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이야기는 길어>의 포스터(출처:야후재팬)
이번 4분기 日本드라마 중에 시선을 강력히 끄는 작품들이 여럿 있습니다만,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쿠타 토마(生田斗真)씨가 니트족인 키시베 미츠루(岸辺満)로 분해 열연한 <내 이야기는 길어俺の話は長い>입니다.
설정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독신남 31세의 키시베는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 니트족이기 때문입니다. 뭐, 재미있는 말로 집밖을 나가지 않고 언제나 집을 지키는, 그야말로 자택경비원(自宅警備員)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사업에 한 번 실패했다고 집 안에 틀어박히다니, 쇼와남자(昭和男子)의 정서를 갖고 있는 小生이 보기엔 더욱이 고용 안정성이 차고 넘치는 日本에서 自宅警備員 생활이라니……
이 친구 형편없고 한심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일면으로 해석, 단정해 버리기에는 워낙 복잡다단한 생물입니다.
예, 당연하지요. 변명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입체적으로 관찰하지 않을 순 없습니다.
그래야 사람에 대한 평가에서 빚어질지 모르는 오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찰과 사색은 단언컨대 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구현시켜야 될 자세이지요.
그런 관점으로 보면, 이 친구에게도 분명히 변명의 여지는 은연중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게다가 이 친구 키시베는 제법 논리정연(論理整然)한 화술(話術)을 가지고 있답니다.
논리정연? 그렇다는 것은 이 친구가 매사 어떤 사안 앞에서든 사색을 베이스로 깔고 있다는 방증(傍証)이 아니겠습니까? 오호, 자신의 이야기나 견해를 막힘없이 피력할 수 있는 친구임은 분명해 보이는군요.
이치가 그러하니, 키시베가 풀어놓을 <俺の話は長い>, 그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겠습니까?
小生의 기대(期待) 만발(滿發)은 결코 과하지 않습니다.^^
자, 지난 10월 12일부터 키시베의 이야기는 日本 현지에서 전파를 탔습니다. 「국내의 팬들을 위해서도 한국케이블TV에서도 수입해 방영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들도 앞으로 진행될 그의 <내 이야기는 길어>를 한 번 느긋이 들어보지 않겠습니까?
참고로, 앞에서 日本의 고용 안정성 얘기가 언급되었으니, 여기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설하고 넘어가지요.
뭐, 日本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니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겠지만, 求職者 입장에서는 종신고용(終身雇用)과 연공임금(年功賃金) 풍토가 구축된 日本의 기업 내부노동시장(內部勞動市場)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이것은 장기근속 여부를 따져보면 금방 실감될 수 있을 텐데요. 이를테면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까지 포함된 2010년 전체 기업의 평균근속연수를 한국과 비교해 보면 단박에 헤아릴 수 있을 겁니다.
정규직에 한해서 한국은 7.0년. 日本은 12.6년입니다.
10인에서 99까지의 기업에 국한해 보면요, 한국은 5.2 일본은 9.1년으로 통계가 잡혀 있습니다.
더욱이 전체 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통계를 살피면 日本이 얼마나 고용 체제가 안정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파악하고도 남을 겁니다.
한국은 1.9년, 日本은 5.6년입니다. (출처: 정이환의 『한국 고용체제론』 79쪽)
음, 기왕에 정이환 선생의 <한국고용체제론>을 언급했으니, 그분의 견해를 몇 마디 더 인용해 봅니다.
"한국의 고용체제는 日本과 미국의 혼종형이지만 日本유형에 가깝다고 해서 한국고용체제를 日本유형의 한 형태라고는 말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한국고용체제는 日本유형과 분명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대체로 小生도 이 견해에 동의합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의미심장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든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데에 있어서 다수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여,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이 열악하면 이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고용은 심각하게 불안정해지니까요. 日本의 고용체제에서 고용안정성이 높다는 의미는 바로 이 점을 방증하고 있는 셈입니다.
덧붙여, 日本, 한국, 미국의 기업 규모별 근로자 분포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인에서 99인까지의 기업에 분포하는 노동자는 한국이 64.8% 日本이 50.3% 미국이 41.1%입니다.
다음으로 100-499인의 경우는 한국이 14.5% 日本이 21.1% 미국이 14.0%,
500-999인은 한국이 3.7% 日本이 7.1% 미국이 5,7%,
1000인 이상의 규모를 가진 기업에선 한국이 17.0%, 日本이 21.6% 미국이 39,2%입니다.
이상의 통계는 한국이 2008년, 日本은 2010년, 미국 또한 2010년의 통계입니다. 꽤 오래됐지만 이것을 참조해 봐도 작금의 노동시장에 있어서의 선택은 구직자에게 과연 어디가 유리할지 판단이 내려지리라 생각됩니다.
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日本은 한국처럼 심하지 않습니다. 또 익히 주지하디시피, 日本의 중소기업은 세계 최정상을 달리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매우 건실(健實)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평범한 구직자 입장에선 日本의 전체 노동시장이 얼마나 큰 매력 덩어리인지 방증하는 지표라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즐거운 주말이고 하니, 소생도 키시베 이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뭐, <俺の話は長い> 리뷰에 갈음해서 말이지요. 그런데 이건 제법 미스터리한 이야기입지요.^^
먼저 이야기의 출처를 밝히지요. <야창귀담夜窓鬼談>에 실려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19세기 말, 메이지 시대(明治時代) 이시카와 고사이(石川鴻斎) 선생이 편찬한 책인데, 전래로 내려오는 모든 괴담을 모아 편찬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온갖 무시무시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이 총집결되었다고 해도 크게 과언은 아닙니다. 자, 시작합니다.
때는 에도시대(江戸時代)입니다. 기슈 번(紀州藩)의 번사(藩士) 한 분이 에도에 있는 번의 저택을 방문하는 길이었답니다. 아, 그 전에 참근교대(参勤交代)에 대해 설명을 간략하게 해 드릴 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