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조국 부인 공소장, 달랑 한 장도 안 돼…‘낙마’ 겨냥한 졸속 기소 의혹 키워
조국 법무부 장관.
조국 법무부 장관.ⓒ김철수 기자

검찰이 지난 6일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서둘러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장 내용은 부실 그 자체였다. 검찰이 조 장관 낙마를 염두에 두고 섣불리 배우자인 정 교수를 기소했다는 의혹만 키우는 대목이다.

17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 교수의 공소장에 적시된 공소사실은 A4 용지 기준으로 한 장도 채 되지 않았다.

공소장에는 사문서위조 혐의 적용의 근거가 될 만한 내용도 전혀 적시되지 않았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은 딸 조씨가 인턴 경험 및 상훈 등 외부활동 등을 주요 평가 요소로 보는 특별전형을 통해 국내외 유명 대학원 등에 진학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이 근무하는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임의로 만들어주기로 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성명불상자 등과 공모해 2012년 9월 7일경 동양대에서 총장 표창장 양식과 유사하게 딸 조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봉사기간 등을 기재하고 임의로 표창장 문안을 만들어 총장 이름 옆에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공소장 내용의 전부다. 

‘성명불상자 등과 공모해’라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 검찰은 정씨를 기소하면서 공모자가 누구인지도 특정하지 않았다. 또 ‘임의로 총장 직인을 날인했다’는 결론을 내면서 관련자 진술 등 판단 근거가 될 만한 내용들을 전혀 적시하지 않았다. 

이는 “관계자 등 충분히 조사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검찰의 설명이 궁색해지는 대목이다.

나아가 검찰이 해당 사안을 ‘입시 비리’ 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이용했냐’는 것이 이 사건의 쟁점이 된다. 따라서 이 혐의가 완성되려면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가 추가되어야 한다. 이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위조의 이유가 사라지므로, 범죄가 성립되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에 ‘입시 비리’라는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했다.

결국 검찰은 이처럼 텅 빈 공소장을 토대로, 당사자 소환 조사도 없이 정 교수를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이 정 교수를 기소한 6일은 후보자 위치에 있던 조 장관 임명동의안 재송부 시한이었고, 재송부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7일부터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임명동의안과 무관하게 조 장관을 임명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한다면, 검찰이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과 후보 당사자이던 조 장관의 심경 변화 등에 따른 거취에 영향을 미치고자 졸속으로 정 교수를 기소한 것이라는 의혹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공직자 인사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기소를 강행한 것을 두고 조 장관의 딸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받은 시점이 2012년 9월 7일이고,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전원 입학 원서를 제출한 시점은 2014년 6월이다. 만약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가 성립된다고 가정한다면 2021년 6월까지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공소시효를 감안하더라도 검찰이 당사자 소환 조사까지 생략하면서 섣불리 정 교수를 기소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의 부실한 공소장으로는 사실상 정식 재판을 진행하기 어렵다. 자칫 사건 당사자 모두가 민망해지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결국 검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어떻게든 공소사실을 구체화 시킨 뒤, 정식 재판 전까지 공소장 변경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의혹 등 다른 굵직한 사안으로 추가 기소를 해 기존의 졸속 기소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판단할 소지도 있다.

한 현직 검사는 “검찰 입장에선 조 장관 낙마 시한이 급했다고 본 것 같다. (배우자) 표창장 위조 혐의로라도 기소하면 사퇴할까 싶어 급히 기소하는 바람에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팀은) 어차피 향후에 공소장 변경이 가능하고, 다른 혐의로도 추가 기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