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몇몇 오해들
  • 엥겔
  • 2019.11.02 23:02
  • 조회수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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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2

마침 갤러리에 여러 이야기가 돌기에 한 번 간단하게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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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타리 쇼크같은 사태가 일어난다?


아타리 쇼크는 당시 가정용 비디오 게임업계의 대부분을 사실상 독점하던 아타리社에서 저질 게임들만 대량으로 잔뜩 찍어내다가 한 순간에 터진 사건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아타리 외엔 할 게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 아타리마저 저품질의 게임만을 공급하니 불만이 터진 것. 즉 아타리 쇼크의 핵심은 '독점'이다. 시장에 대체재가 많이 있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가 자연스럽게 도태되지만, 아타리는 독점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미국에 비해 엄청나게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제작하는 구조이다. 설령 대부분의 회사가 삽질을 반복해도 한두 회사가 잘 만든다면 문제 없이 작동 가능한 구조라 할 수 있다. 물론 아키하바라에 있는 일부 상점들은 폐점을 면치 못하겠지만 말이다.


오히려 미국과는 달리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업이 영세규모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타리 사태같은 것보다는 경기침체에 의한 자금난을 더 걱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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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중들과 점점 유리된다?


어렸을 때 TV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일수록 "만화는 보편적이어야 한다", "내가 어렸을 때 본 만화는 대중적이었는데"란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전 세대에 대중적으로 퍼질 정도의 만화는 일본 역사를 통틀어 매우 드물다. 한국인들의 오해와는 달리 일본에서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주류로 인정받았던 시기는 한 번도 없다.


그나마 가장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보는 애니메이션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 정도다. 일본에서도 만화는 '애들이 보는 것', '오타쿠들이 보는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매니아 위주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일은 어제오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보는 <도라에몽>이나 <명탐정 코난> 등 아동용 영화가 대부분이다.


<나루토>나 <원피스>같은 소년만화가 예전에 비해 줄었다고 하는 의견도 있는데, 일단 사실이다. 왜냐? 예전에는 소년들이 소년만화를 읽는 게 가장 큰 오락거리였지만 지금은 소년만화보다 재밌는 것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영화, 게임산업이 현저히 발전했다. 일본 어린이들도 소년만화보다는 <아이언맨>을 재밌어 하고, TV에서 <원피스>를 보기 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총을 쏘는 걸 훨씬 좋아한다.


애초에 유명도와 그걸 취미로 삼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은 모르는 사람이 지구상에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슈퍼맨 만화책을 꾸준히 사서 읽거나 배트맨 애니메이션을 챙겨 보는 사람들은 미국에서도 Nerd 취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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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옛날이 나았다?


100년 전에 뉴욕에서 문학을 연구했지만 별다른 실적 없이 죽은 한 영문학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찬가지다. 평범하거나 안좋은 평을 받았던 옛날 애니메이션은 금방 잊혀지고 시대를 초월한 명작만이 남아 지금도 회자되는 법이다. 그러니 지금도 언급되는 옛날 작품들은 당연히 명작일 수밖에 없다. 사실 정말 안좋은 작품들은 제목도 기억 못한다. 당연한 사실이긴 한데 이걸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한 번 써 봄.


예전에도 언급한 바 있는데, 오히려 80년대에는 넘치던 버블경제 예산으로 쓸모없는 역사물만 만들다가 날려먹은 게 상당수라는 사실은 아는 오타쿠가 거의 없다. 오히려 작품의 다양성은 당연히 지금이 훨씬 높다.


결국 예전 만화들이 현재 만화에 비해 갖는 확실한 장점이라고는 그나마 현재에 비해 좀 더 보편적이라는 점 정도. 근데 이것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게, 예전에는 시장이 작으니 만화 하나 성공시키려면 가급적 많은 계층을 끌어들여야 했으니까 작품들이 대중성 위주로 간 거고. 지금처럼 시장이 커서 특정 매니아만 만족시켜도 수익이 보장되면 매니아층 위주로 발달하는 게 옳다. 이래야 장르가 훨씬 다양해지고, 소자본으로도 실험적인 작품의 시도가 원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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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점유율


오타쿠, 특히 반일오덕일수록 그들 세계의 전부인 일본 애니메이션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면이 있는데 일본 애니는 탄생 이래 단 한번도 점유율이나 수익, 문화적 영향력 측면에서 미국 애니를 이긴 적이 없다.


초창기에는 미국은 커녕, 소련보다도 시장이 작고 기술이 뒤쳐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와서 미국 애니가 더 흥하네 하는 소리는 정말 어불성설인 셈.

  • 15 고정닉 추천수3
  • 0
  • ㄷㄷ(222.116)

    오히려 일본만화의 문화적 영향력은 요즘이 더 강세라고 봐야할듯.

    11.02 23:04
  • ㅇㅇ(182.218)

    음속뇌격대같은 애니를 만들어오다 에반게리온을 시작으로 현대 서브컬쳐계의 틀을 다진거죠

    11.0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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