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0년 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직 종사자를 길러낸다는 목표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의전원이 도입됐다. 하지만 '전문직 대물림 코스'가 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부모 찬스'를 활용한 입시비리와 상류층에 편중된 입학 경향은 불신을 키운다.
지난 8월 서울대는 교수인 어머니의 도움으로 만든 연구실적으로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에 입학한 이 모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교육부 조사 결과 이씨는 성균관대 약대 교수인 어머니가 대학원생을 시켜 만든 논문에 단독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씨는 SCI급 저널에 실린 논문을 치전원 입학 때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 찬스'를 활용한 사례는 이뿐 만이 아니다. 2013년에는 한양대 의대 학장인 박 모 교수가 아들을 교신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제1저자로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2012년 한양대 의전원 입시에 이 논문을 제출한 박 모씨는 의혹이 불거진 뒤 자퇴했고, 박 교수는 교수직을 물러났다.
"학부생이 SCI급 의학 논문? 부모 도움 없이는…"
논문 등 스펙이 입시에 활용되는 이유는 의전원 입시에서 면접과 연구실적·수상경력 등 정성평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2020학년도 치·의전원 입학 전형에서 1단계 정성평가 20점(전체 70점), 2단계 면접 20점(100점)을 반영한다. 타 대학도 전형별로 20~30% 가량의 정성평가 비중을 두고 있다.
학생들은 모호한 정성평가가 입학 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서울 소재 한 의전원에 재학 중인 정모(27)씨는 "M·DEET(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나 영어 성적, 학점은 명확하게 비교되지만 면접이나 스펙은 합격한 뒤에도 기준을 알 수 없다"면서 "부모가 의료인이거나 교수면 아무래도 준비가 수월하지 않았나 짐작하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이모(25·자연계열 석사과정)씨는 "대학원생 수준에서 논문 한 편에 이름을 올리는 건 큰 실적이고 어려운 일"이라면서 "학부를 막 졸업한 학생이 SCI급 논문을 썼다고 하면 부모의 도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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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로스쿨, 절반은 같은 학교 출신…학벌·소득 편중
유명 대학 출신·상류층이 독식하고 있던 법조계의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해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됐지만 편중 현상은 여전하다.
지난 5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공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1개 로스쿨의 2019년 신입생 가운데 서울대·고려대·연세대 3개 학교 출신이 48.7%로 절반에 달한다. 서울 이외 지역의 대학 출신은 28.6%에 불과하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의 같은 대학 출신 비율은 평균 57.2%로 '그들만의 리그'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스쿨 준비생 사이에선 전형별로 20~30%가량을 차지하는 서류·면접 등 정성평가에서 유명 대학 선호가 나타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저소득층 입학생도 적다. 교육부가 공개한 로스쿨 '2017학년도 1학기 취약계층 장학금 신청자 소득분위' 자료에 따르면 가장 소득이 높은 10분위 학생 비율이 37.2%로 나타났다. 중·상류층으로 볼 수 있는 8~10분위는 총 53.2%다.
편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로스쿨 학생들이 느끼는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로스쿨생 김태현(30·가명)씨는 "입학할 때부터 서로 그리는 미래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면서 "몇 안되는 '흙수저'는 알바를 하며 겨우 시험공부를 하지만 몇몇은 인맥을 통해 유명 로펌으로 인턴을 다닌다. '그들만의 세상'에 끼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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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에서 수시 학종 폐지 하고 수능 정시 100% 합시다
로스쿨 없애고 시험으로만 뽑자 사회의 공정성이 무너지면 끝이다
철저한 대물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