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9.

병신오인방(丙申五人幇)

한때의 히어로가 빌런으로 추락하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롭다. 개미들의 재테크 희망이던 신라젠이 3연방 하한가를 찍는 일이나, 또는 어린시절 즐겨보던 TV프로의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이 이후 성인물의 주인공이 되었다든가. 그런데 그 악몽이 매일 9시 뉴스마다 반복되고 있다. 한때 영웅이었던 몇몇 진보 지식인들은 권력과 위세를 얻으며 과거 자신들의 주장과 정확하게 역행해서 사익을 추구하며 쫌생이로 전락하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이제 인정하자. 그들은 정의롭지도 않고 쿨하지도 멋지지도 않은 그저 열등감에 미친 찐따였음을. 그중에서도 으뜸가는 다섯을 뽑아봤다.

이 다섯명은 을사오적과 다름없다. 나름 지배층이나 엘리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앞장서서 나라를 골로 보내고 있다. 또한 그들은 각기 다른 시점에 추락했지만 그 출발점은 모두 2016, 병신년의 박근혜의 탄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을사오적을 본따 병신오적(丙申五賊)이라고, 아니 워딩을 좀 현대적으로 다듬어 병신오인방(丙申五人幇)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부디 동음이의어로 인한 저급한 해석은 삼가주길 바란다. 또한 뻑뻑한 키보드로 급하게 쓰는 글이니 다소간의 오타는 양해해주길 바란다.


조국-형법 잘 모르는 형법학자, 법무부장관을 꿈꾸다. 
내 학창시절에 처음 알게 된 그는 정치에 끈을 대고 있는 기회주의적 동료 교수들을 폴리페서라고 부르며 매섭게 비난하던 젊은 법대 교수였다. 하지만 그는 곧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폴리페서, 폴리페서의 고유명사 그 자체가 되었다. 그는 청와대 인사수석에 이어 법무부장관에 내정되고서도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하지 않아 진정한 내로남불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며 압도적 표차로 2019년 가장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올랐다. (2016년 1위 우병우) 그는 자신을 비난하는 학내 여론을 비난하며 자신의 제자들을 엄히 꾸짖겠다고 말했는데,  ㄲ짖는 것은 본인의 자유라고 해도 제자들을 보려면 수업을 해야 하는것 아닌가. 참고로 과거 그는 2학년 수업시간에 오상방위라는 개념이 법조문에 존재한다며 우기며 법전을 뒤지다 못찾자 책은 파본이라 없다고 주장했고, 이를 보다 못한 몇몇 학생들이 법조문에 그런건 없다며 가르침을 주었다. 수직적 도제식 교육으로부터 탈피해 교수가 학생에게 배우는 퍼포먼스를 연출한 그는 이번에는 연구도 교육도 하지 않지만 교수는 할 수 있다는 마르셀 뒤상 급의 새로운 행위예술을 준비중이다.

그는 왜 이런 조롱까지 들어가며 교수직을 놓지 않을까? 내가 미루어 짐작컨대, 아마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 아닐까 한다. 대중은 그의 내로남불을 조명하고 있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교수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그의 무식과 완벽하게 검증된 무능함이다. 2년여간 그가 검증한 공직자 중 절반 이상이 인사 5대 원칙에 어긋났고 청문회 통과율은 이명박근혜 시절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교수 시절에는 중간고사를 까먹어 당일에 연기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뭐 변호사 자격증도 없으니 개업을 할 수도 없고 또 서울대 교수를 사임하고 나면 학생보다 법 모르는 형법학자를 교수로 임용할 학교도 많지 않겠지. 조국이 찌질하고 비굴하게 서울대 교수 자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능하다는 것을 본인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그는 중간고사 날짜는 까먹을지언정 sns 업로드는 잊지 않는, 현대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가장 걸맞는 바이럴 마케팅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과 무역분쟁이 시작되자마자 죽창가를 올리는 저 반응 속도를 보라. 누가 온라인에서 그를 당하랴. 이런 족ㄱ같은 교수는 학교를 떠나야 한다. 본인을 위해서는 타인을 위해서든.

