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2019 국제 지구과학 올림피아드'(IESO) 행사 기간 배포한 소식지에 일본 근대 풍속화와 태극기의 합성 이미지를 한류 홍보용 삽화로 제작하는 얼빠진 실수를 저질러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지난달 27일 개막해 9일간 열린 2019 IESO 기간 중 대구시는 외국 참가생들에게 대구 중구의 근대문화 탐방 코스와 한류를 소개하는 소식지를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태극기와 파도를 합성한 삽화가 포함됐는데, 뒤늦게 일본 유명 풍속화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
전세계 18세 미만 과학 영재들이 참가해 지구과학 지식을 다투는 이번 IESO에는 경제보복 사태로 첨예하게 대립 중인 일본을 비롯한 41개국에서 43개팀(179명)이 참가했다.
대구 한 교육계 인사 A씨는 "원작에는 푸른 파도 사이 배 3척과 멀리 작게 보이는 후지산, 왼쪽 위에 낙관 등 일본어가 적혀 있는데 이를 지우고 태극기를 덧댄 것으로 보인다"며 "태극기에 일본의 유명 파도 그림을 합성한 것은 '한국에 몰아친 일본 파도'를 상징한 셈으로 국제적 망신"이라고 꼬집었다.
A씨에 따르면 이번 한류 삽화에 쓰인 파도 그림의 원작은 1830년대 일본 가츠시카 호쿠사이가 만든 '후가쿠 36경' 연작 중 '가나가와 앞바다의 큰 파도 아래' 그림이다.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일본에서 유행한 풍속화 장르 '우키요에'의 한 작품으로, 당시 유럽까지 유명세를 떨쳤다.
대구 한 일러스트레이터 B씨도 "기본적인 디자인 지식이 있다면 일본 우키요에 그림임을 모를 수가 없다"며 "태극기와 파도 그림이 필요했다면 게으름을 부릴 것이 아니라 손수 디자인하거나 국내 명작을 활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와 소식지를 제작한 C사는 누군가 만들어 둔 합성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한 탓에 일본 그림인 줄 몰랐다고 했다.
C사 관계자는 "미술 전공자가 아닌 홍보 담당자가 포털사이트에서 이미지를 찾아 쓰다가 문제가 생겼다"고 했고, 대구시 관계자는 "배포 전 미리 검수하지 않아 뒤늦게 문제를 파악했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했다.