이 배움을 얻고있다는 점에 약간은 죄송스럽기도 할 정도랍니다. ㅎㅎㅎ
요즘 날씨도 쌀쌀하고 미세먼지때문에도 시끌시끌한데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옵고, 일상생활에 즐거움이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교수님.
감사합니다. 저도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과학동아 기자로 있는 변지민이라고 합니다. 교수님 블로그를 오늘 처음 알게 됐는데, 재미있는 글이 많아 앉은 채로 싹 읽고 갑니다. 요즘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처우문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두 달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학계가 피 튀기는 정글처럼 보이는 상황입니다. 교수님의 블로그에서 학계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고, 균형이 좀 잡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변지민 기자님, 지난번에 페북에서 인사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혹시 취재 결과는 기사화 되었나요? 저도 읽어 보고 싶습니다.
교수님의 박사과정학생의 자세에 대한 글에 대해서 설왕설래가 많았는지 몰랐습니다. 저는 소극적인 학생의 자세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깊이 공감했고, 그래서 제가 박사과정에 입학하기 전 교수님의 첫번째 글을 읽고 보다 분명한 청사진을 그리고 준비를 했었습니다. 교수님들의 프로젝트에 들어가서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생각하고 논문을 끌어가보려고 항상 노력했고, 그 점이 주효해서 교수님들로부터 리서치에 대해서 독립적으로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학생이라고 평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결과로 승부해야 하는 시기에 와 있어서 그런 좋은 자세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시기는 지나가고 있지만, 지나오면서 생각하게 되는건 교수님의 글은 소극적으로 시키는것만 하는 석/박사 생들에게 정말 중요한 조언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몇년간 교수님의 첫번째 글이 좋은 채찍이 되었듯, 이제는 교수님의 “교수처럼 말하고 사고하는 사람이 교수가 된다”는 글이 제 다음 타겟이 되겠군요. 잡마켓 나가기 전까지 그런 연습을 하고, 또 리서치로 성과를 내면 좋겠습니다.
제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니 굉장히 기쁩니다. 물론 제 글이 아니었더라도 잘 하셨을 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좋은 결과 많이 얻으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박사과정학생이 유의해야 하는점’ 글을 읽고 감명받고 해서 블로그에 오게되었습니다.
좋은글 항상 감사합니다.
저는 영국에서 수의학으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입니다.
한국에서 주입식 교육만 받고 냅다 외우고 시험보기만을 반복하다가
이제 석사학위 논문에 들어가자니 막막해서 조언을 구합니다.
확실히 한국과 달리 여기는 능동적인 연구를 원하는것 같습니다.
너가 하고싶은 연구 outline잡아서 그 연구를 해라 supervisor는 뒤에서 조언정도만 해주겠다
분명 미래의 학자를 꿈꾸는 저에게는 굉장히 떨리고 도전이 되는 작업입니다
다만 막막한 것이 연구를 하려면 data collection을 해야하고,
그 data collection을 할 local institution 아니면 local government 등과 협조를 구해야하는데
그런 곳에 협조를 구하는 것도 능동적인 연구로서 학생이 해야할 부분인가요?
(학생의 신분으로 그런곳에 협조를 구했을때 긍정적인 답변이 올지가 의심됩니다 ㅠㅠㅠ,
지도교수님의 infra가 있는 곳에서, 울타리 안에서 연구를 시작한다면 이런 시련은 없었을텐데요 ㅠㅠㅠ)
제가 outline잡고 제가 하고싶은 연구를 하는 것에 설레는건 사실이지만
너무 맨땅에 헤딩하는것 같아 두려움도 큽니다.
어디까지가 학생 주도적인 연구인지, data collection과 관련된 외부 기관과의 협조 또한 학생의 몫인지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녕하세요. 분명 학생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걱정이 많이 되고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냥 부딪혀 보면 됩니다. 긍정적인 답변이 올수도 있고 안 올수도 있습니다. 해봐야 아는 것이지요. 안되면 할 수 없고요. 그건 그 때 가서 고민하면 됩니다.
저도 그런 일은 잘 하지 못 하는 편이라 항상 두려움에 걱정만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걱정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짜증이 확 나는 때가 있습니다. 그 때 그냥 이메일, 전화, 직접 방문등으로 부딪히게 되더군요. 그래서 안 되면 할 수 없고, 될 때도 있고요. 되는지 안 되는지 해봐야 압니다.
교수님 답변감사합니다
젊은 시절에 도전하고 부딪혀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글 잘 보고갑니다.
‘박사과정이 유의해야 하는글’ 과 ‘대학원생 지도를 시작하는 신임 조교수님들께’ 들을 읽으면서
상당히 공감이 많이 가면서도 최근에 고민이 있습니다.
저는 박사 4년차이고 내년이면 졸업할듯한데요.
후배 지도를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지도교수님의 경우 이제 거의 20년차쯤되시는데 실무에서 손땐지 오래되셨고요.
과제는 끊임없이 따오십니다.
저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스스로 찾아보고, 지도 교수님께 가져가서 토론 하는 형태로 연구를 많이 진행하였습니다(전자공학, 회로 설계쪽입니다.)
헌데 제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개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석사 신입들이 너무 수동적으로 일을 합니다.
