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beta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학교에서 지나게 되는 다양한 생활 방식 중에 뇌가 학습하는 원리에 역행하는 것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명백한 것으로 운동부족을 들 수 있다. 학교에서 신체횔동이 늘어나면 성적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운동을 하면 아이들의 학습력이 높아진다. 좋은 머리는 타고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나 생활습관만 바꿔도 머리가 좋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의 연구에 의하면 좋은 뇌는 운동. 음식. 수면 같은 생활습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운동은 뇌발달을 촉진한다. 1주일에 3번. 30분씩만 운동해도 학습력과 집중력이 15％나 좋아진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증가하는 BDNF(두뇌신경촉진인자)라는 물질이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진화론자들과 뇌과학자들이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하나 내놓았는데, 바로 원시시대부터 존재했던 생명체가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생각과 의식’이 출현한 이유가 운동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단세포 동물, 다세포 동물, 척추동물 등으로 진화하는 동안 생존을 위해 천적으로부터 도망을 가지고 먹이를 찾아 움직이면서 뇌의 감각기능과 예측능력, 판단능력 등이 발달했고 이로서 생각과 의식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유기체에 다리나 날개나 지느러미가 있다면, 이동과 관련한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할 감각체계가 필요하다. 즉 이곳이 저곳보다 나은지 아니면 저곳이 이곳보다 나은지 결정하는 의사결정체계, 더 나은 조건을 갖춘 곳으로 움직이기 위한 운동체계, 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기억체계가 필요하다. 운동은 뇌와 몸 전체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뇌에 혈액이 더 들어오면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데 깊이 관여하는 해마에 특히 좋다. 뇌는 일반적 사실이나 특정한 사실, 개인적 경험, 운동 시퀀스 등에 대한 온갖 기억을 저장하고 검색하는 수많은 신경망을 담고 있다. 또한 뇌는 자주 사용하는 운동 시퀀스를 자동적으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컵으로 크기나 모양이 달라져도 의식적인 노력 없이 컵을 잡을 수 있으며 만약 눈앞의 과제가 이미 숙달한 기술과 많이 다르다면 자동화된 행동을 의식적인 영역으로 옮겨 처리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너무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아이가 의자 밑으로 쿵 떨어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모습은 뇌에 충분한 산소와 피가 공급되지 않다는 뜻이다. 아이는 서서 움직일 때 심장박동이 증가한다. 그 결과 산소와 피가 뇌에 더 많이 흘러, 뇌를 활성화시킨다.
    
  운동의 핵심, 소뇌
  콜리플라워의 머리처럼 생긴 소뇌는 뇌 뒷부분에 있으며, 뇌의 여러 부위 중에서 가장 많은 뉴런을 갖고 있다. 소뇌의 전체표면적은 대뇌의 반구 하나와 맞먹는다.  소뇌는 뇌의 다른 부위와 더불어 움직임을 관장하는 영역으로 자전거 타기나 조깅, 공중제비 돌기와 같은 운동을 할 때 균형감, 자세, 대근육 운동을 조절한다. 즉 골프채를 멋지게 휘두르고, 춤출 때 스텝을 부드럽게 밟고, 손에 든 컵의 내용물을 흘리지 않고 입으로 가져오게 하는 일 등을 섬세하게 조정한다. 또한 표지판을 보지 않고 타자를 치거나 구두끈을 매는 등 자동화된 움직임에 대한 기억도 저장한다. 20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소뇌는 비로소 완전히 성장하는데 청소년기에 가장 변화가 심하다. 
