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목소리가 대학생에 이어 교수와 학자 등 학계·대학가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현직 대학교수 200여명은 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연루된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를 포함해 국내외 85개 대학교수가 참여했다.” 오늘(6일) 조선일보 12면에 실린 <“조국 탈법 더는 침묵 못해” 학생 이어 교수들 시국선언>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전·현직 대학교수 200여명’이 조국 사퇴 시국선언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 | |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 보수성향 혹은 ‘친자유한국당 성향’이라는 설명 덧붙여야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기사는 ‘정직하지 못한’ 보도입니다. 시국 선언에 참여한 인사들이 ‘전현직 대학교수’인 건 분명하지만 조선일보는 독자들에게 설명해야 할 내용을 누락했습니다. 문제는 많은 언론이 조선일보와 비슷한 방식으로 보도했다는 겁니다. ‘이런 방식’의 보도 - 저는 문제 있다고 봅니다. 최소한 보도를 하더라도 서울신문처럼 보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신문 보도 내용 잠깐 소개합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두고 대학생들의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수 성향 교수들도 가세해 조 후보자와 문재인 정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전·현직 대학 교수 200여명은 5일 시국선언문을 내고 ‘조 후보자를 지명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이 터진 뒤 학계에서 처음 나온 시국선언이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과 교수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등 보수 인사들이 주도했다.” (서울신문 9월6일 <‘보수’ 교수 200명 “曺 지명 철회”>) ‘전현직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와 ‘보수성향 교수들이 가세했다’가 별 차이가 없다고 보는지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조선일보가 표현한 것처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목소리가 대학생에 이어 교수와 학자 등 학계·대학가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보수성향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경우라면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볼 수 없다고 봅니다. 제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많은 언론의 ‘전현직 교수 조국 후보자 사퇴 시국선언’ 기사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사실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을 ‘보수성향’이라고 볼 수 있을까 –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시국 선언에 참여한 일부 교수들의 ‘이력’ 때문인데요. 관련 내용은 민중의 소리가 보도했습니다. 일부 내용을 인용합니다. “이번 시국 선언은 친 자유한국당 성향 교수들이 주도했다. 교수들 면면을 보면 조동근 교수와 이병태 교수는 자유한국당 특별기구에서 활동 중이다. 두 교수는 황교안 대표가 출범시킨 ‘2020경제대전환위원회’ 외부 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과거 막말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는데 조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영선은 내가 가장 극혐하는 여자다. 내 기준에 의하면 저 여자는 인간도 아니다’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또한 이 교수는 ‘친일은 당연한 것이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시국 선언에 앞장선 양준모 교수는 지난 5월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문재인 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에 작성에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했다.” (민중의 소리 9월5일 <조국 지명 철회하라는 교수들…면면 보니>) ‘친일은 당연한 것이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교수를 보수성향 인사로 볼 수 있을까요?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전력’을 가진 인물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면 언론이 보도에 신중을 기하는 게 온당하다고 봅니다. 아니면 민중의 소리처럼 해당 인사의 과거 전력이나 발언 등을 소개해 주면서 독자들에게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게 맞죠. | | | ▲ <이미지 출처=민중의소리 홈페이지 캡처> | “친일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교수가 보수? 언론은 왜 침묵하나 하지만 이른바 조중동을 비롯한 많은 언론이 ‘조국 후보자 사퇴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과 관련해 ‘논란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쏙 뺀 채 보도했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언급을 하면, 보수성향 혹은 친자유한국당 성향의 교수들은 시국선언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시국선언 할 수 있고 ‘조국 후보자 사퇴’ 요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언론입니다. 이들이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이력을 가진 사람들인지 언론이라면 ‘기본적인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게 맞죠. 그런데 ‘전현직 교수들’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넘어갑니다. 자유한국당 특별기구에서 활동을 하고 ‘친일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교수가 ‘조국 후보 사퇴’ 시국선언을 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할까요? 혹시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전현직 교수 시국선언’이라고 한 건 아닐까요? 판단은 독자에게 맡깁니다. 마지막으로 조중동과는 결이 다른 것으로 평가받는 경향신문마저 ‘전현직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보도한 것은 유감입니다. 경향은 오늘(6일) 2면 <서울대 총학 “조국 임명 반대”>에서 “전국 대학 전·현직 교수 200명은 이날 조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고 했는데 반쪽짜리 보도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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