이준구-부등식을 못 푸는 꼴보수 경제학자 (22조 원> 54조 원)
경제학자의 눈으로 이명박의 토목사업 지출을 매섭게 지적하던, 서울대학교의 살아있는 지성 이준구 교수.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그는 이명박근혜와 함께할 때만 진리의 등불을 밝히는 진정한 숨은 꼴보수였다.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은 5년간 22조 였는데 비해 현 행정부의 일자리 지출은 2년여 동안 54조를 넘어섰다. 현대건설 신화를 써내려 간 이명박을 쫌생이처럼 보이게 만드는 규모의 돈을 쓰고도 민간고용을 감소시키는 역대급 자살골이 매달 터지는데 이 노교수는 입을 딱 씻고 아무 지적도 하지 않는다. 공돌이 정책실장이 경제정책을 총괄하며 IS곡선을 무시하는 발언과 정책을 내놓아도 그는 아무런 촌평을 하지 않는다. 혹시 그가 꼴보수라 현 정부에게 자신의 빛나는 지혜를 빌려주기 싫은 것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이런 의혹은 그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쓴 장문의 글을 보면 더욱 짙어진다. 두서도 없는데다 사실관계도 틀린 소주성 정책의 평가를 올린 글을 보자 그를 찬양했던 대다수의 경제학도들은 실망하며 분노했지만, 소수는 현 정부의 실권자가 꼴보수인 그를 협박해 ID를 강탈한 뒤 대필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아니고서야 과거 이명박근혜 시기에 나라가 잘되길 바란다며 고언을 아끼지 않던 경제학자가 경제지표가 역대 최악으로 박살나는데 저렇게 조용할 수 있을까. 아니면 경제학계의 오랜 난제-최저임금은 고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후배 한국인 경제학자들이 명확한 답을 낼 수 있도록 눈물을 머금고 박살나는 고용시장을 묵과하는 지도 모른다. 전세계 2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에서 이토록 급진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린 적이 없었는데 이를 논문으로 정리해 발표하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것도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내가 존경했던 이준구 교수님은 후학을 위해 전략적으로 침묵하고 계신 것이리라 믿는다.

장하성-경제는 잘 모르지만 경제정책은 잘아는 풍운아
주주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절대선처럼 여겨지던 2000년대에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소득불평등을 강조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소득불평등은 나쁘지만 자산불평등은 괜찮다는 독특한 주장을 펼쳤는데, 아마 본인은 금수저라 물려받은 자산은 많지만 별 능력은 없어 소득은 그저 그런데, 학창시절 자기보다 못 살던 고대경영 동기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만큼 잘 살게 되는 것을 보며 느끼던 정체모를 배아픔으로부터 탄생한 이론이 아닐까 한다. 경제가 아닌 재무를 전공했지만 자기가 경제정책을 펴면 성장이 자동적으로 된다고 큰소리를 땅땅 쳤지만 그의 말대로 하자 사람들의 소득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소득불평등이 역대 최고로 악화되었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 그는 곧장 주중대사로 임명되었다. 경제 몰라도 경제정책을 펼 수 있는 것처럼 중국어도 못하고 중국은 처음이지만 중국대사는 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은 여전히 사철나무처럼 굳건하다. 그는 내가 강남에 살아보니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공분을 샀는데 때때로 광주에서 태어난 본인은 왜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해 자신의 강남 집을 기부하고 고향으로 낙향하겠단 뜻이었을까? 아니라면 너무 병신 같잖아. 그는 퇴임하면서 무지개 쫒는 소년 처럼 살고 싶다고 했는데 적어도 나에게 그는 무지.개같은 ㅅ년이었다.