  소뇌는 축구를 하거나 학교에 걸어가는 일 외에도, 파티를 계획하거나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데 관여하는 사고 기능도 관장하는 것을 보인다. 최근에는 신경과학이 발달되어, 소뇌가 인지과정을 조정하는 데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과학자들은 소뇌가 사고나 감정, 감각(특히 촉각), 기억처리 과정에서 관여하여 인지적 처리를 돕는다고 이야기 한다. 감각정보를 처리하거나 고등사고능력을 조절하는 뇌 영역이 소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과제를 매번 반복하면 이후에는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인지적 역량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은 많은 사고 과정을 자동화하는 소뇌 덕분이다. 소뇌가 사고력이 요구되는 과제를 더 쉽게 수행하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실제 움직임의 균형을 잡아주고 움직임을 이끌어주는 것처럼 사고과정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소뇌가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직면한 과제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이를 해결할 소뇌의 역할 또한 더 커진다. 이해하는 읽기능력은 소뇌에서 저장되며, 노랫말이나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처럼 좋아하는 영화의 명대사도 소뇌에서 저장된다. 인지적 처리 과정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사고력을 발달시킬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한 체계적으로 짜인 체육수업에 참여하거나, 과외활동에 참여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식으로 운동감각을 많이 단련한 아이들의 소뇌는 신경연결이 강화된다. 피질에 있는 뉴런과 마찬가지로 소뇌의 뉴런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되기 때문에 사용 여부에 따라 뉴런이 강화되거나 제거된다.   

BDNF
  운동은 BDNF를 촉발시킨다. 뇌를 형성하는 뉴런 전체에서 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만 특히, 학습, 공부, 기억과 관련이 있는 곳인 해마, 측두엽, 전두엽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다. 해마는 단기기억이 머무르는 장소이고, 측두엽은 언어를 관장하는 영역이며, 전두엽은 인지 사고 전반을 다루는 영역이다. 즉 이 세 영역은 공부와 학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뇌의 핵심영역이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때이므로 BDNF가 상당히 중요하다. 공부한 내용을 잘 기억하려면 시냅스의 생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BDNF라는 공부 단백질은 스트레스에 상당히 예민하다. 스트레스를 느끼고 불안한 마음이 들면 BDNF는 생성을 멈추고 뇌세포에 단백질 공급을 끊는다. 그러면 결국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고 학습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에게는 적절한 신체활동이 중요하다. BDNF는 몸을 움직이며 땀 흘리는 시간을 보낼 때 더욱 잘 만들어진다. BDNF는 아이가 재미있게 뛰어노는 동안에 그 원료를 차곡차곡 만들어놓았다가 공부를 하면 그 원료를 뇌세포에 제공하는 신기한 시스템을 따른다.
    
  운동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운동은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연구에 의하면 규칙적으로 운동한 아이는 반응 시간이 더 빠르고, 활력이 넘치며, 창의력이 뛰어나고, 시험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은 학습력을 높이며 공부할 준비가 된 몸을 만든다. 특히 자세를 잡고 천천히 이루어지는 운동은 많은 소근육 운동의 관여와 균형을 요구하며, 이는 전정기관과 전두엽을 의식적으로 활성화시켜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집중력 향상은 도파민회로가 관여한다. 시냅스에서 특히 도파민의 양이 잘 조절되지 않는 불안정한 아이나 자제력이 없는 아이에게 운동이 필요하다. 필기하면서 기억하면 효과적인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스트레스는 기억력을 감퇴시키는데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기억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에 대한 운동의 효과
  꾸준히 운동을 하는 아이는 운동 후 ‘머리가 맑아진다’고 말한다. 이는 뇌가 운동의 효과를 느끼는 것으로 스트레칭 같은 가벼운 운동이 처음에는 힘들지만, 뇌가 활성화된다. 우선 운동을 할 때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준다. 강도 높은 운동을 오래 하는 것보다 오히려 자주, 조금씩 많이 움직이는 활동량의 증가가 아이의 뇌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따라서 일상 속에서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기로 집안 청소를 하거나,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 것은 일부러 하는 운동만큼 효과가 크다. 특정한 운동에 집착하기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히, 즐겁게 몸을 움직이는 신체활동들이 아이의 뇌를 건강하게 한다. 아이는 운동을 통하여 두뇌를 자극하고 학습력을 높일 수 있다.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이 키워진다. 또한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방법이나 전략을 구상하게 되며 이런 과정에서 아이의 사고력이 좋아진다. 운동은 일상생활만으로는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는 일부 감정을 활성화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시킨다.
    
  어떻게 운동을 할 것인가?
