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현규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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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호출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논쟁은 타다의 본질을 택시로 볼 것이냐, 아니면 기존에 없던 혁신 서비스로 볼 것이냐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 타다를 기소한 검찰의 결론은 ‘타다가 콜택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반면 스타트업계는 승차공유 플랫폼에 대한 검찰의 몰이해가 무르익어가던 정부와 업계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3일 입수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훈)의 ‘타다’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타다’가 렌터카 공유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콜택시처럼 운영됐다는 근거들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면허 없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영위한 ‘불법 행위’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타다’의 사업은 자동차 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써서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한 행위이기도 했는데, 이 역시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었다.

검찰은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가 ‘타다 드라이버’ 전용 앱을 통해 인력공급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운전자들의 출퇴근, 휴식, 운행차량 배정, 승객 대기지역 이동 등을 관리감독했다고 봤다. 프리랜서 형태의 개인사업자들인 타다 기사들을 사실상 관리감독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 등은 운전자들을 VCNC 소유의 11인승 승합차 차고지로 출근하게 한 뒤 승합차를 배정하기로 했다. 출근한 운전자들은 전철역 인근 등 여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이동해 대기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3일 ‘타다’ 기소 처분에 대해 “불확실성이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위법성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어떤 택시 운송 정책이 타당하냐에 대한 판단은 검찰의 소관이 아니며 검찰은 불법인지 아닌지만 판단할 따름이라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 등은 승객이 ‘타다’ 앱을 실행시키면 해당 승객과 가까운 곳에 있는 운전자에게 승객의 위치를 발송해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시켜 줬다. 목적지에 다다른 승객은 ‘타다’ 앱에 미리 저장한 신용카드로 요금을 결제했다.

이를 종합하면 ‘타다’의 영업은 사실상 현재 있는 콜택시들의 영업과 별다를 바가 없었고, 이용자들 역시 차를 빌리기보다는 택시를 타듯 ‘타다’를 이용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타다’가 11인승 승합차 약 1500대를 이용해 지난해 10월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여객을 운송했고, 지난해 6월 말 기준 약 2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파악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 7월 법무부에 기소 방침을 알렸고, 법무부로부터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니 한 달만 기다려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았다. ‘타다’ 기소는 1개월이 아닌 약 3개월을 더 기다려 이뤄졌다.

검찰은 법무부의 유예 요청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타다’에 대한 기소 방침을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별다른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명백한 불법을 방치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런 입장에 타다 측은 물론 스타트업계 관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검찰의 기소로 합의점을 찾아가던 정부와 스타업계 간 논의가 완전히 멈춰섰다고 비판했다.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타다와 같은 차량공유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기존 택시 영업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힌 것 자체로 혁신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제가 됐던 규제에 대해서도 최근 국토부와 사회적 합의안을 만들고 있었다”며 “그런데 검찰이 타다를 기소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최성진 한국스타트업포럼 대표도 “타다는 기존 법과 규제에서 렌터카와 기사 제공 등에 대한 예외조항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출범한 플랫폼”이라면서 “검찰이 타다와 콜택시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은 승차공유 플랫폼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870여개 회사가 가입한 ‘한국스타트업포럼’은 지난달 29일 “승차 공유 스타트업들은 국내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새로운 플랫폼들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공유 플랫폼에 대한 ‘불법 딱지’가 타다뿐 아니라 공유사업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타다는 기존 법과 규제의 예외조항을 파고들어 출범한 서비스인데,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는 것 자체가 업계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다른 분야의 공유 스타트업 업체들도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타다 문제를 현행 제도의 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 회장은 “내국인에게 공간을 대여하는 ‘공유숙박’의 경우 기존 법 체계에서는 불법이었지만 정부가 도입했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해결책을 찾은 좋은 선례”라며 “정부가 실정법 위반 등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을 것이 아니라 타다와 택시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승은 황윤태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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