유시민-만 60세, 뇌가 썩으신 분
북한 얘기가 나오면 눈이 뒤집히고 사람이 약간 돌긴 하지만, 촌철살인을 가진 진보측 논객이라 생각했다. 학교다닐때 운동하느라 바빴지만 경제학에는 통달했고, 학위는 없지만 한국사 책까지 저술한데다 합리적으로 볼 때 미국은 달에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 분에게는 숨은 전공분야가 있으니 바로 의학이다. 그는 일찍이 사람이 60대가 넘으면 뇌가 썩기 시작해서 다른사람이 된다는 "뇌 유통기한 60년설"을 주장했고 그 학설이 사실임을 본인이 직접 증명했다. 젊어서 명문고를 없애고 서울대를 폐지해 교육평등을 외치던 그는 딸을 외고에, 아들을 유명 자사고에 보내 수시로 각기 서울대와 연대에 진학시켰다.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난에 대해 스스로 해명하길, 딸이 외고를 다녀보니 외고를 없애야겠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명언을 남겼다. 전두환이 죽기전에 민주화 선언을 하고 "내가 독재를 해보니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선언한다면 과연 유시민과 그 자녀들은 전두환을 보고 뭐라고 할까.

하지만 시류를 읽는 능력만큼은 여전한 듯 하다. 젊은 시절 운동권 동지들이 국보법으로 구속될 때, 그는 멀쩡한 시민 넷을 붙잡아 몇주간 감금 폭행 고문한 죄로 구속되었지만 방송에서는 자신의 수감시절을 고 박종철 열사마냥 비장한 눈빛으로 회상한다. 또 합수부 수사 당시 동료 학생들의 행적을 소상하게 줄줄줄 불어서 민주화 학생열사들이 대거 구속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예능에서 마치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재치를 발휘한 것 처럼 포장했다. 그의 시류를 읽는 능력은 썰전의 드루킹 보도에서 정점을 찍는다. 킹크랩을 통한 댓글조작이 처음 보도되고 느릅나무가 주최한 강연에 참가한 사진이 공개됐을땐 드루킹을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하더니,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그는 재빨리 썰전 패널 자리를 사임하고 그 뒤는 노회찬이 이어받았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고 뇌회찬 의원은 드루킹에게 돈 받고 거짓말 한 것이 들통나 자살했다. 하지만 유시민 의원은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신다. 혹시나 그분이 자기 뇌가 썩는게 걱정된다면 내 사비를 털어 방부제를 사서 먹여 드리고 싶다. 지금 당장이라도.

김상조-특기: 윽박질러 경제성장하기, 일명 행보관모델
나는 문재인 정부의 모든 인사중에서 김상조의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가장 지지했다. 나는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태에 분노하는 그의 주장에 공감했고, 또 그 신념이 이 역할에 정확하게 꼭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는 대기업, 특히 삼성을 조지는 것이 공정하다고 잘못 알고 있는듯 하다. 그는 국회 청문회 자리에 늦게 도착한 이유로 "재벌들 혼내주다가 늦었다"라고 대답했지만 본인의 역할은 공정거래를 유도하는 것이지 흥신소 깡패처럼 대기업을 겁박하는 것이 아니다. 미대를 나오고도 무려 1:1의 경쟁률을 뚫고 공기업에 입사했던 대통령의 능력자 아들은 김상조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S/W회사를 차려 정부에 납품하고 있었고 서울시의 태양광 수주 사업은 박원순의 측근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들이 쓸어갔는데 그는 이재용에게 갑질이나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장하성(전공: 재무)과 김수현(전공: 공대)의 후임으로 정책실장의 자리로 옮기며 문재인 정부 최초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학 전공자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가 이룬 성과는 자기가 조지던 삼성의 이재용 회장을 불러 반도체 원료 국산화 계획을 내놓으라며 또다시 윽박지른 것이 전부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까지 따면서 배운게 조지고 윽박지르는 것 뿐인가. 사실 이 스킬셋은 공정거래위원장보다 군대 행정보급관에 더 어울리는데 군바리 식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방식, 어디선가 많이 보던 모습 아닌가. 미제 괴수 우두머리 맥아더장군이나 괴뢰도당 박정희처럼 라이방 선글라스를 쓰고 전선을 시칠하던 비서실장 림종석 동무도 그렇고, 이 정부 사람들은 왜 자꾸 자기가 비난하던 무리들을 닮아갈까.