  첫째, 유산소운동을 하라.
  유산소 운동이 무산소 운동보다는 효과적이며, 걷기, 계단 오르기, 자전거 타기 등을 통해서 신체활동을 많이 한 아이일수록 기억력이 좋고, 기억력과 관계되는 대뇌피질의 두께가 두껍다고 한다. 뉴질랜드 정부는 아이의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도록 하루에 최소한 1시간씩 아이에게 운동시킬 것을 권고하는 지침을 채택했다. 이 지침은 5세부터 18세 사이 아이의 심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간단한 운동이든 과격한 운동이든 최소한 하루 1시간씩 운동을 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간단한 운동이나 과격한 운동 모두 효과가 있는데, 간단한 운동은 빠른 속도로 걷는 정도를 말하고 과격한 운동은 숨을 헐떡이게 만드는 정도의 운동을 말한다.
  둘째,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하라.
  심폐지구력을 높이는 운동으로는 달리기, 줄넘기, 수영 등의 좋고,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스트레칭을 틈틈이 하고 축구, 농구 등 구기종목도 신체발달에 도움이 된다. 성장을 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은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철봉 등 근력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자세를 바르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럿이 함께 공을 움직이는 축구, 농구, 야구, 배구와 같은 운동들을 통해 아이는 공들의 갖가지 궤도, 속도, 힘 등을 측정, 공간정보를 순간적으로 감지하는 공간판단력을 길러준다.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 3~18세의 모든 연령대의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으로 태권도, 검도, 합기도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외에 초등학교 저학년은 수영, 초등학교 고학년은 구기 종목을 즐겼다.
  셋째, 예술적인 운동을 하라.
  화가가 물감을 캔버스에 옮기고, 드럼연주자가 리듬에 맞춰 드럼을 두드리고, 배우가 눈썹을 추켜올리는 것처럼 예술은 분야와 상관 없이 움직임을 수반한다. 우리는 그저 움직임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심미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서 움직이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서로 다른 예술적 경험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관심사를 추구하다 보면 갑작스럽고 현실적인 문제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예술적 경험과 같은 형태로 위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그 문제를 미리 탐구해볼 수 있게 된다. 덕분에 실제로 그런 난관에 직면했을 때 경험하게 되는 감정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에 필수적인 집중력과 문제 해결 체계를 일찍 개발하고 유지할 수 있다.
  넷째, 게임을 통하여 운동하라.
  게임은 여러 개인이나 팀이 뚜렷하게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좀 더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점수화하는 과정 등을 통해 특정한 기량을 비교하고 경쟁하는 과정이다. 숙련된 움직임은 행동을 계획하는 능력, 그 행동을 펼치는 동안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 타인과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능력의 결과로 얻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이 세 가지 과제가 승패의 관건이 된다. 그리고 올림픽처럼 최고 선수를 뽑는 세계적인 행상에서 이러한 운동 능력의 절정을 볼 수 있다.
  다섯째, 학습에 움직임을 결합시켜라.
  능동적인 학습을 하려면 학습에 움직임을 결합시켜라.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움직이는 시간을 늘려라. 모의실험을 하고, 온몸으로 말하는 몸짓 게임을 하고, 활력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하라. 자연현상이나 문학 속 캐릭터의 감정을 춤으로 표현하게 하라. 움직임이 큰 연극을 통하여 전혀 새로운 인물의 감정 속으로 뛰어들게 하라. 수다쟁이 아줌마, 아이디어가 수시로 번뜩이는 과학자, 스타탄생을 예고하는 아이돌까지 역할에 빠져 바쁘게 움직이게 하라.
  여섯째, 무리한 운동은 하지 마라.
  운동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운동을 많이 하게 되면 피로가 쌓이고 스트레스로 이어져 뇌발달에 나쁠 수도 있다. 또 운동을 많이 하면 뇌에서 나오는 엔도르핀에 의한 쾌감 때문에 체력이 소진되도록 운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뇌발달에도 좋지 않다. 무리한 운동을 근육에 젖산을 증가시켜서 통증을 일으킬 뿐 아니라 근골격계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글. 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