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이 8일 검찰개혁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사진). 검찰 대표 인지수사 부서인 특별수사부를 대폭 축소해 서울중앙지검 등 거점 검찰청 3곳에만 남기고 명칭도 '반부패수사부'로 바꾸는 방안을 이달부터 추진한다. 개편이 이뤄지면 1973년 대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가 4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조 장관은 또 심야조사 금지, 별건수사 제한 등 인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완료하겠다며 "'다음은 없다'는 각오로 검찰개혁에 매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중앙지검 등 3곳 이외 특수부 폐쇄
명칭은 '반부패수사부'로
하지만 특수부 축소·폐지나 대검찰청 조직 및 기능 개편 등이 이뤄지면 검찰 간부 등에 대한 후속 인사가 뒤따를 수밖에 없어 조 장관이 인적 물갈이 카드로 검찰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강화 등은 검찰의 중립성을 저해할 우려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 검찰 특수부 축소 등 신속 추진 = 조 장관은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국민과 검찰이 함께 하는 검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인권 존중, 검찰 견제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조 장관은 이날부터 법무부 훈령인 '검찰 수사차량 운영규정'을 제정·시행해 검사장들에게 제공됐던 전용차량을 없앴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도 제시한 개혁 방안 가운데 하나이다. 조 장관은 또 검사의 검찰 내·외부 파견을 최소화하고 심사위원회를 설치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의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외부 인사와 직급별 검사 7명 등으로 구성되는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가 검사 파견의 필요성을 엄격히 심사해 일선 검찰청의 형사부와 공판부 인력을 확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즉시 시행하는 이 두 방안에 관해 "검찰개혁에 관한 법제화의 첫 성과물"이라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와 대검찰청이 제시한 개혁 방안을 수용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또 △직접수사 축소와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조직 개편 △인권존중과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수사관행 개혁 △견제와 균형 원리에 기반한 검찰 운영 등 3가지 목표를 세워 검찰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즉시 시행 가능하거나 신속한 제도화가 필요한 부분은 '신속 추진과제로' 선정해 당장 이달부터 관련 규정 개정에 나선다.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한 방안은 '연내 추진과제'로 나눠 추진한다.
심야수사 금지, 별건·장기수사 제한
친인권적 수사방식 구현
신속 추진과제에는 특수부 등 직접수사 부서의 축소와 형사부·공판부 확대, 검사 파견 및 직무대리 최소화 등이 담겼다. 특히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거점청을 제외하고는 모든 특수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방안을 수용해 특수부를 최소한으로 유지한다. 특수부 명칭도 반부패수사부로 변경한다. 이를 위해 이달 중 '검찰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인권 존중과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장시간·심야조사를 금지하고 △부당한 별건수사와 수사 장기화 제한△검찰 직접수사에 대한 고검의 사무감사 강화 △인권친화적 수사방식 구현 △출국금지 대상자의 알권리 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법무부 훈령으로 규정된 '인권보호수사준칙'을 법무부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으로 상향해 이달 중 제정할 방침이다. 인권보호수사규칙에는 조사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장시간 조사 금지 규정을 포함해 심야조사 금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수사 장기화 제한, 출석조사 최소화 등의 규정이 담긴다.
또 윤 총장이 밝힌 사건관계인 공개소환 금지 등의 방안을 반영해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도 제정할 예정이다.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권·행정사무 감사도
실질적 강화
추가 의견 수렴이 필요한 △법무부 탈검찰화 확대 △검사의 이의제기 제도 실효성 확보 △피의자의 열람·등사권 확대 보장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계좌내역 조회에 관한 알 권리 강화 등은 '연내 추진과제'로 정했다. 연내 추진과제에는 △공정한 사건배당 △변호사 전관예우 근절방안 △반복적이고 광범위한 영장 청구 개선 등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검찰에 대한 적절한 견제를 위해 법무부가 가진 검찰에 대한 감찰권과 행정사무 감사를 강화·실질화한다. 법무·검찰개혁위가 권고한 '검찰의 셀프 감찰 폐지'를 수용한 것이다. 또 비위검사의 의원면직도 제한해 징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조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온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는 현재의 심경도 밝혔다. 조 장관은 "매일매일 고통스럽고 힘들 때가 많지만, 제가 감당해야 할 것을 감당하겠다"며 "장관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여망 덕분에 검찰개혁의 과제들은 하나씩 해결되고 있고, 해결되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도·배경 의심스럽다" 반응도= 조 장관이 신속하고 강력한 검찰개혁 추진 방침을 밝혔지만 법조계에서는 비판적인 반응도 많은 상황이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의도와 배경이 의심스러운 데다 몇몇 방안은 오히려 검찰의 중립성을 저해할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별건수사, 심야조사는 일반 국민들과는 별 상관이 없고 권력형 범죄 등을 수사할 때 적용되는 방식인데도 이걸 인권 보호 방안이라고 내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권력자들을 수사하는 특수부 검사들을 줄여 일반 국민 수사하는 형사부에 배치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그렇게 되면 부패수사 역량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기관이나 수사제도 개혁은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인데, 법무부가 관련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빨리빨리만 강조하는 이유가 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검찰개혁은 빨리 하는 것보다 올바르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간부 후속인사 불가피
"인적 물갈이 카드로 검찰 압박" 지적도
다른 변호사도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강화 및 실질화, 대검 조직 및 기능 개편 등은 자칫 법무부의 검찰 장악 시도로 보일 소지도 있다"며 "특히 특수부 축소 직제 개편 등이 이뤄지면 그에 따른 인력 재배치가 필요해 부장검사 등 검찰 간부 후속인사가 뒤따라야 할 텐데 조 장관이 인사권 행사를 통한 검찰 인적 물갈이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출국금지 대상자, 통신제한조치나 계좌추적 대상자의 알권리 강화는 수사의 밀행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기 위해 검찰 내부에 감찰권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수사와 관련해서는 감찰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자제되어야 한다. 조 장관의 발표는 이러한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이 같은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하면 누가 순수하게 받아들이겠느냐"며 "검찰개혁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뭔가에 쫓기듯 다급하게 개혁을 추진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대검은 이날 조 장관의 검찰개혁 방안 발표에 대해 "검찰은 국민의 엄중한 뜻을 받들어 인권존중 수사방식의 확립 등 능동적인 검찰개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아울러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원활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