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사퇴 의사... 검찰개혁안 발표 약 3시간 만에 전격 발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저는 오늘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 개혁안을 발표하고 약 3시간 만에 사퇴를 발표한 것이다. 지난달 9일 취임했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며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법무부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법무부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 배경 '가족'

조 장관은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 제기와 이어진 검찰 수사가 사퇴의 배경이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심정을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며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개입·딸 표창장 조작 의혹을 수사 중으로 이날 정 교수를 5번재로 비공개 소환했다.

지난 9일 열린 조국 규탄 시위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지난 9일 열린 조국 규탄 시위

후보자 지명 이후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면서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등에서는 조 후보자 딸의 입학과정을 둘러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 후로는 조 장관을 지지하는 집회와 조 장관을 규탄하는 맞불 시위가 서초동과 광화문 등에서 열렸다.

검찰 개혁은?

한편 이날 오전 조 장관이 발표한 개혁안에 따르면 검찰의 대표적 직접수사 부서인 '특별수사부'가 서울·대구·광주 3개 검찰청에만 남고, 나머지는 폐지된다.

이름도 '특별수사부'에서 '반부패수사부'로 바뀌며, 수사 범위도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 중요 기업범죄 등으로 한정된다.

이 외에도 법무부는 현재 훈령인 '인권보호수사준칙'을 법무부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으로 격상시키고 장시간·심야조사 제한, 부당한 별건수사·수사 장기화 금지 등의 규정을 담는다고 발표했다.

조 장관은 14일 오전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 개혁안을 발표하고 약 3시간 만에 사퇴를 발표했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조 장관은 14일 오전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 개혁안을 발표하고 약 3시간 만에 사퇴를 발표했다

또 '피의사실 공표금지'와 관련해서는 대검찰청이 발표한 공개소환 전면폐지, 전문공보관제 도입 등 방안을 10월 중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대통령령 개정안은 15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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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조 장관 사퇴 입장문 전문: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습니다.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습니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가족 수사로 인하여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하였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 됐습니다. 어제는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어느 정권도 못한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검찰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합니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의 쓰임은 다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 동안 부족한 장관을 보좌하며 짧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준 법무부 간부·직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후임자가 오시기 전까지 흔들림 없이 업무에 충실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 10. 14.

조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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