나는 이 다섯을 결코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철학에 따라 뭉치고 나뉜 것이 아니라 그저 파벌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그들을 그냥 좌파라고 부르기로 하자. 서두에서 밝혔듯 나를 비롯한 대중들이 그들에게 더 분노하는 이유는 한때 저들은 우리의 히어로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고개를 돌리면 책상 옆 책장에 꽂혀있는 그들의 저서들을 볼 수 있으며 현재의 그들이 아닌, 뇌가 썩으시기 전의 그들은 내 지적 성장을 도와줬던 멘토나 다름없었다. 그랬던 그들은 모두 죽고 없다. 이 기회주의자 병신오인방은 (丙申五人幇) 그저 권력과 명성, 그리고 지적 허영을 위해 지성의 가죽을 벗겨 두른 뒤 파벌을 이뤄 우우 달려가 언어적 집단폭행이나 저지르는 찐따들이었을 뿐이고 그 탈을 벗은 본모습은 마치 심각한 성형부작용에 시달리는 강남언니마냥 흉측하고 기괴하다.

하지만 너무 좌절하진 말자. 아직 몇몇 진보 히어로들은 자신의 코스튬을 벗어던지지 않았다. 나에게는 박준영 변호사가 그렇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외치던 그는 일련의 광기어린 마녀사냥 앞에서 신중할 것을 여러번 주문한 바 있다. 대중과 언론이 이성 대신 G컵 베이글녀를 쫒아다닐 때 그는 냉철하게 여론이나 진영이 아닌 법과 정의를 따진 진보지식인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에는 파벌에 휩쓸리지 않는 진보와 보수가 아직 남아있다고 믿고 싶으니, 몰락한 히어로는 이 병신오인방(丙申五人幇)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댓글 14개:

  1. 좋은 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답글삭제
    답글
    1. 정말 기막힌 해석을 해놓았네요 그래서 그들은 똘아이인가봐요

      삭제
  2.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3. 이 블로그도 구독같은게 가능한가요? 전반적으로 읽을거리가 굉장히 많아서 꾸준히 찾아야 할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4.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
  5. 저한텐 여기가 정보의 보고 같네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보겠습니다

    답글삭제
  6. 잘 쓰신 글입니다. 그런데 한때 저들을 히어로로 봤다면 자신의 안목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들을 히어로로 보던 때 보다 안목이 발전했나요? 평론가가 반성을 하지 않는것 처럼 명시적 책임이 따르지 않는 유권자도 반성을 하지 않습니다. 의외로 성향은 천성적이고 성향은 편견을 갖게 합니다. 좌우 어느쪽으로든 치우친 사람의 안목은 늘 부정확합니다. 말미에 어느 변호사에 갖는 희망도 부정확 할거라는 얘기입니다.

    답글삭제
    답글
    1. 반성하고 있는 글에 반성없는 평론가라니요; 지적질하기 전에 본인부터 되돌아보시길.. 지적질할 깜냥이 과연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삭제
    2. 맞습니다. 그 당시보다 안목이 발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나아지는 것이 있다면 지금의 제 시각이 틀릴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 하나겠지요. 말씀하신 박준영 변호사에 대한 제 희망이 산산히 부서질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부디.

      삭제
    3. 어떻게든 까내리고싶어서 유권자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수준 아름답습니다.

      삭제
  7. 평소 글로부터 유머러스하신 분이라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사무실에서 현웃 터뜨렸네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