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망치는 요소들
  • 엥겔
  • 2019.11.02 23:49
  • 조회수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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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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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나치게 높아진 인건비


대부분의 산업에서 인건비 상승은 큰 문제고, 이는 예술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영화나 TV쇼, 애니메이션 등 대형 자본이 필수적인 분야에서 말이다.


비단 인건비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갈수록 높은 퀄리티를 바라면서, 특수효과나 마감처리에 드는 비용도 과거와는 달리 천문학적인 비용을 자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외에는 제작이 힘들어지며, 대기업들 역시 초대형 자본이 들어간 영화를 말아먹는 건 최대한 막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실험적인 시도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제임스 카메론이 그랬듯이 실험적이고 획기적인 시나리오 하나 들고 와서 1달러에 판 뒤 제작하는 건 이제는 옛말이다.(카메론은 <터미네이터>를 1달러에 팔았다. 대신 제작비는 회사가 전부 충당하고, 영화가 흥행하면 그 수익의 일부를 카메론이 가지는 형식이었다.)


이런 자본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몇몇 제작자들은 유튜브로 전향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인건비가 엄청난 문제다. 제작비는 점점 늘어만 가는데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블루레이밖에 없기 때문. 그렇다고 미국처럼 제작사가 대기업에 귀속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을 수도 없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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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난주의


위에서 언급한 문제랑 이어지는 문제다. 많은 자본을 들인 영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파격적인 실험을 하기보다는 무난하게 가는 편이 가장 안전하다.


PC(정치적 올바름)으로 욕을 먹는 작품들을 보면, 정치적 성향을 따지기 앞서 작품성 자체가 그저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품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딱 '문제 없다' 정도의 수준이다. 사실 작품이 충분히 훌륭하고 재밌으면 정치적 올바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최대한 무난하게 가는 노선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답시고 이런저런 정치적 요소를 섞은 것인 셈이다. 마치 노인들이 요즘 유행 따라한답시고 과도한 이모티콘을 쓰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참고로 정치적 올바름 자체는 생각보다 별 힘이 없다. 얘네들 자체가 파벌만 수천개이기도 하고, 딱히 극단적인 운동을 할 만한 용기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끽해봤자 피켓 들고 설치는 게 전부) 다만 대기업에서 자꾸만 기존의 낡은 프랜차이즈를 인물 몇 명 바꿔서 해결하려 하는 얄팍한 상술을 써서 정치적 올바름이 자꾸 부각될 뿐이다. 정말로 세력이 강성하다면 밑에서부터 시작돼서 독립영화판을 점령한 뒤, 대기업들도 마지못해 굴복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기 때문. 오히려 독립영화계에서 어설프게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면 욕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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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주의의 또 다른 문제는 작품들이 전부 그저 그렇게 변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착각일지도 모르겠는데,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암울하게, 적당히 현실적으로만 만들면 평가가 좋을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듯 싶다.


그러다 보니 적당한 근미래에 적당한 기계들... 작품들이 너무 비슷해져서 구별이 잘 안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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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나치게 축적된 지식들


무난주의의 원인이기도 하다. 사실 이건 모든 학문 분야의 공통적인 문제다. 겉으로 가장 잘 드러나는 게 예술 분야라 그렇지.


최근에 단독 노벨 과학상이 거의 없는 데에서 알 수 있듯, 쌓아야 하는 학문의 깊이가 예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그 동안 축적된 지식이 너무 많기 때문.


그래서 예술계에서도 이미 옛날에 나온 기법인데 자신이 발명했다고 착각하거나 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 또 응용기는 아주 훌륭한데 기본기가 무너진 케이스가 많다.


최근 초대형 자본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망하는 영화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신경 쓰다가 기본을 놓쳐버리는 것. 사실 이게 말이 쉽지, 조 단위를 다루는 예산을 생각하면서 기본을 챙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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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과거만을 살아가는 평론가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한다. 현대문화를 비판하는 건 매우 건전한 비평활동이지만, 그 대안을 자꾸 과거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툭하면 "80년대가 좋았네~", "옛날엔 안이랬는데~" 하는 사람들이 골칫거리다.


상식적으로 과거와 현대의 창작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또한 당시에는 이상해 보여도 후대에 인정받는 기법이 예술계에 굉장히 많다는 걸 생각해 보면 당장의 어색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로 가려고 하면 예술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새로운 기법이나 유행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20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하다. 이 과정 동안 무수히 많은 실패가 있기 마련이다. 이 실패의 과정을 버티지 못하면 새로운 것도 없다. 예전엔 망한 영화는 바로바로 잊혀졌는데 요즘엔 인터넷에서 평생 박제돼 조롱받아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여담으로 아돌프 히틀러 역시 새로운 미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미술만을 좋아했다. 실패자들의 성향은 비슷비슷한 듯 싶다.



이상 개인적인 넋두리였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대원군마냥 변하는 시대를 막으려 드는 것만큼 바보같은 짓이 없겠죠. 시대가 바뀌면 바뀐 대로 적응해서 살아가는 게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 6 고정닉 추천수1
  • 0
  • ㅇㅇ(220.118)

    난 미술은 오히려 과거로 퇴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임. 현대 미술의 등장과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떡칠된 요즘 예술작품을 보면 그냥 내가 코딱지 하나 종이에 붙이고 온갖 중2병 망상 같은 의미 다 부여해도 예술이 될 지경임. 예술은 원래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행위지 뭔가 예술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가 아님.

    11.02 23:59
  • 엥겔

    저랑은 완전히 정반대네요. 전 예술가가 자신을 표현하는 모든 행위가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11.0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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