제가 했던거 기준으로 일을 주는데 진도가 하나도 안나가요.
특히 ‘박사과정이 유의해야 하는글’ 에 있는 비판적인 내용들과 똑같은 소리하더라고요.
석사는 교수나 박사가 연구 방향 다 잡아주고 시킨것만 수행만 하면 되는거 아니냐. 등등…
사실 시킨다는게 대충 예상하는 결과가 있지만 그런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결과에 대해 생각하고 개선하고 해야하는데 그런 모습이 안보이더라고요.
그냥 시킨것도 거의 못해옵니다.
여기서 제가 어느정도까지 개입해서 지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데에서 실력이 늘며, 세세한것까지 알려주는게 장기적으로는 본인이 스스로 넘어서야할 것들을 못배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방목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대학원생 지도를 시작하는 신임 조교수님들께’ 보면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하나 하나 알려주면서 하는게 더 좋은것인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제가 교수는 아니지만요)
요세 상당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후배지도는 또 다른 어려움이 굉장히 많을 것 같네요. 상황을 상상해보니 한숨부터 밀려오네요. ^^;; 말씀대로 세세한 것 까지 다 알려주는 것 보다는 방목하는 것이 저도 낫다고 생각합니다. 신임조교수에게 직접 하면서 세세하게 알려주기를 권했던 것은, 신임조교수는 갈길이 바쁘기 때문이지요. 마냥 기다리고 있기엔 시간이 촉박합니다.
저는 후배지도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전혀 감이 안 옵니다. 수동적인 자세로 임하는 학생들은 동기부여가 잘 안 된 경우가 많은 것 같고, 아직 학부생의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 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결국엔 스스로 깨달을 수 밖에 없는데, 옆에서 실험실 선배가 뭐라고 해봐야 잔소리로만 들릴 것 같네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요. 후배들 하는 일에 너무 관여하지 말고 좀 내버려두는 것도 방법일 것 같네요. 물론 연구실에서 하는 프로젝트들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 있을테니 그런 부분만 좀 챙기시고요. 잘 모르겠다면서 계속 말했네요. 잘 지도한다기 보다는 좋은 롤모델이 되겠다라는 마음이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한 느낌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_-;;
저는 박사과정 학생을 지도할 때는 ‘독립적인 연구자’에 대해서 처음에 같이 일할 때 부터 끊임없이 말해줍니다. 그런데 석사과정 학생에게는 이것이 쉽지 않지요. 시간도 짧고 경험도 부족하고요. 그래도 석사과정 학생한테도 조금씩은 말을 해주긴 합니다. 그런데 같은 말을 교수가 해주는 것과 선배 박사과정 학생이 해주는 것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 다르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한데,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지도’라고 생각한다면요. 그냥 본인이 깨닫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긴한데, 그걸 지켜보는, 특히 일을 같이 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또 속이 타고 답답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라도 석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일했던 경험담에 대해서 ‘후기’ 같은 것 좀 남겨주세요 :)
정말 보물같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외국서 공부한 관계로 조금은 다른 풍경이 재밌게 여겨졌습니다. 약간 다른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만. 전 석사를 10년 걸려 했습니다. 연구도 아니고 코스웤을…회사에서 학비 대주면 하고 딴데 옮겨서 안 내 주면 쉬고..헌데 박사는 2년도 안 걸렸지요. 나이도 있고해서 빨리 마칠 요량으로 지도 교수를 달달 볶아 봐도 도무지 연구문제 (research problems)에 동의를 안 해 주는겁니다. 워낙 실력있는 분이라 그 수준을 맞추기가 영 어려웠지요. 페이퍼 하나 쓰는데도 넘 까다롭고..10여개월 해 보다가 포기할 맘도 들고 해서 부 지도교수 중 한 분에게 상담을 했습니다 (호주선 지도교수가 3명). 사정을 얘기했더니 자기가 주임 principal supervisir 지도교수를 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주임지도교수를 바꾸고 (호주선 학생이 주임지도교수를 바꿀수 있음) 의외로 내가 생각했던 분야를 요리조리 실타래 풀듯 도와주니 페이퍼를 한 해에 7개를 출판했습니다. 21개월 만에 논문제출했지요. 결론은 다 지도교수 잘 만나면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겁니다. 첫 지도교수 통해서 많은걸 배웠지만 계속 같이 했다면 지쳐서 관뒀을 겁니다. 두번째 교수는 경험이 많고 내가 연구를 하면서 부족한 (기술적) 부분을 도와줌으로서 진척을 이룰수 있게 해 주었지요. 물론 연구는 본인이 했지요.
경험으로 말하자면 지도교수를 신중하게 정하고 실력있는 교수도 좋겠지만 좋은 (?) 사람 만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지도교수와는 지금 함께 논문을 공동저자로 쓰는 사이가 되었구요.
1년에 7편이라니 엄청나네요! 흥미로운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석사 2학기인 대학원생입니다.
아직은 주도적이라기보다는 여기저기 살짝살짝 한번 다른 값도 넣어보고 하면서 진행하고 있네요
항상 이론이면 이론, 실험이면 실험에서 턱턱 막혀서 답답할때마다
한편씩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