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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 글로벌 스탠더드 아니다

신태훈 검사 논문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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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본격화될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앞두고, 현직 검사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라는 주장에 정면 반박하는 연구결과를 내놔 주목된다. 수사와 기소 분리는 현재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눠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게 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만 맡도록 하자는 주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발단이 된 논거다.


신태훈(44·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최근 대검찰청이 발간한 '형사법의 신동향'에 게재된 '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 논문에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오히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중 대다수인 29개국(83%)이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으로 검사의 수사권 또는 수사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사가 수사 또는 수사지휘를 통해 주도적으로 수사에 관여하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검사가 수사 전반을 통할하고 감독하는 것이 세계적인 보편적 추세이자 국제적 표준에 더 가깝다는 것이 신 검사의 주장이다.

 

신 검사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 등 26개국은 검사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모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핀란드와 슬로베니아는 검사의 수사권은 인정하지 않지만 수사지휘권은 인정하고 있다. 연방검찰을 기준으로 분석한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법률에 따라 각 연방검사의 수사권한은 인정되지만 사법 경찰에 대한 구속력 있는 수사지휘 권한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연방검사가 조언, 자문 등의 형태로 사법경찰의 수사에 관여하는 것은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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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나 법률에 명문으로 검사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영국 등 6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에서 검사의 수사권이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검사는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등 각종 국제형사재판소와 최근 유럽연합(EU)이 창설을 확정한 '유럽 검찰청(EPPO)' 등 검찰제도를 활용하는 국제기구 8곳에 대한 수사·기소 시스템도 분석했는데, ICC와 ICTY 등 국제형사재판소에서도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통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EPPO도 수사만 담당하는 사법경찰 조직이 따로 없고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통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검사는 "압도적인 다수의 선진국, 다수 국가간 조약이나 UN에 의해 창설된 각종 국제형사재판소, EPPO가 채택한 검찰제도는 검사가 기소권한은 물론 수사권한과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한을 보유하면서 수사 전반을 통제하는 시스템"이라며 "이것이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인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또 "21세기 들어 수사·기소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한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는 모두 개혁입법을 통해 기존에 인정되지 않았던 검사의 수사권한과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한을 새로 확립했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유럽 검찰청에서도 검사가 아닌 경찰에게 수사와 관련된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했을 것이지만, 이들 모두 정반대의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했다는 점은 최근의 세계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잉글랜드의 수사·기소 분리 제도를 받아들이자는 일각의 주장도 비판했다. 신 검사는 "잉글랜드는 판례법과 사인소추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나라로, 우리나라처럼 성문법과 국가소추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과는 검찰제도는 물론, 민·형사법 체계, 소송구조 등 기본적인 사법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이어 "이런 잉글랜드에서도 최근 대륙법계 검찰을 모방해 검찰청(CPS)과 중대범죄수사청(SFO) 등의 검찰기관을 설립해 경찰의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잉글랜드 시스템을 좇아 경찰권을 강화하자는 것은 경찰수사의 문제점이 창궐하던 1980년대 잉글랜드의 구(舊)체제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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